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칼럼] 간담초월(肝膽楚越)이 우려된다
[淸河칼럼] 간담초월(肝膽楚越)이 우려된다
  • 박청하 논설위원
  • 승인 2010.07.02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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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魯)나라에 왕태라는 자가 있었다. 형벌을 받아 발이 잘렸지만 덕망이 높아 문하생이 많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상계(常季)가 공자에게 물었다.

"왕태는 죄를 지은 자인데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많고, 그 명성은 마치 선생님과 노나라를 둘로 나눈 형세입니다. 그는 별로 가르치는 일도 없으며, 그렇다고 의논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를 찾아갔던 사람은 반드시 흡족해서 돌아갑니다. 무언의 가르침이 있는 모양입니다. 몸은 비록 불구일지라도 덕이 넘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아니다. 그는 성인이다. 한번 찾아가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없었다. 나는 그를 스승으로 우러르고 싶을 정도이다. 노나라만이 아니라 천하를 이끌고 함께 따르고 싶을 만큼 존경하고 있다."

"그럼 그분은 도대체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일까요?"

"그는 사생(死生)을 초월하고 있다. 비록 천지가 무너지더라도 함께 떨어지지 않을 정도이고, 물(物)과 도(道)와의 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물(物)과 함께 움직이지 않을 만큼 변화로부터도 초월해 있다. 게다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이에 거스르지 않고, 도(道)의 근본을 잘 지키고 있다."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마음을 달리하는 자의 눈으로 보면 간담(肝膽)도 초월(楚越)이며, 마음을 같이 하는 자의 눈으로 보면 만물(萬物)은 하나다. 그 사람은 귀나 눈으로 외물(外物•마음에 접촉되는 객관적 세계의 모든 대상)을 좇지 않고 마음을 덕의 화합에 두고 있다. 사물의 같음을 보고 다름을 보지 않으며, 사생을 하나로 보고 있다. 비록 발을 잘렸지만 그것을 흙에 떨어뜨린 것처럼 조금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니 정말 훌륭한 인물이다."

장자(莊子) 출전의 간담초월(肝膽楚越)이란 고사성어는 ‘마음이 맞지 않으면 간과 쓸개처럼 몸 안에 있고 서로 관계가 있더라도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서로 등지고 만다’는 뜻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최근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서 “지방정부와 중앙당이 긴밀히 소통하여 정책공조하고 예산 확보하면서 서로 협력하기 위해, 현재의 지방자치위원회를 확대개편하고 격상하겠다”고 말했다.

무릇 지방정부가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턱없이 낮은 현 상황을 고려하면 중앙정부의 예산과 입법을 맡은 국회의 역할이 크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을 공천만 하고 손을 놓는 것은 책임있는 정당의 태도가 아닐 게다.

한데, 작금의 민주당 구상은 중앙당이 지방자치단체를 지배하려는 저의가 깔려있다는 의심이 든다. 정 대표가 한 언론에서 밝혔듯이 박준영 전남지사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이후 지방정부에 대한 당 우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만든 장치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정부를 중앙정치가 예속화하거나 중앙당이 속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정당정치는 책임 정치다. 정당 공천으로 당선된 사람은 당의 정강정책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또 “유능하고 아주 좋은 지방정부를 민주당이 운영한다면 그것이 '참 좋은 지방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풀이하면 지방정부의 정책을 중앙당이 통제하겠다는 말인데, 지방정부를 운영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치정부지 중앙당이 될 수가 없음을 민주당은 간과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는 지역을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이것을 중앙정부 혹은 중앙당이 통제한다면 굳이 예산을 낭비해가며 선거를 치를 까닭이 없다.

더구나 지방 주민의 여론이나 지역 사정을 무시하고 중앙정치의 전위대로 세운다면 지방자치는 지방의 발전은커녕 국론 분열과 행정 비효율만 키우는 천덕꾸러기에 다름 아니다.

지방자치에서의 정당 간 경쟁은 지역주민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키느냐 하는 실질적인 것이어야 하며,
중앙당은 지방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러한 노력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민주당이 내놓은 '참 좋은 지방정부위원회' 구상이 자칫, 주객이 전도되어 지방자치의 원칙을 훼손하면서 간담마저 초월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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