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참전용사 돌보는 한국어 교사 서용권씨
美 참전용사 돌보는 한국어 교사 서용권씨
  • 연합뉴스
  • 승인 2011.07.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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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퇴역군인 초청 잔치 열어

"요즘 젊은이들이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그냥 생긴 게 아니고 누군가의 고귀한 피로 얻은 것입니다"

미국 미시간주 베리어 스프링스 공립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헨리 서(64ㆍ한국명 서용권)씨는 한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전도사로 미국인들에게는 6ㆍ25 참전용사의 친구로 통한다. 

 

서씨는 국내 대학에서 영문학 강사로 일하다가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줄곧 미국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가 6ㆍ25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의 퇴역군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2년 숙소 근처에 있는 공동묘지에 늘어선 참전용사들의 비석을 보고나서다.

전쟁 당시 세 살배기였던 서씨는 피난을 가면서 자신을 등에 업은 어머니가 "옷이 얼어붙으니 오줌 싸지 마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서씨는 한인 학생회 유학생들과 함께 미시간 지역에 사는 참전용사들을 위한 잔치를 열었다. 퇴역군인 10여명이 모였고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함께 부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게 시작한 잔치는 연례행사로 발전했고 30년째인 지난 5월에는 퇴역군인과 가족, 지역 학생 등 1만여명이 참가하는 초대형 행사가 됐다.

비행장을 빌려 연 잔치에서는 전쟁 당시 헬기와 수송기를 이용해 고립된 미군에게 미국 사탕 투시롤(tootsie roll)을 상자째 떨어뜨려 보급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서씨는 보훈처와 함께 '평화의 사도' 메달을 만들어 참전용사 36명의 목에 걸어줬고 서씨의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무용단이 한국의 전통 부채춤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서씨가 6ㆍ25 참전용사를 돌봐온 지난 30년 동안 '이기지 못한 전쟁'을 부끄러워하는 듯했던 퇴역군인들의 태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미시간 지역에 6ㆍ25 참전용사 모임이 새로 생겼고 시내 한복판에 6ㆍ25 참전 기념탑이 세워졌다.

 

서씨는 "참전용사들이 처음에는 꺼리던 6ㆍ25 참전 기념 모자를 요즘은 자랑스럽게 쓰고 다닌다"며 "당시에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나라였겠지만 지금은 달라진 국제적 위상 때문인지 참전으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한국어 수업시간에 종종 참전용사들을 일일 강사로 초청해 학생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한다. 나아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참전용사들의 '역사'를 글로 기록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내 한국어 교사들과 함께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에서 연수를 받으려고 방한한 서씨는 17일 "국가의 부름에 응한 참전용사들의 용기를 그들의 후손뿐 아니라 우리도 알고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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