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하바로프스크 ‘아리랑 민족간문화센터’를 찾아서
[참관기] 하바로프스크 ‘아리랑 민족간문화센터’를 찾아서
  •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 승인 2021.09.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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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출신 백규성 회장이 운영… 사비를 털어 민족간 화합 추구
백규성 하바로프스크 고려인연합회장

9월6-7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한국 측 발표자로 초청받아 참석했다. 2차대전 종전 후 진행됐던 ‘하바로프스크 전범재판’을 기념한 대규모 국제학술포럼이었다.

포럼에는 푸틴 대통령이 기념사를 보내왔고,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 등 장관급 인사만 약 10여명이 개회식에 참석했다. 세계각지에서 행사에 참석해 논문을 발표한 학자들이 100여명에 이르는 등 큰 성황을 이루었다.

나는 하바로프스크 고려인연합회 백규성 회장과 그의 활동들에 대해서 예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행사 참석 일정들이 바빴지만, 지역 고려인사회를 대표하는 백규성 회장을 잠시라도 찾아보고 싶었다.

백규성 회장은 사할린 출신으로 러시아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잘 구사하는 분이다. 민주평통 블라디보스톡협의회 회장도 역임했다. 그동안의 봉사활동과 한러 간 교류협력에 기여한 공로가 높이 평가받아 여러 차례 한국과 러시아에서 표창을 받았다.

백 회장은 현재 하바로프스크에 ‘아리랑 민족 간 문화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 도착하자 백 회장은 건물 앞에까지 나와서 맞이하며 아리랑 센터의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센터는 3층 건물로 규모가 상당히 컸다. 1층은 대강당과 전시실로 2층은 강의실과 각종 문화교실로 3층은 사무실 등으로 이루어졌다.

방문했을 때가 오전 시간이었는데도, 강의실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1층 전시실엔 러시아지역에서 한국독립운동에 헌신한 여러 애국지사들을 소개하는 사진과 글들이 벽면들에 길게 전시되어 있었다.

백규성 회장 사무실에 들어서니 책상 위에 러시아기, 하바로프스크기, 그리고 한반도기가 함께 어우러져 놓여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지역 고려인 동포 사회단체의 사무실엔 통상적으로 러시아기, 한국 태극기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고, 혹은 북한 인공기까지 함께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

왜 한국 태극기는 보이지 않고 한반도기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지 그 이유를 묻자, 백규성 회장은 “고려인들이 한반도를 떠나올 때는 한반도에 한 개의 국가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남북이 갈라져 두 개 국가가 존재한다. 자신은 남북이 다시 하나 되는 그날을 기원한다. 그리고 조상이 한반도를 떠나올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 그래서 책상 위엔 한반도기를 놓았다”고 답변했다. 백규성 회장의 이러한 답변에서 회장의 특별한 조국사랑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함께 읽혔다.

백규성 회장은 그동안 하바로프스크 고려인연합회가 진행한 각종 문화행사와 한국어교육, 각종 문화교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고려인연합회에서 발행한 책자들 그리고 현재 발행 중인 저널과 신문 등을 펼쳐 보여 주며 소개했다. 행사의 규모들이 크고 운영 중인 한국어 교실과 문화교실의 다양한 것이 적지 않은 감동을 주었다. 아리랑 문화센터의 활동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문화센터 활동들은 크고 작은 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하바로프스크에 한국기업이나 업체 등에서 센터 활동에 기여를 많이 하는가?”, “한국정부나 기관에서 회장님 활동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극히 자연스런 질문이었다. 하지만 백규성 회장은 이 질문에 정색하며 “모든 활동 비용을 자신이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아리랑 민족간문화센터 역시 본인이 사재를 내놓아 건물을 지을 땅도 사고 센터 건설 비용도 마련했다“고 강조해서 적지 않게 놀랐다.

문화센터가 왜 한민족 혹은 고려인 문화센터가 아니고 민족간문화센터일까? 이 질문을 던지자 백규성 회장은 “아리랑문화센터가 단순히 한민족만을 위한 센터가 아니다. 고려인뿐만이 아니라 하바로프스크에 거주하는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센터를 이용해 센터가 민족들 간에 화합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며 방문 다음 날이 8일에 센터 강당에서 큰 다민족행사가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백규성 회장은 자신은 지금은 생업을 접고 오직 고려인 동포들을 위한 봉사활동과 한러 간에, 남북러 간에 교류 협력을 위한 사회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하바로프스크의 바보”라고 부른다며 큰 소리를 내며 웃음을 웃었다.

나는 공식 일정에 쫓겨 부득이하게 백규성 회장과 만남을 짧게 접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에 담긴 선물을 주고받으며 아쉬움 마음을 달랬다. 아리랑 민족간문화센터는 이후에도 고려인사회의 지주역할을 했으면 한다. 하바로프스크 여러 민족들의 화합과 교류의 장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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