[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꽃들은 사이가 좋다-오대환
[신지혜의 시가 있는 아침] 꽃들은 사이가 좋다-오대환
  • 뉴욕=신지혜 시인
  • 승인 2021.04.1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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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환 시인
오대환 시인

돌아서 가는 친구이듯
동백꽃 이운 자리
모란꽃이 줄을 잇는다

무거워진 모란꽃 바람에 나부끼며
순명으로 가는 길에
함박꽃, 꽃 봉오리가 탱탱하다

양귀비 수레국화 금계국
무늬마다 물이 오르고
벌개미취 칸나 배롱나무꽃들은
주춤거리며 차비를 한다

곡우를 지나는 동안

꽃들은 사이가 그리도 좋았다



이 가편의 시에 시선을 모두 맡기고 쫓아가보시라. 바로 꽃들의 세계다. 귀하디 귀한 봄꽃 손님들이시다. 봄날 이 분들이 차례대로 어김없이 순번대로 우리곁을 다녀가신다. 그저 일상적으로 다녀가는 것 같지만 그 뜻을 새겨보면, 우리는 숨을 멈춘 채 이 장면들을 지켜보아야만 한다.
 
시인은 말한다. 대자연의 순환과 질서가 번복되는 이 자연의 순리, 이 분들이 와서 과연 어떻게 일사분란하게 그 자리를 채움과 비움으로 다녀가는 지, 그 엄연한 순응의 조화, 융화의 큰 화폭 속에서 그 몫을 어떻게 묵묵히 이행하며 떠나가는지.
 
‘돌아서 가는 친구이듯 / 동백꽃 이운 자리 / 모란꽃이 줄을 잇는다// 무거워진 모란꽃 바람에 나부끼며 / 순명으로 가는 길에 / 함박꽃, 꽃 봉오리가 탱탱하다 // 양귀비 수레국화 금계국 / 무늬마다 물이 오르고 / 벌개미취 칸나 배롱나무꽃들은 / 주춤거리며 차비를 한다
 
꽃의 본성뿐만 아니라 그것은 곧 인간의 본성과도 동일하며 꽃의 선계가 바로 인간의 선계임을, 또한 그 꽃들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가 다르지 않음을 암시하며 시인은 날카로운 직관적 시선으로 자연과의 물아일체의 세계를 깊이 조응하며 꿰뚫는다.
 
‘곡우를 지나는 동안// 꽃들은 사이가 그리도 좋았다’ 시인은 이 구절에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꾸욱 눌러 찍는다. 이 시가 날았다. 그렇다. 우리는 꽃에 비추어 어떠한가. ‘사이’가 과연 좋은가. 우리는 꽃에게 부끄럽지는 않은가. 인간세계의 냉혹하고 치열한 다툼, 이기주의로 무장한 이 시대, 시시비비와 과욕의 욕망이 창궐한 이 시대에 시인은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깊이 깨우치도록 일깨운다.
 
또한 시인은 이 질서정연한 대자연을 조율하고 관장하는 놀라운 신의 섭리마저 되새겨 각성케 한다. 시인은 대자연의 진상과 자연만물과의 올바른 조화적 천기에 대하여 우리를 예리한 직관으로 흔들어 깨운다. 보라! 꽃들은 사이가 좋다.
 
오대환 시인은 1944년 남원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목원대 신학대학원 졸업,  2012년 『미션21』 등단, 문집 『긴 동행 + 사랑』, 시집 『꽃들은 사이가 좋다』 강진감리교회 원로목사, 박경리문학관 전국시낭송대회 입상, 목민심서 서예대전 문인화 특선, 현재 강진문협 이사, 한국문인협회, 강진 예총 감사

필자소개
《현대시학》으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세계 계관시인협회 U.P.L.I(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회원. 《뉴욕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 《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 및 다수 신문에 좋은 시를 고정칼럼으로 연재했다. 시집으로 밑줄』, 토네이도』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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