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호 기자가 만난 북녘땅-31] 사라져 버린 레베데프 사령관 비망록
[송광호 기자가 만난 북녘땅-31] 사라져 버린 레베데프 사령관 비망록
  • 송광호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 승인 2021.05.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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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떻게 바뀌어왔으며, 또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 1989년 이래 북한을 8차례나 방문해 취재한 송광호 토론토 주재 언론인이 방북 때마다 보고 느낀 점들을 시리즈로 정리했다. ‘바뀌어온 북한’에 초점을 맞춘 이 글은 현재와 같은 남북경색국면에서 긴 눈으로 북한의 새로운 변화를 조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편집자주>

레베데프 비망록 감상문

수년 전 일이다.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토론토에서 발생했다는 한 한국인 살인사건 기사를 발견했다. 전혀 몰랐던 황당한 보도내용이었다. 한국 국정원 소속의 한 여성요원이 토론토 한인 타운 아파트에서 피살됐다는 기사다.

여태껏 어느 교포신문도 이에 관련한 기사보도가 일절 없었다. 신문 아니라도 교포사회에서 이에 관련해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 한인피살사건이니 꽤 요란했을 텐데 몰랐다. 국가적 극비사항이라 그랬을까. 오히려 사건 당시 한국 국내신문에 게재돼 인터넷상에 떠 있었다.

보도 날짜는 이미 1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지난 과거 사건이라, 일단 확인 작업을 뒤로 미루고 그냥 지나쳤다. 은퇴기자이니 취재열성이 식어있는 점도 있었다. 당시 이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어느 찌라시 신문이 쓴 가짜뉴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한국인과 얽힌 주요사건이기에 이 기회에 언급하려 한다. 만일 당시 보도가 완전한 오보라고 생각 돼지지 않는다. 그랬다면 이 기사가 인터넷상에서 완전 삭제됐을 것이다. 당초 이 보도가 게재된 한국매체(아시아경제)는 종합경제 일간지였다. 스포츠 동아는 ‘펌 글’로 이 기사를 실었다. 당시 게재됐던 날짜, 피살사건 내용을 전한다.

송광호기자와 오봉호 북강원일보 부주필<br>
송광호기자와 오봉호 북강원일보 부주필

제목 캐나다 토론토에서 국정원소속 30대여성요원 피살
(아시아경제) 2011년 1월2일/ (스포츠동아) 2011년 1월16일/ (nate판)

2011년 새해가 떠오르기 3일 전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국 국가정보원(NIS)소속 30대 여성요원이 토론토 중심가 근처에서 독살로 추정되는 “플레이옴”이란 독성물질로 피살됐다고 캐나다 최대 일간지 토론토 스타가 29일 온라인 에디션으로 단독 보도했다.

토론토 스타는 한국 국정원 소속 미모의 30대 여성이 “플레이옴”이란 요인암살 독성물질로 암살됐으며, 처음 경찰이 발견했을 때는 외상이 없어 자살이나 심장마비 같은 자연사로 추정했으나, 실종신고를 요청한 주한캐나다대사관과 토론토 NIS 지부가 수사에 참여하면서 독살로 판명 났다고 보도했다.

처음 이 기사를 토론토발 특보로 보도한 “뉴시스”는 5분 만에 국정원 엠바고 요청으로 기사가 삭제되어 의문을 쌓고 있었으나, 국정원이 오늘 공식 브리핑 자료를 통해 “중국 국가안보국(NSQ) 요원이 계획적인 피살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북한의 호위정보부(NKIS)가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며, “국가안보특성상 자세한 이야기를 말하기 어려우나 북한, 중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사건으로 국정원 내부특별수사안보팀(SIST)이 오늘 최종 결론 내렸다고 언론브리핑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이와 함께 본보는 국정원이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을 국정원 내 익명제보자로 부터 알아냈다. 토론토 노스욕(North York) 고급 콘도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된 이 30대 여성요원은 1980년생으로 2000년 고려대 정치외교과를 졸업하여 2002년 국가정보원 상급요원으로 발탁되어 활동했다. 이 여성요원은 보안1등급 A+1레벨의 현장요원이었으며, 2004년부터 토론토 NIS 지부로 발령받아 작년 12월28일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현재 이 사건은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 내 Sleeper Cell(내부간첩)이 존재하는 것으로 국정원 내부검사에서 나타났으며,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비롯해 국정원 요원피살사건도 내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모든 안보라인과 외교라인을 동원하여 살해범을 수색하고 있다”고 밝히며 “캐나다 국가 안보부(CSIS)도 함께 특별수사팀이 운영되고 있어 곧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캐나다에는 12개 소속의 간첩단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CSIS 내부 안보보고서가 작년 5월 발표되어 캐나다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달 28일 살해된 A씨의 발인은 오는 15일 한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양민우기자)

다른 얘기 또한 전한다. 오래전 주토론토총영사관 한 영사로부터 연락 온 적이 있다. 예전 내 모스크바특파원 시절 입수한 “소련군정(45년-48년) 하의 레베데프 사령관 비망록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 당시 우리 5개 지방지특파원 간사는 대구 매일신문사였다. 대구 매일신문에서 보관한다”고 알려줬다. 취재를 통해 발굴된 자료들은 모두 간사신문사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때 그 북한군정 자료로 인해 ‘한국신문 상’ 수상자가 됐었다.

원래 소련 레베데프 장군이 쓴 비망록은 모두 5권(1-5번 검은색 소형책자)이었다. 나는 3번을 제외한 나머지 4권 전부를 입수했다. 내게 비망록을 기증한 레베데프 사령관 장남은 3권 책 하나는 모스크바 한국대사관에 줬다고 한다. 그의 부친 사망 후였다. 그 후 한국대사관에서 3번 책을 빌려, 따로 3번 전체 내용을 복사해 두고 돌려줬다. 그때 당시 복사한 3권 카피본이 아직 내게 있다.

송광호 모스크바1993년 사무실<br>
송광호 모스크바1993년 사무실

당시는 모스크바에 상주할 때다. 하루는 중앙일보 제2대 모스크바특파원으로 파견된 안성규 기자가 이상하게 그 비망록 관련해 묻는 전화를 계속했다. 안성규는 대학 후배였다. 대수롭지 않게 건성으로 대답해줬다. 그러나 웬걸 다음날 중앙일보 1면 톱기사에 중앙일보 K기자가 레데베프 비망록을 특종 발굴한 것처럼 대서특필했다. 주모스크바한국대사관 안기부에 보관돼 있던 3번 책이 K기자 손에 간 것 같다. 그 비망록 자료 때문에 내가 기자상까지 탔는데, 그 파렴치한 행동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안성규 기자는 “K는 제 고참 선배기자인데 어떻게 합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지요”하고 변명했다. K에 대해 알아보니, 그는 내 또래의 전남 출신으로 이미 언론계에선 잘 알려진 유명기자였다. 지금도 인터넷상에는 북한군정 관련해, 소련 레베데프 소장 자료 얘기는 중앙일보 취재내용만이 소개돼 있다.

그즈음 나는 스티코브 북한군정사령관 부관이었던 메크레르 중령을 만나 자료를 구하던 때다. 메크레르는 인터뷰가 끝나자, 내게 옛 김일 성부자 사진 하나를 제공하며, K기자에게 쓴 편지 한 장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K기자를 모르지만, 같은 중앙일보에서 나온 기자가 있으니 전해 주겠어요. 무슨 중요 내용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는 “K가 내 옛 북한군정 때 발행됐던 돈(지폐)을 가져갔는데 돌려주지 않았어요. 내가 소중히 보관했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종이돈인데 빌려 가곤 아예 소식을 끊었소”라고 말했다.

그는 나와 만날 때 미리 타이핑 해서 둔 편지를 내밀었다. 편지내용은 반쪽 분량 정도로 별로 길지 않았다. 그 편지를 카피해서 한 장을 안성규 기자에게 전해 주었다. 안 기자는 좋지 않은 내용이라 내키지 않아 했다.

얘기 핵심이 빗나갔다. 레베데프 비망록 관련 얘기 초점은 다름이 아니다. 내가 입수한 비망록 4권 전부가 대구 매일신문에서 분실했다는 점이다. 오랜 시일 후 매일신문에 연락해 레베데프 비망록 4권을 잠시 빌리려고 했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때 기증했던 김일성이 레베데프에게 선물한 대형 자개거울은 그대로 보관돼 있다고 한다. 그 자개거울은 3년 소련군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레베데프 소장을 위해, 당시 김일성 북조선위원장이 준비한 선물이었다. 비망록 가운데는 북한지역에 우라늄이 나온다는 사실이 적혀 있던 것을 기억한다. 남쪽에는 우라늄 광산이 없다.

송광호모스크바특파원 삼성 초청 러 지역방문

그때 머리를 스쳐 가는 한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날 토론토 총영사관에서 뜬금없이 한 영사가 내게 레베데프 비망록 소재지를 묻던 생각이 났다. ‘그럼 그때 알려줬던 매일신문에서 보관 중이던 비망록 4권 전부를 가져갔나’ 하는 의구심이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요 역사자료니까 누구든 안전하게 잘 간수하면 좋을 것이다.

왜냐면 내가 모스크바 국립 군사문서보관소에서 힘들게 발굴한 일제 관동군 징병자료역시 부산일보사에서 분실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분실됐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모든 정보가 집약된 단지 디스켓 한 장뿐이다. 그것도 어느 한국방송사에서 내게 관동군자료를 요구해 보관처를 재확인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다. 지방신문 수준의 한계처럼 보였다.

0. 북한 우표(50년-광복 5주년기념)<br>
0. 북한 우표(50년-광복 5주년기념)

그 당시는 부산일보에서 매일신문으로부터 간사신문사 바통을 받아 5개 도시 (워싱턴DC, 도쿄, 파리, 북경, 모스크바) 특파원 기사들을 관장하고 있었다. 지난 1997년 늦가을 뜻하지 않던 한국IMF 사태로 지방신문 특파원제도는 폐지됐다.

하지만 내게 모스크바 기자생활 경험은 캐나다생활과는 또 달리 평생 잊지 못하는 추억 꺼리로 남았다. 더구나 오랜 세월 북한과 밀접한 관계였던 구소련(러시아)으로부터 여러 귀한 자료들을 입수할 수 있었고, 그 넓은 땅 러시아를 마음껏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해외기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틈나는 대로 해당국가 박물관이나 정부도서관, 대학도서관들을 자주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구하라, 찾을 것이요, 두드리라, 열릴 것이다”라는 말은 꼭 성경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소개
강원도민일보 북미특파원,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전 대표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관훈클럽 국제보도상 수상, 한국신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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