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⑱] 생물공학자의 시선으로 아프리카의 선순환을 이야기하다 – 김진우 미르존몰약연구소 연구소장
[아프로⑱] 생물공학자의 시선으로 아프리카의 선순환을 이야기하다 – 김진우 미르존몰약연구소 연구소장
  • 김진우 미르존몰약연구소 연구소장
  • 승인 2021.09.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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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RO’는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외교부 한·아프리카재단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소개한 책을 두 권 펴냈다. ‘Af-PRO,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는 제목의 단행본들이다. 한·아프리카재단의 허락을 받아, 이 책의 내용을 연재한다.[편집자주]

기독교인이자 식품과 생물공학을 전공한 김진우 연구소장은 성경을 보며 의구심을 품었다. 동방 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선물한 예물에 낯선 물질이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몰약이었다. 생물공학을 공부한 사람도 모르는 물질이 과연 예물로서 합당했는지 합리적 의심을 품은 김진우 연구소장은 그때부터 사비를 털어 몰약을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2002년부터 오늘날까지 많은 시간과 돈, 수고를 들여 몰약을 파고든 결과, 김진우 연구소장은 끝내 국내 최초로 몰약을 이온화하여 발효하는 데 성공했다. 몰약을 발효한 것은 어쩌면 세계 최초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몰약에는 고대부터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썼을 정도로 강력한 방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의 생성과 활동을 차단하는 몰약을 발효하는 데 성공하면서 비로소 몰약을 이루는 성분 중 인간에게 이로운 요소의 효과를 안정화하고 극대화할 수 있었다. 김진우 연구소장이 이끄는 미르존몰약연구소는 에티오피아산 몰약을 활용하여 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친환경 비료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인간과 식물에게 그랬듯 동물에게도 몰약이 이로울 수 있는지 연구 중인 김진우 연구소장은 몰약을 통한 지구의 선순환을 꿈꾼다.

성경에서 몰약을 발견하다

몰약에 관심을 갖은 것은 생물공학자이자 기독교인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성경을 펼칠 때마다 궁금했다. 팔레스타인 동쪽에서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선물한 예물이 합당했는지 말이다. 동방 박사들은 아기 예수에게 황금, 유황, 몰약을 선물했다. 당시 왕권을 상징하던 황금은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고, 유황 역시 제사 때 향을 피우는 목적으로 사용했던 물질로 신권을 상징한다는 측면에서 납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몰약은 어떨까? 아니 몰약은 도대체 무엇일까? 몰약이 예물로써 합당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일순간 생물공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낯선 물질이 무엇인지, 또 어떤 차원에서 예물로 쓰였는지 따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몰약을 향한 지적 열망은 떨쳐낼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부풀어 올라 2002년부터 비로소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몰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문헌을 뒤졌다. 내게 몰약의 존재를 처음 알게 한 성경을 찬찬히 뜯어보니 이 불가사의한 물질은 예수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등장했다. 태어날 때는 동방 박사가 선물하더니 숨을 거둔 후 장례를 치를 때는 제자인 니고데모가 몰약을 바쳤다. 또 성경에 ‘머리에 기름 부은 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때 머리에 기름 부은 자는 왕을 의미하며, 기름은 몰약에서 나온 것을 가리킨다고 했다.

한편, 이집트에서는 기원전부터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가 썩지 않게끔 미라를 만들 때 붕대에 몰약 성분을 발랐다고 한다. 미라(Mirra)의 어원이 몰약(Myrrah, 미르라)에서 유래했다고도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중세 때 사람들이 만병통치약으로 여긴 ‘무미야’라는 약이 미라를 갈아서 만든 약이라는 주장이다. 중세 사람들이 미라를 잘게 갈아 만든 가루를 감기나 두통 등의 가벼운 증세부터 간질, 중금속 중독 등의 심각한 질병에 이르기까지 널리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다소 괴기하고 황당한 기록을 조사한 학자들은 시체를 감싼 붕대에 묻어 있던 몰약 성분에 주목했다. 시체가 부패하지 않게끔 강력한 방부 기능을 한 몰약이 인간의 다양한 질병에 약효를 보였으나, 정작 중세 사람들은 그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해 미라를 통째로 갈아서 약으로 만들었으리라고 그들은 추측한다. 이쯤 되니 몰약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렇듯 고대로부터 우수한 효능을 인정받아 귀한 대접을 받은 몰약이 오늘날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과연 몰약에는 어떤 성분과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나는 우선 몰약부터 구했다. 인도를 거쳐 국내에 수입된 몰약은 밤색 계열의 단단한 덩어리로 얼핏 봤을 때는 산호초 같기도 하고 암석 같기도 했다. 실제로 몰약은 감람과에 속하는 동명의 나무가 분비하는 수지로, 나무에 상처를 내어 채취한다. 점도가 높은 갈색의 투명 액체인 수지는 공기와 닿으면 산화되어 돌처럼 굳는 성질을 지녔다.

사람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물질, 몰약

몰약을 구한 나는 그 정체를 샅샅이 밝히겠다는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우선 어떤 원소로 이뤄져 있는지 알기 위해 이온화를 해야 했다. 이온화란 전해질이 용액 속에서 양이온이나 음이온으로 해리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런데 물, 에탄올, 메틸알코올 등 아무리 다양한 용매를 이용해도 몰약은 이온화되지 않았다. 갖은 수를 써 봐도 계속 실패했다. 학자로서 오기가 생겼다. 나는 따로 개인 연구소를 차려 몰약을 이온화하는 일에 매진했다. 끝내 간절히 열망한 대로 몰약을 이온화하는 데에 성공했으나,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후였다.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했다. 때로는 포기하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다. 어렵사리 이온화한 몰약에서 인간에게 해로운 성분을 빼내고 이로운 성분들의 효능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극대화하기 위해 나는 발효에 도전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몰약은 시체를 수천 년 동안 썩지 않는 미라로 만들 만큼 강력한 방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애초에 효모나 세균이 활동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몰약을 발효시키는 것은 논리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도저히 이온화한 상태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꼭 발효에 성공해야 했다. 왜냐하면 워낙에 강력한 물질이다 보니 이온화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인간에게 해로운 성분이 남아있으며, 이로운 성분의 효과를 안정화하고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발효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시간과 열정, 비용을 쏟아 부은 결과 나는 마침내 몰약을 발효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정말 흥미로우면서 강력한 효능을 가진 두 개의 성분을 발견했다. 하나는 살리게닌(Saligenin)이라는 성분으로 염증인자를 억제하고 진통 억제에 도움을 준다. 이 살리게닌을 산화하여 아세틸화(acetylation)하면 놀랍게도 아스피린(aspirin)의 성분이 된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몰약에서 항염, 통증 완화, 해열 효과를 지닌 성분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서 다가 아니다. 2-하이드록시메틸푸르푸랄(2-hydroxymethylfurfural)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을 추출했다. 이 둘을 각각 찾아 추출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둘이 결합하면 우리 몸속 효소를 활성화시키고 약효는 확산성을 띤다는 점이다.

사실 지구상의 많은 식물들이 항염, 항균, 항산화 성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약효는 유의미하다고 여길 정도로 뛰어나지 않다. 한편, 몰약에서 살리게닌과 2-하이드록시메틸푸르푸랄을 추출하여 발효하면 약을 대체할 정도로 효능이 강력해진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실제로 나는 이 두 성분의 약효와 관련해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특허를 받았다. 하나는 ‘감람나무 수액을 이용한 건강식품 및 그 제조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몰약 및 전통약재 혼합 소염통증완화제의 제조방법 및 이를 이용하여 제조된 소염통증완화제’로 국내에서 몰약과 관련하여 특허를 받은 최초의 사례였다. 나는 이 성분을 MHS90이라고 명명한 후 상표를 등록했다.

지구 환경 전체를 이롭게 할 가능성을 발견하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몰약을 연구한 나는 특허를 받고 상표 등록을 한 뒤 소속된 연구소를 떠나 몰약 연구에 전적으로 매진하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학자로서의 호기심과 이윤 추구가 주된 동력이었다. 특히 신소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인생 역전을 꿈꾸며 지난한 시간을 이겨낸다. 나도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들었다. 사람의 몸에 들어가 염증과 통증을 없애는 MHS90이 식물에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안 직후였다.

2015년 태안의 한 유기농 인증 농가와 MOU를 체결해 몰약을 활용한 농작물 재배 실험을 했다. MHS90의 메커니즘이 사람이 아닌 식물에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나서 나는 이 물질의 확산성에 또 한 번 놀랐다. 더불어 ‘선순환’이라는, 앞으로 추구할 새로운 가치를 정립했다. 지구의 땅은 농약과 화학 비료의 남용으로 시름시름 병을 앓고 있다.

농약과 화학 비료로 땅속에 곰팡이 같은 나쁜 미생물만 남고 좋은 미생물은 사라지니 당연히 농작물은 제대로 크지 못한다. 작물이 기대만큼 크지 않으니 농부들은 더 많은 농약과 화학 비료를 땅에 뿌리며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만약 MHS90을 농사에 활용한다면 농약과 화학 비료를 따로 뿌릴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유기농법으로 환원되어 악순환은 곧 선순환으로 전환될 것이다. 2016년 몰약을 활용한 농작물용 항균제제 특허를 받은 후 나는 한 차원 높은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MHS90의 메커니즘이 동물의 경우에도 작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동물에까지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인간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동식물이 그들의 건강과 안위를 공격하는 현대의 많은 문제들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질 터. 공장식 사육이라는 비상식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 탓에 면역력이 떨어진 가축들은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을 맞는다.

강력한 화학 물질로 인해 자체 면역력을 잃은 가축의 병든 살과 내장, 뼈는 결국 우리의 식탁에 고스란히 오른다. 또 가축들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집단 사육되기 때문에 전염병이 돌면 지금처럼 농가에 속한 모든 개체들을 살처분해야 한다. 만약 MHS90이 인간과 식물에게 그랬듯이 동물에게도 항염, 항바이러스, 항균 효능을 나타낸다면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 등을 주입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가축들의 복지도 보다 더 확보할 수 있으며, 나아가 축산으로 인한 땅과 물의 오염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테다. 상상해보라. 식물이 건강해지면 이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이 건강해지며 동식물이 건강해지면 이를 고루 섭취하는 우리 인간이 건강해진다. 또 동물의 사육 환경이 개선되면 땅과 물의 오염이 줄어들며 궁극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과 식물들이 건강해진다.

선순환의 고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맞물리며 지구 환경이 한결 더 편안해지는 것이다. 나는 그날을 꿈꾸며 소명의식을 가지고 현재 항균사료첨가제를 연구하고 있다. 이미 관련하여 유의미한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으며, 뜻밖에도 어느 한 농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어가는 가축에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먹던 MHS90 보조제를 줘서 살린 사례도 접했다.

시바 여왕의 몰약을 찾아 나서다

이쯤 되니 현지에 가서 몰약을 직접 보고 양질의 제품을 찾아 직수입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하여 나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로 향했다. 몰약나무가 아프리카대륙에서 자생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으며, 그전까지 내가 써온 몰약 또한 인도를 거쳐 국내에 수입된 아프리카산 제품이었다. 몰약나무는 에티오피아 외에도 여러 아프리카국가에서도 자생했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 속에는 에티오피아밖에 없었다.

몰약나무가 에티오피아에 자생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 내 마음을 유독 끄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시바 여왕이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과 지혜를 겨루기 위해 예루살렘을 찾았을 때의 이야기다. 시바 여왕은 어떤 질문에도 술술 답하는 솔로몬 왕의 지혜에 탄복하여 가지고 온 금은보화와 향신료를 모두 선물했고, 이에 대한 답례로 왕도 여러 귀한 물건을 선물했다. 이때 솔로몬 왕이 준 선물 중 하나가 몰약나무였다는 설이다.

나는 그냥 몰약이 아닌 시바 여왕이 쓴 진짜 몰약을 직접 보고 이를 국내에 들여오고 싶었다. ‘시바 여왕의 몰약’이라는 스토리를 가진 제품을 직수입했을 때 파생되는 이점도 분명히 있지만, 나는 그 이상을 상상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양질의 몰약을 찾은 후 거기에 내가 가진 기술을 더한다면 현지의 식량 문제를 해소하는 데 보탬이 되리라고. 나는 당시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의 쉬페로 자르소(Shiferaw Jarso) 대사를 만났다. 설명을 들은 쉬페로 대사는 내게 자국의 농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몰약의 존재는 알지 못했다. 몰약은 에티오피아에 분명 있지만, 지역 사람들에게조차 거의 잊히다시피 한 게 분명했다.

2016년 비로소 나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 도착했다. 대사관에서 소개해준 사람들과 몰약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아무도 몰약을 알지 못했다. 답답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 수소문한 끝에 바이다르라는 지역에 몰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무작정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가 바이다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몰약을 만나는 순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기였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몰약나무를 찾아 산속으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크게 낙담하자 길잡이가 되어준 현지인이 마을에서 몰약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당장 마을로 달려갔다. 진짜로 마을의 부녀자들이 큰 솥에서 무언가를 골라내고 있었다. 곁에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고 보니 몰약이 아닌 유황이었다. 하지만 좌절하기엔 일렀다. 재차 들여다보자 그들이 솎아내는 물질 중 몰약이 일부 섞여 있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그것의 정체를 물었다.

그들은 몰약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현지에서 부르는 이름이 달랐을 뿐이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몰약을 ‘카르베’라고 불렀다. 뛸 듯이 기뻤다. 우기에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청나일 폭포도 잠시 얼굴을 내비치며 내게 불어온 행운에 힘을 보태줬다. 기쁜 마음으로 아디스아바바로 돌아왔더니 나를 배웅한 사람들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알고 보니 바이다르에 시위가 일어나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었고, 그 다음날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나는 몰약을 의미하는 현지 언어도 알았겠다, 다음날 해 뜨자마자 시장으로 가서 몰약 샘플을 모았고 그중 가장 좋은 물건을 대량 확보하고 있는 상인을 찾아 명함을 주고받은 뒤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했다. 정말 숨 가쁜 하루였지만, 극적으로 에티오피아산 몰약을 국내 최초로 직수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아프리카재단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나다

지난해 11월 한·아프리카재단이 개최한 ‘청년스타트업/중소기업 제품 현지전시회’에 참가하여 에티오피아에 소재한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본부에서 제품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다. 2019 아프리카산업화주간(Africa Industrialization Week)에 개최된 전시회라서 아프리카 전 대륙에서 온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곳에서 나는 뜻하지 않게 귀한 인연을 만나 연구 사업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에티오피아에서 대규모 철강 사업을 이끄는 한인 회장과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큰 부지를 가진 현지 사업가였다. 한인 회장은 에티오피아에 달러가 부족하여 철제 자재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내 앞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함께 공감하던 나는 문뜩 뜻밖의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비료 공장을 짓는 것이었다.

철제와는 다르게 몰약 등 비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자재가 에티오피아 내에 있으니 얼마든지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한인 회장은 내 제안에 무척 솔깃해 했다. 전시회를 다녀와 현재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인 쉬페로 쉬구테 월라사(Shiferaw Shigutie Wolassa) 대사에게 둘이 나눈 대화를 전했더니 본인이 농림부 장관 출신이어서 특히 더 관심이 있다며 이왕 하는 것 크게 하라고 조언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또 다른 현지인 사업가는 자신이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큰 부지를 가지고 있으니 그곳에 함께 몰약나무 농장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직접 몰약을 생산한다고 상상하니 그 이상 짜릿할 수가 없었다. 이때 내가 개발하여 특허 받은 농작물용 항균제를 활용한다면 몰약나무의 생장 속도를 더 당길 수 있을 터. 두 가지 중요한 사안을 두고 준비 단계에 착수하려던 찰나, 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 세계에 드리웠다. 어쩔 수 없이 잠시 보류했지만 우리뿐 아니라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도 서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업인 만큼 언젠가 꼭 재개되리라고 기대한다.

식품과 생물공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에티오피아는 바이오 사업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지니고 있다. 평균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연중 온화하며 땅은 화산재로 이뤄져 있어 비옥해서 식물이 잘 자란다. 우리나라는 한약재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이때 문제는 중금속이다. 중국산 한약재에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어 반송되는 경우가 많다.

에티오피아는 아직까지 중국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지 않다. 한약재를 포함한 약재나 특수 작물을 에티오피아에 심어 현지에서 연구하고 수출 혹은 수입한다면 두 나라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다. 더불어 에티오피아에는 몰약처럼 이미 희귀한 식물 자원들이 풍부하다. 현지 사람들이 화장품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바이오산업 중에서 특히 화장품 산업의 전망이 밝아 보인다.

나는 에티오피아가 간직한 보물 덕분에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내고 스스로 자부할 만한 족적을 남겼다.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선순환의 철학에 따라 에티오피아로부터 받은 도움을 언젠가 환원하고 싶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현지에서 몰약나무 농장과 비료 공장을 짓는 일을 거들어 그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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