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미국이 아무리 위대하고 좋아도…
[이계송칼럼] 미국이 아무리 위대하고 좋아도…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1.12.0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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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한상대회를 계기로 오랜만 한국을 다녀왔다. 팬데믹으로 불안감이 극도에 달한 가운데도 대회는 무사히 치러졌다. 미주뷰티여성경영인협회 멤버로 참석했던 한 부부가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와 격리되었지만, 후에 검사 잘못으로 드러났다.

고국은 코로나에 대선정국까지 겹쳐 여야 간, 좌우간, 치열한 전투분위기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표정은 즐겁다. 잘 사는 모습을 어디 가나 볼 수 있다. 식당가는 맛을 즐기는 사람들로 꽉 찬다. 길거리에는 고급 외제차가 즐비하고, 시민들은 만개한 문화/예술의 꽃을 취미생활로 만끽한다. 국가가 제공하는 수많은 의료/복지 혜택으로 노인들은 고령에도 말년이 불안하지 않아 보인다. 단군 이래 이런 태평성대가 있었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역이민자들도 늘어가고 있다. 꿈에서도 그리던 조국, 그 품에서 말년을 즐기다 가고 싶은 사람들, 그들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 전국 곳곳 어디를 가나 아름답다. 잘 개발해 놓았다. 맛난 음식을 원하는 대로 즐기면서, 내 혀에 익은 내 나라말로 맘껏 수다도 떨 수 있다. 일찍이 고국 땅에 투자를 해 놓은 사람들의 말년은 또한 남다르다. 엄청 부자가 되었다. 아직도 기회가 많아 보인다. 내가 젊다면 미래 한국의 샌프란시스코, 남해에 투자를 하겠다. <독일마을>에 이어 <미국마을>까지 생겼다.

물론 볼썽사나운 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만남에서다. 문화의 차이일까. 대화의 중심이 나 자신이다. 서로 자신이 가진 것들, 가졌던 것들을 은근히 자랑하며 우월감을 드러낸다. 신분의 키 재기다. 저들은 쌍욕의 대상이다. 자기 얘기 만하고 남의 얘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무례 또한 여전하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외치지만, 대화문화의 미성숙을 말해준다.

한편, 완벽한 세대교체가 뚜렷하게 이루어졌다. 인간들이 다르다. 개성이 강하고, 말씨와 제스처도 다르다. 모두가 잘 생겼다. 입는 옷이 다양하고, 세련되었다. 서구화가 되어가는 그들에게서 옛 모습은 없다. 때로는 일본인들로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고향마을의 화롯불 같은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곳, 피를 나눈 형제자매, 가까운 친인척, 깨복쟁이 친구들과 학교 동창들이 살고 있는 곳, 그들도 이제는 머리칼이 하얗거나 빠져버린 노인들이 되었다. 윤곽만 옛 얼굴이다. 만남의 기쁨 속, 그들에게서 나를 보고 또한 슬펐다. 어느 초등 친구는 치매가 왔다. 안아주었다.

이제는 돌아가 편히 쉬고 싶은 나의 조국, 미국이 아무리 위대하고 좋아도 어찌 조국과 바꿀 수 있겠는가. 나만이 그런 게 아닐 거다. 앞만 보고 눈물겹게 살아온 우리들의 억척스러웠던 삶,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좌우도 살피는 여유도 좀 부려보시라. 고향 찾아 옛날로 돌아가 보면, 인생에 대한 새로운 생각도 갖게 될 것이다. 의외의 행운이 따를지 모른다. 조국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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