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세미나’ 열려… 재외동포재단, 한·쿠바문화친선협회, 한·중남미협회 공동주관
‘쿠바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세미나’ 열려… 재외동포재단, 한·쿠바문화친선협회, 한·중남미협회 공동주관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1.11.25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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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한인들이 쿠바 땅을 밟고 살아온 백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는 우리가 이들을 언제나 기억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기회가 돼야 할 것입니다.”

‘쿠바 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11월25일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한·쿠바문화친선협회, 한·중남미협회, 재외동포재단이 공동 주관한 이날 세미나에서 조갑동 한·쿠바문화친선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쿠바 한인 이민사를 간략히 먼저 소개하고, “오늘의 모임이 쿠바 한인들의 존재감을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는 행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쿠바 한인 이민사는 멕시코 한인 이민사와 관련이 깊다. 을사늑약이 체결되기 전인 1905년 4월4일 1,033명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떠나 약 한 달 뒤인 5월12일 멕시코 중서부 살리나 크루스항에 도착했는데, 이들은 유카탄반도 메리다 지역으로 다시 이동해 에네켄 농장에서 일했다. 용설란으로 불리는 에네켄에선 밧줄 재료가 되는 섬유 성분이 추출됐는데 한인들은 사실상 노예와 다름없이 혹사당하며 4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야 했다.

계약 후 한인들 중 일부는 도시로 갔고 일부는 다시 에네켄 농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중 270명이 제1차 세계대전 후 설탕 붐이 일었던 쿠바로 떠난 것이다. 멕시코보다 훨씬 생활 수준이 좋다는 소문을 들어 쿠바로 떠났지만, 사탕수수 농장 경험이 없는 많은 한인이 쿠바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설탕 가격 하락으로 노임이 줄어듦에 따라 일부 한인들은 하층민들도 꺼리는 에네켄 농장에서 다시 일해야 했다고 한다.

(왼쪽부터) 신숭철 한·중남미협회 회장, 조갑동 한·쿠바 문화 친선협회 회장,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왼쪽부터) 신숭철 한·중남미협회 회장, 조갑동 한·쿠바 문화 친선협회 회장,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고난의 행군은 끝날 줄 몰랐지만, 도착한 약 300명의 한인은 세월과 함께 1천여명으로 늘었습니다. 불가피하게 이들의 피는 섞여야만 했고 잃어가는 모국어도 되살려 보겠다는 노력도 했습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한인의 뿌리가 걸치기만 해도 내가 한인이라는 의식을 가졌으며 이에 대한 긍지를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한 조 회장은 주볼리비아대사, 주바르셀로나총영사, 주콜롬비아대사를 역임한 중남미 전문가다.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하기도 한 그는 쿠바 1세대 한인 임천택 선생의 딸인 마르타 임 김이 쓴 ‘쿠바의 한인들’이라는 스페인어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축사자로 나선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쿠바 1세대 한인 임천택과 그의 아들 임은조 선생의 삶을 소개했다. 다른 한인들처럼 멕시코 유카탄을 거쳐 쿠바로 간 임천택 선생은 1921년 쿠바에 들어가 마탄사스에서 정착했는데 대한인국민회 서기로 활동하면서 민성국어학교, 진성국어학교를 세우는 등 한인들이 조국의 언어를 잊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는 또 쿠바 3개 지방에 흩어진 한인지방회를 규합해 수도 아바나에 재쿠바한족단을 만들었으며 상해 임시정부와도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독립자금을 후원했다. 1930년 후반엔 대한여자애국단 쿠바지부 창설에 앞장서 쿠바에서의 조국 독립운동에 이바지했다. 그의 아들 헤르니모 임(임은조)도 아버지처럼 후손들의 한글과 한국문화 교육을 위해 노력했다. 쿠바 혁명영웅인 체 게바라가 산업부 장관을 지낼 당시 차관으로 함께 일한 경력도 있다.

“임은조 선생이 1천여명에 가까운 쿠바 한인들을 일일이 찾아내서 쿠바한인회라는 것을 조직했습니다. 그러나 쿠바는 우리하고 미수교국가이기 때문에 쿠바 정부가 인정하지 않아서 한인후손회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조직은 북한에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우리 정부도 미수교 국가라는 이유로 쿠바 한인들을 한인회장대회에 한 번도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김성곤 이사장은 “쿠바 한인들의 그리던 한민족 독립의 모습은 사실상 오늘날의 모습은 분명히 아닐 것”이라며, “그분들은 분명 남북한이 하나 된 우리 한민족을 원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엔 한병길 전 페루 대사, 손지용 도미니카공화국상공인협회 고문(전 미주뷰티서플라이총연합회장), 임효상 경희대 스페인어과 교수 등 30여 중남미·재외동포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신숭철 한중남미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추진하지 못했던 100주년 기념사업을 내년 1월 하반기에 현지에서 개최하는 것을 추진 중이며, 오늘 세미나 발표자들의 참여를 통해 이민 100주년 기념 백서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삼덕 위덕대학교 교수, 최윤국 전 배재대 교수, 최금자 한국외대 교수, 김진호 경향신문 국제전무기자는 △카리브해의 정체성 담론과 쿠바의 한인들 △쿠바 한글학교 운영과 모국 연계사업 △쿠바 한인사회가 한국 정부의 동포 정책에 주는 시사점 △쿠바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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