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㉖] 음악오디션 프로그램을 바라보다
[홍미희의 음악여행 ㉖] 음악오디션 프로그램을 바라보다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1.09.2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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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부쩍 많아졌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여전히 음악회나 가수들의 콘서트가 있기는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소리를 지르고 떼창을 하고 뛰는 열정적 현장의 매력은 많이 감소됐다. 또 좌석의 배치도 띄어 앉기를 해야 되서 모든 자리가 만석이 된다 해도 전에 비해 적은 인원만 관람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무대가 적어지니 연주자들이 설 곳이 없고 관객의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줄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관객 없는 무관중 진행이 가능하고 무대에 서기 어려운 가수들이나 데뷔하기 이전의 음악지망생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외에 오디션 프로그램은 방송국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로 이점을 가진다. 우선 기본적인 시청률을 보장받는다. 방송은 시청률 싸움이다. 가장 중요한 돈줄인 광고가 시청률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대박의 느낌이 나는 프로그램은 방영하기도 전에 광고가 밀려든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경우 최소한 그의 가족과 친구, 친지는 시청을 한다. 또 국민투표라는 이름을 붙여 투표나 시청자 참여의 방식을 띠게 되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또 다른 장점도 있다. 프로젝트 프로그램의 경우 기획단계에서 기본 출연자를 선발하고 최종단계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기간이 있어 프로젝트 하나면 최소의 방영기간을 보장받기 때문에 방송국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결과적으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놀면 뭐하니. MSG프로젝트, 슈퍼밴드, 싱어게인, 라우드, 국악전문 오디션인 조선판스타… 등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났고 개중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미스트롯2, 슈퍼밴드2 이런 식으로 시즌을 달리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오디션을 운영하다 보니 상위권에 진입할수록 개인적인 매력이나 천부적인 소질만으로 승부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래서 오디션의 준비를 돕는 전문학원과 트레이너도 많이 생겨났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 안에 든다는 것은 데뷔할 수 있고 스타가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소속사에 들어가 연습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기회를 보거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하거나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준비를 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연습생이 된다고 해도 가수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습생의 시간도 몇 년이 걸릴지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 방송국에서 실시하는 음악오디션 프로그램에는 가수가 되고 싶은 많은 지망생들이 모여든다.

그러나 얼마 전 방송된 놀면 뭐하니. MSG프로젝트는 단순히 가수로 데뷔하는 것이 목표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기존 가수 및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나중에 선발된 사람들의 일면식을 보니 이런 사람들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나 싶을 정도의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TV에 한 번 출연하기 위해서는 매니저와 기획사 또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많은 라인을 동원하고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노력한다 해도 그 기회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수 있다. 무대에 한번 서는 것은 연습생과 음악 지망생 뿐 아니라 심지어 일반 가수에게도 꿈같은 일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통과된 이들은 거의 몇 달에 걸쳐 그것도 공중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송에 고정으로 몇 시간씩 출연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선발된 MSG워너비는 ‘2021년에 데뷔한 MBC 소속 8인조 남성 보컬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SG워너비의 뒤를 이어 2000년대의 향수를 노린 것’이었기 때문에 방송국에서는 작곡자들을 지정하여 취지에 맞는 느낌으로 곡을 제작했다. 이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SG워너비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곡이 역주행되어 다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요즘은 옛날처럼 곡이 인기가 있으면 그 시기가 몇 개월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발표하고 일회성으로 인기를 얻고 또 지나가면 그만인 시대라서 가수들은 역주행이 더욱 고맙다.

이 곡을 만든 작곡자들은 일반 가수라면 곡을 받기 위해 몇 번을 찾아가서 부탁해도 쉽지 않을 정도의 사람들인데 곡을 흔쾌히 만들어 줄 뿐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십년도 넘었다는 작곡자까지도 프로그램에 나오는 성의를 보였다. 최고의 방송국이 팀을 만들고 그 과정을 노출시키면서 기대를 가지게 하고, 곡을 작곡해 주고, 녹음하고, 비디오도 찍고, 최고의 기술자들이 녹음된 것을 편집하고, 이미지, 멤버 간 케미, 이야기 거리, TV출연 등 모든 것을 기획하여 방송했다.

또 특정인을 상대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는 라우드가 있다. 시청률에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유명한 기획사 둘이 만들어내는 보이그룹은 기대를 가지게 했다. 그런데 중간에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외국에서 온 한 소년에게 “견딜 수 있겠는지, 자유를 버리고 살 수 있겠는지”라고 박진영이 질문한 것이다. 이 한마디에는 K-pop이 만들어지는 과정, 연습생의 외로움과 고단함 등이 함축되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소년은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가 자유를 버리는 순간 그는 이전의 자유로웠던 시절의 느낌과 감성 재능을 소진하면서 나머지 시간을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잘 훈련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면은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연습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악보가 너덜너덜해졌다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칭찬했다. 곡의 길이로 봐서 악보가 몇 장으로도 부족할텐데 싶었는데 출연자가 보고 있는 악보는 가사를 쓴 종이 달랑 한 장이었다. 노래가사에는 빼곡하게 여러 가지 기호가 표시되어 있다. 위로 올려라, 여긴 호흡을 길게, 느낌있게… , ↑, ↓, ∨, ⇝ 등의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기호가 그려져 있었다. 이는 악상기호나 나타냄말을 본인의 스타일로 풀어서 쓴 것이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편한 것이다. 고대의 악보 역시 가사위에 음을 기호로 표시하면서 시작됐고,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이 시대에는 악보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찍는 것이 됐다.

최종 선발자에게 곡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가수에게 곡을 줄 때 악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 녹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골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작곡한 노래를 녹음해서 가수에게 전달한다. 이를 가이드 녹음이라고 한다. 그러면 가수들은 가이드 녹음을 듣고 따라 부른다. 이 가이드 녹음이 중요한 이유는 그냥 멜로디를 안내하는 정도가 아니라 곡의 느낌 자체를 안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보로 전달하기 어려운 작곡자의 의도, 감정, 세기, 느낌, 소리의 강약 등 하다못해 호흡까지 쉽고 세밀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가이드 보컬은 아주 중요하고 실제 노래를 부르는 가수보다 더 잘 부르는 경우도 있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누구누구의 가이드보컬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경우도 꽤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입상자들이 특정 대학 출신이 많았던 적도 있었다. 이후 이 대학의 입시 경쟁률은 올라가고 이 대학 출신이라면 실력자라는 평가도 받게 됐다. 일반 대학의 실적은 취업률로 계산되고 교수들의 평가 역시 취업률로 평가받는다. 실용음악과의 경우 목적은 유명한 가수의 배출이므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입상한다는 것은 일반 대학으로 따지면 대박 취업률과 같다.

그러나 인기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해도 그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많은 우승자가 탄생했지만 그 이후의 몫은 개인의 것이다. 이미 오디션 기간 동안 개인의 이미지를 많이 소모하여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경우도 있고 우승자라는 타이틀 만으로는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실력과 특별한 콘텐츠가 그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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