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해 다짐
[해외기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해 다짐
  • 황현숙(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09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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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일월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밝게 떠오르는 둥근 해를 집안에서 맞이했다. 눈 부신 햇살을 방안 가득히 받으니 문득 한 동요의 가사가 떠올라서 혼자서 흥얼거려 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두 아이를 키우면서 서툰 율동을 곁들여 불렀던 “둥근 해가 떴습니다”라는 동요이다. 독일 민요로 알려진 이 노래의 가사는 평범하게 시작하는 하루를 경쾌한 리듬과 함께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 가사가 전달하는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면 요즘의 나의 일상과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커튼 틈새로 비집고 드는 눈이 시린 아침 햇살에 잠이 깨서 일어나면, 노랫말처럼 윗니 아랫니 열심히 닦고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무럭무럭 자라는 갓난쟁이 외손녀를 보면서 ‘둥근 해가 떴습니다’를 다시 연습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몸놀림이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할머니의 둥근 해 같은 따뜻한 사랑을 아기에게 선물로 안겨주려 한다.

올해에는 실천으로 옮기고 싶은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나이에 걸맞은 열정이 불쑥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비우며 편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새해를 맞으면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수레바퀴가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는 순리처럼 삶에 대한 비전도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겪어왔던 힘든 역병의 시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코로나! 제발 이 지구를 떠나라”하는 절박한 외침으로 변했다.

멀어져만 가는 인간관계,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자유를 박탈당하는 지금의 사회에서 텅 비어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들 때도 있지만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리고 무해한 자연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대지를 오염시키는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작은 활동 하나라도 계속해야겠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닫고 달라진 새로운 사고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라는 글을 보면서 “맞아, 이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고 치유되지 않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다. 혼자서 아파하고 안으로 숨어드는 자신을 밖으로 끌어내야만 버틸 수 있는 세상이다. 그 말은 나 자신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혼신을 다해서 삶의 모든 순간순간을 살아갈 힘을 만들면 마음의 근육도 분명 더 탄탄해질 거라 믿는다.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려면 마음의 문부터 먼저 활짝 열어보는 게 어떨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인들에게 새해 다짐 10개를 권고하고 있다.

1. 험담하지 마세요.(Don’t gossip.)
2. 음식을 남기지 마세요.(Finish your meals.)
3.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세요.(Make a time for others.)
4. 검소하게 사세요.(Choose the ‘more humble’ purchases)
5. 가난한 이들을 가까이하세요.(Meet the poor ‘in the flesh’.)
6. 사람을 판단하지 마세요.(Stop judging others.)
7. 생각이 다른 사람과 벗이 되세요.(Befriend those who disagree.)
8. 헌신하세요. 마치 결혼 생활처럼.(Make commitments, such as marriage.)
9. 주님을 자주 만나 대화하세요.(Make it a habit to ‘ask the Lord.’)
10. 행복하게 사세요.(Be happy.)

덧붙여서, 갈등과 무관심을 버리고 젊은이( 지원, 사랑, 창의력, 활력)와 노인들( 지혜, 경험)의 세대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열 가지의 권고사항을 실천하며 사랑, 나눔, 배려가 우러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좋겠다.

우리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잘 될 거야, 너와 나, 그리고 모두가 다 잘 될 거야”라는 마법 같은 주문을 걸어보자.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이 얼마나 굉장한 곳인지, 또한 우리가 얼마나 세상에 대해서 무지한지를 알게 된다고 했다. 경이로움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노력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터득할 수는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호기로운 기운을 몸속 깊숙이 받아들여 보자. 새해의 둥근 해는 이미 하늘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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