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桐谷) 이향 화백, 천년의 미(美)와 그리움을 화폭에 담다
동곡(桐谷) 이향 화백, 천년의 미(美)와 그리움을 화폭에 담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2.01.16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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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에 맞춰 현지 정부초청 전시회 준비중
이향 화백의 병풍 작품.
이향 화백의 병풍 작품.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화실 안을 울리는 음악에 맞춰, 캔버스 위에서 붓이 춤을 춘다. 마이클 잭슨의 빠른 비트는 그만의 독특한 ‘문워크’를 연상시켰다.

“매(梅)가 있으니, ‘작’도 그려 넣어야겠지요?”

빠른 손놀림에 그림이 완성됐는가 했는데, 이향 화백이 다시 붓을 든다. ‘작’이라면 ‘까치(鵲)’? 캔버스에 막 그려지는 작은 새 같은 모양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는데, ‘참새(雀)’라는 대답이 나온다. 매화와 참새가 어울린 ‘매작도(梅雀圖)’다.

우리 전통회화에 ‘화조도(花鳥圖)’가 있다. ‘화조화(花鳥畵)’라고도 한다. 꽃과 새를 그린 그림이다. 반면 꽃과 곤충을 그린 것은 초충도(草蟲圖)다.

화조화 가운데 유명한 것이 김홍도의 ‘매작도(梅鵲圖)’다. 매화와 까치(鵲)를 그린 수묵화다. 하지만 이향 화백은 매화와 참새를 조합했다. 이 역시 또다른 ‘매작도’다.

참새를 그릴 때 새 부리부터 그린다는 것을 이날 알았다. ‘까치’인가 했던 작은 새는 참새 부리였다. 부리 위로 머리를 씌우고 이어 몸통을 그려갔다.

캔버스를 터치해가는 붓끝의 움직임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수묵화는 유화와 다르다. 작은 실수도 흔적이 남는다. 혹시 붓놀림에 영향을 끼칠까 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데도, 이향 화백은 거리낌이 없다. 묻는 말에 답하면서도 붓끝은 신들린 듯 춤을 추었다.

연등에 매작도를 그리는 이향 화백. 윤서영 대표의 얼굴도 보인다.
연등에 매작도를 그리는 이향 화백. 윤서영 대표의 얼굴도 보인다.

이향 화백의 화실을 찾은 것은 1월11일이었다. 오래 알고 지낸 박영식 전시큐레이터의 주선으로 이향 화백을 만나 화백의 화실로 갔다. ‘(주)손에 손잡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윤서영 대표도 이날 동행했다.

“오는 10월 카타르 개인전을 준비중입니다. 주한카타르대사관측과 연결해서 진행중입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이화백은 “주한카타르대사가 용인에 있는 화실을 들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작품들을 너무 마음에 들어했다”면서 “이 때문에 11월 카타르 월드컵 개최에 맞춰 초청전시회를 개최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이향 화백의 작품세계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천년 기와’ 위에 그린 작품에 대해서는 이런 소개도 있다.

“천년 사찰 지붕기와에 전설을 그렸다. 사찰 지붕기와는 점토와 고령토 흙을 1천2백도 흙가마 속에서 소나무 장작을 태워 구워냈다. 사찰 지붕기와는 그 자체로 천년을 지켜온 소중한 문화재다. 심산 유곡에서 비바람과 뜨거운 태양과 혹독한 추위, 자연재해를 견디고 지켜보며, 천년을 지켜왔다. 이같은 천년의 전설을 미술 작품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수백년 불사를 지켜온 고(古)기와는 수없는 세월과 전쟁의 포화를 견뎌온 보배임에 틀림없다.

사찰 고기와 위에 그린 까치호랑이
사찰 고기와 위에 그린 까치호랑이

그리고 명주천에 그린 ‘노방’ 작품도 있다. 이향 화백의 노방 작품에 대해서는 이런 소개도 있다.

“비단 치마폭에 수묵 담채로  명주에 그린 작품을 ‘노방’이라 한다. 노방 수묵 작품은 작가의 혼을 뺄 만큼 아름다워 병풍으로도 만들어졌다. 이향 화백의 노방은 천연 염색으로 한국의 장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색이다. 이향 화백의 붓끝은 화려한 비색의 바탕 위에 신필로 그려냈다. 자연의 숨소리를 담아낸 듯 황후화조도가 아름다운 노방에 살포시 내려 앉았다.”

이향 화백의 작품에는 유불선의 사상이 녹아있다. 불교 작품으로는 와불화가 있다.

“이향 화백의 와불화에는 깊은 고뇌가 담겨있다. 하얀 연꽃에는 부처님과 함께 하는 자비의 간절함이 보인다. 비단잉어인 목어는 잠들지 않고 세상을 지키며, 몸속의 텅빈 공간의 소리로 수행자들을 깨운다.”

이향 화백은 수많은 단체전에 참여한 것은 물론, 개인전도 10회에 걸쳐 열었다. ‘그리움을 담다’라는 주제로 2015년 11월 인사동에서 개최한 제7회 개인전에는 김달웅 전 경북대총장이 이렇게 썼다.

“동곡(桐谷) 이향 화백은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철저한 수련을 거쳐 완성된 문인화의 중화미(中和美)와 선불교에서 추구하는 불이미(不二美), 그리고 도가에서 접할 수 있는 유현미(幽玄美)마저 섭렵하여 하나의 채묵으로 승화시켰다.”

2018년 6월에 개최한 ‘꿈을 위한 기도’ 주제의 개인전에는 불국사 주지인 종우 스님도 평을 보탰다. 그는 “먹빛은 마음빛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리움의 빛이기도 하지요. 동곡(이향 화백의 아호)이 그려내는 그림에는 그렇게 우리들의 마음을 닮은 색들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넉넉함을 만들어 냅니다....절절한 자기 객관의 반추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라고 썼다.

이향 화백은 한국-쿠웨이트 수교 40주년을 맞아 2019년 쿠웨이트에서 특별초대전을 가졌다. ‘한국의 미’라는 주제로 그해 11월 18~23일 쿠웨이트 왕실박물관인 셰이크 압둘라살렘 컬처럴센터에 열었다.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과 쿠웨이트 문화청이 주최한 이 전시회에는 ‘조선왕실의 전설’이라는 타이틀의 십장생 병풍과 까치호랑이, ‘기도’ ‘어머니의 소망’ 같은 명작들이 전시돼 큰 호평을 받았다.

주한쿠웨이트대사도 이향 화백의 화실을 방문해 기념촬영했다,
주한쿠웨이트대사도 이향 화백의 화실을 방문해 기념촬영했다,

“오는 10월 개최로 준비중인 카타르전시회에도 중동 사람들의 감성을 울리는 작품들을 들고 갈 예정입니다. 우리 전통문화의 미를 알리는 작품들입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이향 화백은 “월드컵 행사에 참관하는 해외 각지의 많은 인사들한테 한국의 미를 알리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이향 화백과의 만남을 주선한 박영식 전시큐레이터는 용인의 화실을 떠나 돌아오는 길에 “이향 화백은 자연과 세상을 향한 이상과 꿈을 작품에 담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 찬 한국의 중견 여류 화백”이라고 평했다.

이향 화백의 매작도 연등.
이향 화백의 매작도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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