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중우정치의 어두운 그림자
[이영승의 붓을 따라] 중우정치의 어두운 그림자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2.01.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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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정치 형태를 구분하면 군주정치, 귀족정치, 민주정치로 나눌 수 있다. 군주정치의 권력은 군주 1인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귀족정치는 소수 귀족에게, 민주정치는 국민에게 있다. 이 셋 중에서 민주정치만이 최선의 정치제도로 인식하기 쉬우나 그렇지만은 않다. 군주정치가 잘못 운영되면 참주정치(僭主政治)*가 되고, 귀족정치는 과두정치(寡頭)政治)가 되며, 민주정치는 중우정치(衆愚政治)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우정치란 ‘이성보다 일시적 충동에 좌우되는 어리석은 대중들을 영합해 정권을 잡은 독재정치’를 말한다.

중우정치는 고대 그리스 폴리스(polis)의 정치를 고찰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론(politeia)과 정치학(politica)에서 ‘민주제의 타락한 정체’를 두고 한 말이다. 플라톤은 중우정치를 폭민정치(暴民政治)라 규정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빈민정치(貧民政治)라 하였다. 이는 민주정치가 상황에 적합한 리더십이 결여되었을 때 나타나게 된다.

정치에 문외한인 나는 중우정치를 국민의 교육 수준이 낮은 고대(古代)에나 있을 수 있는 이론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보노라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무책임한 위정자들은 나라야 어떻게 되든 정권만 잡겠다는 욕심으로 포퓰리즘을 쏟아내고, 국민들은 일단 주면 받고 보자는 주의다. 그러나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결국은 우리가 이자까지 붙여 갚아야 할 빚이다. 이 엄중한 선거철에 국민은 코로나로 하루하루 살기 벅차다보니 정치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염증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우정치로 흐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요즘 이삼십 대 유권자의 표심을 사기 위해 여야가 온통 쟁탈전이다. 우리나라 젊은 유권자는 70% 이상 대졸 학력이니 그들을 우둔한 대중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국민연금 하나만 가지고 우선 따져보자.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애당초 설계부터 잘못되었다. 연금 도입 당시 평균수명은 66세 정도였으나 지금은 83세가 넘었다. 그런데도 나이 들수록 연금 수령액은 증가하고 있으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게 내어놓고 팔구십이 넘어도 계속 많은 돈을 받는 것이 온당한가? 그 돈은 누가 부담하는가? 이는 오롯이 후손들이 갚아야 할 돈이니 조상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이야말로 ‘세대 간의 도둑질’인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36년 후인 58년도에 고갈 상태가 된다고 한다. 먼 후일에 있을지 모르는 추정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시한폭탄이다. 대책은 오직 더 납입하고 덜 받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개혁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않는다. 도대체 어쩌자는 배짱인가? 정치가 그러면 언론이라도 나서야 할 것이며, 기성세대가 저항하면 젊은이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선거철을 맞은 요즘 젊은 세대가 합심하여 ‘연금개혁 정책을 보고 표를 주겠다.’고 하면 모든 후보자가 당장 대책을 들고 달려올 텐데 말이다. 정당이나 후보자의 호주머니 돈도 아닌데 지금 상황이 퍼주겠다는 말에 현혹될 때인가? 후보자의 사소한 말실수나 가족의 작은 흠이 젊은이들의 미래에 뭐가 그리 중요한가. 내가 그동안 ‘고등교육을 받은 유권자들은 우매한 군중이 될 수 없다.’는 믿음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2400년 전 이미 중우정치를 우려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긴 세월 종식되지 않았다. 대중이 깨어있는 현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믿은 건 내 잘못이다. 그런데 나보다 젊은 세대가 자기들 미래의 심각한 현안에도 무관심하니 이는 또 뭔가? 더 무책임한 것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는 정치인들이다. 두 철학자가 그토록 우려했던 중우정치는 먼 역사 속의 이론이 아니며, 그 어두운 그림자는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음이 분명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찌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으랴!

*참주정치(僭主政治): 하층 민중의 불만을 이용한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잡은 독재정치.
*과두정치(寡頭政治): 권력을 소수가 지배하는 정치체제로 법률을 잘 지키지 않는 타락한 귀족정치를 의미.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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