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⑰] 흥미로운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들려주다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아프로⑰] 흥미로운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들려주다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승인 2021.08.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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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RO’는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외교부 한·아프리카재단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소개한 책을 두 권 펴냈다. ‘Af-PRO,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는 제목의 단행본들이다. 한·아프리카재단의 허락을 받아, 이 책의 내용을 연재한다.[편집자주]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유튜브 캡쳐.

최준영 전문위원의 경력을 들여다보면 의외의 반전이 많다. 환경 전문가로는 드물게 문화관광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법무법인에 속해 있지만 변호사는 아니다. 환경 전문가이자 공학 박사로서 법무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최준영 전문위원은 라디오와 팟캐스트 등의 매체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실제로 아프리카가 전공이나 직무와 무관할뿐더러 아직 아프리카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최준영 전문위원은 외교부에서 개최한 전문가 워크숍에도 연사로 초청받았는데, 아프리카에 대한 실질적 경험이 없는 그가 전문가들 앞에서 연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야기꾼으로서 타고난 재치 있는 입담과 아프리카 대륙을 바라보는 독자적 시각 덕분이다. 최준영 전문위원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전기 자동차와 관련한 자료를 찾던 중 배터리의 주재료인 코발트가 주로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 DRC)에서 채굴된다는 사실을 알면서였다.

그는 코발트가 해외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됨에도 불구하고 주산지인 DRC가 여전히 가난하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고 그때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최준영 전문위원 자신이 아프리카를 공부한 동력이 오롯이 재미와 즐거움 이어서였을까. 사람들은 그가 풀어내는 아프리카 이야기에 열광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다

라디오와 팟캐스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을 소개했다. 외교부에서 개최한 ‘아프리카 편견 깨기’ 워크숍에 연사로 초빙되어 강단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아프리카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아프리카는 내 전공이나 직무와도 전혀 무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를 다년간 공부하고 관찰한 배경은 매우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현재 법무법인에 적을 두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변호사라고 어림짐작한다. 하지만 나는 공학 박사다. 조경학을 전공하고 환경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내 첫 직장은 문화관광부였다. 문화관광부에서 환경 전문가를 뽑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드물다. 환경 전문가는 환경부에서 뽑을 일이니. 그런데 내가 박사 과정을 수료할 무렵, 문화관광부에서 환경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났다.

무척 의외의 채용이었던 만큼 나는 신문을 무심코 넘기던 손을 잠시 내려놓고 유심히 들여다봤다.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기업도시를 계획하던 때였다. 그 정책에서 관광·레저형 도시가 한 축을 이뤘는데, 이 분야에 문화관광부가 관여했다. 이때 레저 사업에 있어 골프장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모델이었는데, 문제는 골프장을 지으려고 하면 번번이 환경 단체와 부딪힌다는 점이었다.

지구본연구소 유투브 컨텐츠 목록

문화관광부 관료들에게 환경은 낯선 주제였던 만큼 환경 단체와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내부에 환경 전문가를 둘 필요를 느꼈다. 나는 운 좋게도 문화관광부가 환경 전문가를 채용하는 아주 드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내가 소속된 부서는 국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꾸려진 일종의 대책위원회였던 만큼 정권이 바뀌고도 계속 유지될지 의문이었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무렵, 국회에 입법조사처가 신설되어 환경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봤다. 그것도 문화관광부 채용 공고를 발견했던 때와 같은 신문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보통 사람들은 국회 구성원 하면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외에 국회를 꾸려 나가는 사람과 기관은 많다. 그중 하나가 국회 도서관이다. 해외에서 의회 도서관은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취합해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 도서관은 아직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갖추지 못하여 국회에서 그 역할을 대신할 입법조사처를 2007년 조직했다.

입법조사처는 쉽게 말해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취합하여 전달하는 기관이다.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해외의 유사 사례들을 비교 분석하여 실효가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에 반영할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한다. 특히 환경 분야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많이 뒤쳐져 있었던 만큼 해외 사례를 들여다볼 일이 더 잦았다. 그러던 중 2008년 8월 1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건국 60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녹색성장을 언급하며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가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국회와 공기업들이 분주해졌고, 덩달아 나도 바빠졌다. 그때부터 기후변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됐다. 나는 국내에서 우리가 관련하여 할 수 있는 활동과 국제사회에서 친환경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의 협상 결과를 모니터링하며 환경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아야 했다.

국제기구의 협상 결과를 외교부나 산업부로부터 전달받을 수 있으나 더 발 빠르게 정보를 얻기 위해 UN 웹사이트에 들어가 회의록 초안을 들춰보기도 했다. 그때부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제관계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나는 뜻밖의 흥미를 느꼈다. 차라리 전공을 국제관계학을 선택하는 게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

전기 자동차를 통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다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을 주제로 자료를 들여다보면 늘 에너지 이슈가 등장했다. 하루는 전기 자동차를 알아봐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주로 의원실에서 전기 자동차와 관련하여 문의하는 내용은 ‘전기 자동차를 얼마나 보급해야 하나’ 혹은 ‘전기 자동차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느냐’ 등이었다.

전기 자동차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던 중 나는 전기 자동차가 기존의 자동차보다 비싼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반 자동차보다 부품도 적게 들어가고, 바퀴도 똑같이 네 개에 고무바퀴를 쓰는데 말이다. 심지어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터는 일반 자동차의 엔진보다 더 값이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 자동차의 가격이 더 높은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배터리가 비싼 이유를 찾는 데 몰두한 것은 어쩌면 나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최준영 박사는 팟캐스트 '신과 함께'라는 팟캐스트에 고정패널로 출연했다.

배터리의 구성 요소는 니켈, 코발트, 카드뮴이다. 이중 무엇이 전기 자동차의 가격을 올리는 주범인지 궁금하여 에너지 사업을 하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담당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입을 모아 요즘 코발트 값이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코발트는 어디서 나며, 왜 비싼 것일까. 검색해보니 코발트는 DRC에서 가장 많이 났다. 코발트가 비싼 이유를 들여다보다가 문뜩 예상 밖의 궁금증이 생겼다. 코발트가 국제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데 왜 DRC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이었다. 궁금증을 해소할 방법은 간단했다.

나는 DRC와 관련된 서적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자료가 거의 없어 해외 사이트에서 책을 구했다. 코발트 때문에 DRC를 들여다본 것인데, 책을 읽다 보니 1990년대 뉴스를 통해 접했던 르완다가 자꾸 등장했다. 두 나라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찬찬히 정보를 맞춰보다가 DRC가 아프리카 대륙 한복판에 있는 하나의 독립된 국가인 동시에 주변국들과 ‘아프리카판 세계대전’이라고 부를 법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DRC와 더불어 르완다, 앙골라, 나미비아 등의 국가들이 복잡한 구조로 얽혀있으며 다들 코발트 사업에 한 발씩 걸쳐 놓은 형국이었다. 무척 흥미로웠다.

그때부터 각종 뉴스 사이트에서 아프리카 관련 키워드를 등록하고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아프리카 기사를 읽다 보니 자꾸 중국이 등장했다. 아프리카와 중국의 관계가 궁금하던 찰나, 월스트리트저널이 르포 기사 하나를 대서특필했다. 이 기사에는 DRC의 한 현지인 가족이 코발트 광산의 열악한 환경에서 아무 장비 없이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는 모습이 생생히 기록됐다.

이때 코발트를 채굴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과정을 몸집이 가장 작은 어린 아이가 담당했다. 엄마와 다른 자녀들은 막내가 캐낸 흙더미에서 코발트를 우선 선별하여 이를 머리에 이고 그늘 한 점 없는 먼 길을 걸어갔다. 그런데 그들의 종착지에는 엉뚱하게도 중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파라솔 그늘 아래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쉬는 모양새였다.

가만, 중국 사람들이 왜 거기서 나오지? 순간 궁금증이 밀려와 그 자리에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계속 알아봤다.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에 국가 차원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막대한 인력을 보냈다. 중국인이 얼마큼 진출해 있는지 궁금하여 자료를 뒤지다가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을 읽으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중국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터를 잡고 사업체를 일구는 등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아프리카를 찾은 이유는 대체로 ‘중국이 답답해서’였다. 중국이 싫거나 좁고 답답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 진출해 있었다. 세상에 전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던 두 대륙 사이의 상관관계가 그때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문득 대학생 때 중국 관련 포스터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의아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들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내가 아프리카에 막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은 미국과 영국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에 지나칠 정도의 관심과 투자를 쏟고 있다는 고발성 기사가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외교부 워크숍

나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가 궁금하여 들여다보던 중 아프리카를 하나의 지역으로 볼 일이 아니며 유럽도 미국도 중국도 아닌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장에서 폴란드 출신의 기자가 쓴 아프리카 르포 에세이 <흑단>과 <르몽드 세계사> 등의 책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일련의 행동들은 순전히 개인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프리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으로 거듭나다

국제관계를 향한 관심은 세계 여러 국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아프리카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나는 아프리카를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렇다고 특정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취미 활동이었다. 나는 매년 봄이면 바빴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여러 매체에서 패널로 나와 주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중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팀과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다.

하루는 미세먼지 이야기를 해달라며 PD로부터 연락이 왔길래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모든 매체가 다루는 미세먼지 이야기는 지겨우니 전 세계 국가 이야기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담당 PD가 관심을 보여 그해 봄에는 미세먼지 대신 간략하게 국제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 설명했다. 그때 반응이 괜찮았는지 하루는 이진우 기자가 연락하여 자신이 참여하는 팟캐스트에 책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갑자기 출연자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대신 출연해주기를 요청했다.

<김동환 이진우 정영진의 신과함께>라는 팟캐스트 방송이었다. 나는 무슨 책을 소개할지 고민하다가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이라는 책을 가져갔다. 한 회를 메우는 게 원래 계획이었으나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제법 흥미로웠는지 6회에 걸쳐 그 책을 필두로 지정학적 관점으로 미국 역사와 현 상황을 풀어 설명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 책이 출간된 지 몇 달이 지나 매대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어느 날 교보문고에 가보니 베스트셀러 4위에 올라 있었다. 새삼 팟캐스트의 위력을 실감했다.

자연스럽게 고정 패널이 되어 매주 책을 소개하던 중 하루는 이진우 기자가 이제는 책 없이 빈손으로 와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내가 관심 있는 국제관계를 설명하되, 코너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특정 국가를 지정하여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면 좋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잘 아는 국가는 아무래도 나보다 더 잘 아는 전문가가 많고 시청자들도 지겨울 테니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국가들 위주로 하기로 결정했다.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파키스탄과 스리랑카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주제를 점점 인도양에 속한 섬나라로 옮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대륙으로 넘어갔다. 나는 DRC와 르완다를 각각 2편에 걸쳐 소개하며 일전에 재미삼아 한 공부가 이렇게 쓰이는구나, 새삼 놀랍고 신기했다.

청취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람들 대부분이 눈물을 흘렸다고 할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나는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라이베리아까지 소개했고 그때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외로 아프리카 대륙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프리카와 접점이 없어서 몰랐을 뿐, 기회가 닿는다면 호기심이 증폭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구독자가 9만3천 명이 넘는 팟캐스트여서인지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실감할 만한 반응이 감지되기도 했다. 여러 매체에서 아프리카 관련 인터뷰를 요청하는가 하면, 하루는 공군사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연락하여 생도들에게 특강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지 고민하던 중 나는 생도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시점을 20년 후로 감안하고 그때를 대비해 미리 알아 두면 좋을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결심했다. 바로 아프리카와 중국의 관계였다.

너무 생각하지 못한 주제여서 근심이 컸지만, 반응이 꽤 괜찮았다. 그 후 외교부에서 ‘아프리카 편견 깨기’ 전문가 초청 워크숍에 연사로 초대받았을 때 나는 학교에서 반응이 좋았던 아프리카와 중국의 상관관계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이야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진정한 아프리카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선무당인 내가 강연을 하려니 많이 긴장되고 떨렸으나 한편으로는 감격스럽기도 했다.

나는 특히 두 대륙의 관계를 들여다보며 중국이라는 나라를 새삼 새로이 보기 시작했다. 중국은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상과 달리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였다. 자신들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196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도움을 요청하자 이를 뿌리치지 못하고 의료진을 보내고 철도를 건설했다. 왜 그랬을까, 영문이 궁금하여 뒤져보니 덩 샤오핑(鄧小平)이 파리에서 유학하던 시절 아프리카 대륙 출신의 친구들과 어울려 개혁 개방을 외친 까닭이었다.

그 보답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 사회에서 여러 차례 중국의 편에 서주기도 했다. 중국과 아프리카는 오래된 교우지간인 격이다. 현재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여러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지인이 많다. 하지만 대체로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선호하는 눈치다. 제국주의를 경험한 현지 사람들의 견해가 외부의 시각보다 더 객관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중국처럼 아프리카에 금전적, 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까. 내 생각은 다르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중국처럼 아프리카에 대대적으로 투자했으나 그들 대부분이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이유는 물적, 인적 자원은 물론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영국이 건설한 항구는 영국이, 프랑스가 설치한 철도는 프랑스가 독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시대가 아니다.

중국이 형성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아프리카와의 교류협력 과정이 훨씬 더 수월해진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조업에 관심이 많다. 제조업의 영역을 넓히고 싶어 한다. 우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조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중간재, 외부재 등을 조달하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여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안전하겠다.

동시에 국내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인력을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 혹은 유학생으로 간주하지 말고 그들을 귀한 자원으로 여기는 태도도 필요하겠다. 그들이 국내에 머무를 때부터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면 미래에 아프리카와 협력하는 데 소중한 인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또 중국처럼 아프리카 국가 출신 학생들에게 유학의 기회를 열어 교류의 장을 넓히고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나는 아프리카와 관련한 일련의 활동을 전개하며 이토록 잠재력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고 거대한 대륙인 아프리카를 다루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단순 호기심에서 시작해 열정과 애정으로 공부한 결과 나는 ‘아프리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게 되었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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