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03] 승일교 이야기
[아! 대한민국-203] 승일교 이야기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1.12.2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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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분단과정의 아픔이 배어 있는 다리가 있다. 남한과 북한의 합작으로 건설된 다리가 있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다리 ‘승일교’. 길이 120미터, 폭 8미터인 이 다리는 6.25 전쟁을 전후하여 건설되면서, 착공은 북한에서, 완공은 남한에서 이루어진 다리다. 현재 철원군 동송읍 장흥4리와 갈말읍 문혜리를 잇는 이 다리는 1948년 북한쪽 땅이었을 때 북한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6.25 한국전쟁의 발발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휴전이 되면서 남한 땅이 되었고, 착공 10년 뒤인 1958년 12월, 한국정부에 의해 개통됐다.

승일교는 세 교각 위에 아치형을 이루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다리의 왼쪽과 오른쪽, 양쪽의 두 절반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북한 쪽에서 착공할 때는 옛 소련의 공법으로, 남한 쪽에서 완공할 때는 그와는 다른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북한 쪽에서 지은 왼쪽 아치 모양은 둥글고, 나중에 완성된 오른쪽은 둥근네모 형태로 다소의 차이가 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지는 2021년 승일교를 소개하면서 이 다리가 남한과 북한을 이어주기도, 갈라놓기도 하는 상징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반도 분단을 돌 위에 세워놓은 듯하다고 보도했다. 사실 불과 산 서너 개 저편에 북한이 있고,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저기서 들릴 듯하고, 이곳과 저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똑같은 하늘임을 실감케 하는 다리가 바로 승일교다.

철원 땅은 38선으로 남북이 갈라질 때에는 북한 땅이었다가 6.25 한국전쟁 이후 상당 부분이 남한 땅으로 편입되면서 땅의 경제적, 생태적 가치에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철원읍 자리는 휴전선 가까이 붙어있게 되어 민통선 안쪽의 폐허로 되었고, 위쪽의 별볼일 없던 작은 마을 지포리는 신철원의 읍사무소 소재지로 되었다. 이 신철원에서 구철원으로 가자면 한탄강의 협곡을 건너야 하는데, 거기에 다리를 놓는 것은 이곳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더욱이 이 다리 건설은 양쪽 절벽을 연결해야 하는 난공사였다.

승일교는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놓았지만, 남북한이 처음부터 함께 건설한 다리가 아니었다. 마치 분단된 한반도처럼 다리 양쪽이 똑같은 구조물의 절반을 각기 구성하고 있고, 분단된 남북한의 차이는 이 승일교처럼 고정불변 상태에 있어, 승일교는 한반도의 분단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생김새도 튼실하고 고전적인 기품이 있는 아치형의 다리이다.

승일교라는 다리 이름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다. 김일성 시절에 만들기 시작해, 이승만 대통령 때 완공해서 이승만 대통령의 ‘승(承)’자와 김일성의 ‘일(日)’자를 따서 지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김일성을 이기자”는 뜻에서 ‘승일교(勝日橋)’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공인된 정설로 알려지고 있는 것은, 6.25 한국전쟁 중 큰 공을 세우고 북한군 포로로 잡혀간 국군연대장 박승일(朴昇日) 대령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승일교(昇日橋)’로 지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주변에 다리의 내력을 적어 놓은 비석이 있는데 거기에는 분명히 공병대장 박승일이 자기 이름을 따서 다리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결국 발음이 비슷한 것을 계기로, 철원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상상을 더해 다리이름을 창출해 낸 것이다. 민간 설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민초의 집단적 창의력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승일교는 말해주고 있다.

사진=강원도청
사진=강원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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