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쥴리? 위대한 우리 누이들의 초상
[이계송칼럼] 쥴리? 위대한 우리 누이들의 초상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1.08.02 08:4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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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공주 누이 1인당 46가정 영주권 얻어”··· “오늘 재미동포사회 판세 만들어”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라지만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 민족의 경우 무엇보다도 ‘누이들의 희생의 역사’가 그것이다.

이웃 대국, 중국이 침공해 오면 전쟁은 남자가 했지만, 뒷감당은 누이들이 해야 했다. 강간당하고, 끌려가고, 조공으로 바쳐졌다. 일제하의 정신대는 어땠나? 부친이나 오빠의 징병을 막기 위해 누이들이 스스로 끌려간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는 가난 때문에 돈으로 팔려간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

근대사, 개발시대는 엊그제 일이다. 공순이, 접대부, 뻐스차장, 식모들이 누구였나? 식구들 먹여 살리기 위해, 오빠와 남동생 공부시켜 집안 일으키기 위해, 자신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나섰던 사람들이 우리의 누이들이었다.

200만 우리 재미동포사회도 누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 필연의 주한미군기지, 1970년대 가난, 절박했던 누이들은 군사기지 내외를 불문하고 ‘양공주’ 소리를 들으면서도 닥치는 대로 돈벌이를 해야 했다. 어쩌다 사귄 미군과 결혼해 미국에 이민 온 누이들이 다수였다. 당시만 해도 우리에겐 이민 쿼터가 없어, 누이의 결혼은 가족들에게는 사실상 엄청난 행운의 로또였다. 이들 ‘양공주’ 누이들이 부모형제들을 초청해 미국으로 불러들여 살길을 열어 주게 되었고, 초청받아 들어온 형제들이 또 다른 형제들을··· 이렇게 연쇄적으로 초청했다. 어느 학자의 통계에 의하면, ‘양공주’ 누이 1인당 46가정이 영주권을 얻어와 오늘의 재미동포사회의 판세를 만들어냈다. 위대한 누이들의 덕이다.

그런데 그 ‘양공주’ 누이들을 못 본 척, 모른 척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아는가? 바로 그들의 형제자매들이었다. 왜 그랬는지 짐작할 거다. 그들 마음속에 은근히 자리 잡은 ‘양공주’에 대한 혐오, 자격지심 때문에 누이를 친구들 앞에 내세우는 걸 꺼렸던 것이다. 주위의 눈총도 마찬가지였다. 40년 전 내가 이민 왔을 때 일인데, 우리 성당에 몇 분의 국제결혼여성들이 나왔었다. 그들은 미사가 끝나자마자 친교도 없이 성당을 떠나버렸다. 그런데 내 주위에서 아주머니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국제결혼 한 분들을 얘기하면서 “양공주들이라며?” “그러게?”…. 그런 사람들은 제발 좀 성당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투로 얘기들을 나누는 것이었다.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할 성당에조차도 그들을 외면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오늘날에도 얕보거나 심지어는 혐오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요즈음 한국에서 회자되고 있는 ‘쥴리’가 누군가? 사실 여부를 떠나 서두에서 언급한 우리 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가련한 여인들의 하나다. 나는 ‘쥴리’ 얘기를 듣는 순간 지난날의 우리의 누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가 힘이 없어 대신 당해야 했던 누이들, 가난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야 했던 개발시대의 우리 누이들이 생각났다. 그런 여인을 벽화까지 그려 ‘혐오’하고 희화해 수많은 우리 누이들을 꼭 울려야 하는가, 나는 슬펐다.

대선후보의 부인이니까? 웃기지 마시라. 과거 가진 여인은 희망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는 건가? “정치란 공적인 기회에 윤리적 이성을 적용하는 것”(R W 분젠)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돕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에게 “행복한 미래의 날개를 만들어내는 산파”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정치가 존재하는 직접적인 이유다. ‘쥴리’ 같은 여인에게 연민의 정으로 오히려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정치다.

쥴리 벽화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야만성을 공공연히 드러낸 사건이다. ‘공인의 도덕성’을 명분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정치에 환장한’ 정치꾼들의 술수, 그들과 한패가 되어 부화뇌동하는 이들의 광기 어린 행태, 우리 누이들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이다. 여성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시라. 자신의 누이와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 일이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예수의 말씀도 덧붙인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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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깨문 2021-08-02 09:01:10
수꼴이

대단히 유감 2021-08-03 16:05:45
이 글 정말 큰 일 날 글입니다. 어찌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언론사에 홈폐이지에 기고한 한단 말입니까? 지금 이 신문사는 제정신인지 묻고 싶네요.

체인지업 2021-08-11 14:43:56
월코수준이 이렇게 추락하나?? 칼럼을 쓰는 사람이나 그걸 올려주는 편집장이나 정신차리시오
쥴리가 뭔지나 제대로 알아보고 칼럼을 쓰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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