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7월12일부터 4단계 거리두기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 속에는 ‘그룹댄스 운동, 스피닝, 에어로빅, 핫요가, 체조교실, 줄넘기 등 GX(Group Exercise)류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발표를 보고 해외 토픽감이라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국 BBC에서도 보도했다. BBC는 ‘Covid: Seoul bans speedy songs in gyms to stop sweating’라는 타이틀 아래 김부겸 총리의 발표내용, 수칙, 체육관 운영자와의 인터뷰 등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한국에서 현재 인기 있는 노래 상위 10개 중 8개는 이 템포의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특히 BTS의 ‘버터’와 ‘다이너마이트’는 110~115이나, ‘블랙핑크’는 주로 130bpm으로 구성된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120 bpm 이하의 곡이면서 운동하기에 좋은 15개의 곡도 다음과 같이 추천했다.
1. BTS - Butter (110bpm)
2. Dua Lipa & Silk City - Electricity (118bpm)
3. Robyn - Dancing On My Own (117bpm)
4. Doja Cat & SZA - Kiss Me More (111bpm)
5. Justin Timberlake - Can't Stop The Feeling (113bpm)....
bpm은 무슨 뜻일까? 백과사전을 보면 bpm은 분당 비트(Beats Per Minute)의 수로, 음악에서 템포를 표시하거나, 의학에서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용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클래식에서는 bpm보다는 M.M.을 더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면 M.M♩=88는 1분에 4분음표를 한박으로 할 때 메트로눔으로 88번 연주되는 빠르기라는 뜻이다. Moderato(보통빠르기)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bpm이 음악적으로 볼 때 정확하지 않은 이유는 기준이 되는 비트가 없기 때문이다. 기준이 되는 비트가 같다면 당연히 숫자가 많을수록 박자는 빨라진다. 하지만 만약에 2박을 하나의 박으로 생각하고 비트를 나눈다면 당연히 박자는 2배가 더 빨라진다.
예를 들어 빰빰빰 빰~~ 으로 유명한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의 1악장 빠르기는 102이다. 중대본의 규제에서는 피할 수 있는 빠르기이다. 그러나 실제 악보에서 보면 이분음표=102라고 쓰여 있어 2분음표를 한박으로 연주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속도는 빠르다. 그래서 음악에서는 악보에 ♩=88처럼 기준이 되는 음표를 정확하게 기록한다.
중대본에서 제시한 120bpm은 기준박은 없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Allegretto(조금빠르게)까지를 수용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개중에 나는 비트를 다르게 잡았기 때문에 이 음악은 빠르지 않다고 주장하면 숫자상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노래의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7월12일 현재 음원차트 Top5를 확인해 보면 이렇다. 1. 방탄소년단 Permission to Dance(125bpm), 2. 태연 Weekend(114bpm) 3. MSG워너비 바라만본다(118bpm) 4. 에스파 Next level(109bpm) 5. Ed Sheeran Bad Habits(126bpm)....
운동할 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실제 이 기준을 맞춰야 하는 체육관이나 댄스강습소의 운영자들의 어려움은 다른 곳에 있다. bbc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사용하면서 운동을 하는데 개인적인 재생목록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도 걱정이다.
또 어떤 줌바 스튜디오 원장은 “120bpm에 맞춰서 음악도 찾고, 리스트도 짜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예 집합금지를 당해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는 다행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런 속사정을 생각했는지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 조치가 오히려 체육관이 완전히 닫히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공자는 “시는 사람을 계발하고 예는 사람을 성립시키며 음악은 사람을 완성한다”하여 어지러운 음악을 경계했다. 가깝게는 유신시절 많은 노래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금지곡으로 정해지기도 했다. 이제 방역의 시대를 맞아 음악을 금지하는 기준에 ‘의미’가 아닌 ‘속도’가 하나 더 추가된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