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비행기는 어떤 단위를 사용할까?
[박철성 항공칼럼] 비행기는 어떤 단위를 사용할까?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0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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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발 사이즈가 높이 측정 단위로?

지난달 21일 우리 기술로 제작된 ‘누리호(KSLV-Ⅱ)’가 발사되어 고도 700km까지 도달했지, 위성 모사체를 분리하는데 필요한 속도인 초속 7.5 km (시속 27,000 km)에 미치지 못해 아쉽게도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3차원 공간을 날아오르는 지상에서와 다르게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으며, 정확하고 세분화된 측정단위가 필요하다. 특히 고도를 나타내거나 속도, 무게 등은 비행하는 데 있어서 항상 모니터되고 관리돼야 할 중요한 단위다.

지상에서 하늘길을 오가는 비행기에는 표준화된 단위 사용이 요구됐고 시카고 협약에 따라 ICAO ANNEX 5에서는 비행에 사용되는 단위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마다 사용하는 단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표준단위(SI units)와 선택적 단위(non-SI alternative units)로 분류하고 상호 간의 환산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민간 항공기는 지상에서 얼마만큼의 높이까지 올라갔는지를 알려주는 단위인 피트(Feet), 최대로 승객이나 화물을 싣고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의 무게는 파운드(Pound)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날아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노트(Kt)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위인 미터(metre), 킬로그램(kg), 시간당 거리(km/h)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이트 형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키티호크 모래사막에서 최초 비행기 형태의 ‘플라이어호’를 만들어 하늘을 날아올랐고, 찰스 린드버그는 뉴욕 루스벨트 공항을 이륙해서 파리 르 부르제 공항까지 세계 최초 무착륙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다. 이러한 원동력은 미국의 비행산업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었으며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비행 제작에 당시 그들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단위가 반영된 것은 전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이러한 Anchoring Effect(닻 내리기 효과)로 인해서 항공기 부품이나 계기판, 사용 매뉴얼들은 오늘날까지 비행단위 전환 시 막대한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계속적으로 항공산업의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비행 고도(Altitude)는 피트(feet)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미터로 환산하면 0.3048m이다. 피트의 유래는 헨리 1세 왕의 발 사이즈라는 속설이 있는데, 측정 길이가 큰 것은 당시 신발을 신은 상태로 길이를 잰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고도 단위로 미터(metre)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단위 차이는 공항 관제사와 교신 과정에서 피트(feet)에 익숙해져 있었던 화물기 조종사가 단위 착각으로 이륙 후 낮은 고도를 유지하면서 추락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하거나 또는 남아있는 양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단위는 파운드(lb)다. 파운드(pound)는 질량의 단위로서 예전에 어른 한 사람이 하루 동안에 먹을 수 있는 양의 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밀가루의 양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어원은 고대 로마 단위인 라틴어 리브라(libra)에서 유래했다. 1파운드는 약 0.45kg 정도로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와 같이 리터 부피 단위를 쓰지 않은 것은 비행하는 데 있어 이륙과 착륙 시 무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얼마나 빠르게 날아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위로는 노트(Kt)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 단위는 바다에서 배가 항해할 때 일정한 매듭(knot)으로 된 줄을 띄워서 1시간 동안 1해리(1.852 km) 거리를 가는 속도를 측정한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한국을 비롯한 노트(Kt) 단위가 다소 생소한 국가에서는 ICAO 표준단위인 시간당 거리(Km/h)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항공기는 이륙과 착륙 시의 최대 무게가 다르다. 따라서 공항 활주로를 이륙한 항공기는 기체결함이나 긴급환자 발생 시 바로 출발지로 회항해서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착륙할 수 있는 중량을 맞추기 위해 연료를 하늘에서 외부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착륙 중량에 도달할 때까지 소비한 뒤에만 내릴 수 있게 된다.

공항 게이트에 나타나지 않는 승객이나, 항공기에 탑승해서 갑작스러운 이유로 내리는 승객의 경우에는 해당 수하물도 항공기에서 하기되는데 이처럼 무게에 영향을 주는 정보들은 조종실에 알려져야만 한다.

캐나다에서는 급유 담당직원이 킬로그램(㎏)과 파운드(lb) 단위를 혼동해 급유하면서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있었다. Gimli Glider라고 명명된 이 사고는 1983년 7월23일 발생했는데, 승객 69명을 태우고 몬트리올에서 에드먼턴으로 가던 Air Canada 173편은 정비사의 실수로 비행에 필요한 연료의 45%만 채워지게 되고 지상 41,000 피트(12,500 m) 상공에서 연료가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 조종사의 비상절차와 무동력 글라이더 비행으로 근처 옛 공군비행장에 비상착륙 함으로써 기적적으로 모든 승객이 생존했다. 당시 피어슨 기장은 승객의 목숨을 구한 공로로 뛰어난 항공인에게 수여하는 FAI Diploma 상을 수여 받았고, 국내 항공사에서 1995년까지 근무하기도 했다.

1889년 국제도량형총회(General Conference of Weights and Measures)는 1차 모임에서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길이를 1,000 만분의 1로 나눈 단위인 미터를 국제표준으로 채택했으며, 2018 년 26차까지 4년마다 모여서 국제표준단위 기준을 협의해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행기에 적용되는 단위의 표준화는 쉽지 않고 ICAO도 선택적 단위(non-SI alternative units) 폐지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마다 익숙한 단위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자칫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표준단위와 병행 사용하면서 단일화하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 항공산업에서도 실제 생활에 사용 중인 Kg, Metre 등 표준단위(SI)에 대한 중·장기적인 적용계획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항공칼럼니스트,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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