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태 노가리와 ESG경영
[기고] 명태 노가리와 ESG경영
  • 안노찬 ㈜거상글로벌 대표
  • 승인 2022.03.15 09: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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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에 발표된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에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등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표 어종들이다. 하지만 이중 명태는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 바다에서 잡히지 않는 어종이 됐다. 이 노래가 발매된 1980년대 초반에는 16만 톤 이상 20만 톤 가까운 어획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불과 20년이 지난 2008년 이후로 명태는 우리 바다에서는 잡기 어려운 어종이 됐다.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상승이다. 명태는 2~6℃에서 살아가는 냉수성 어종이지만 러시아에서 내려오던 차가운 한류가 내려오지 않아 수온 상승으로 인해 명태가 더 이상 우리 바다에는 살기가 어려운 환경이 됐다.

하지만 지구환경의 변화와 환경오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적도 펭귄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펭귄은 영하 40도에서도 견디는 남극지방 추운 곳에 산다. 하지만 남아공과 나미비아 해안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이 있으며 특히 갈라파고스 펭귄은 영상 28℃ 이상에서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진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바로 우리 인간의 생활습관이다.

한국인들의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이 명태가 사라지는데 한몫했다. 우리말 표현 중 비속어에 “노가리 깐다”라는 표현이 있다. 노가리는 명태의 치어를 의미하며 15~20cm의 작은 명태 치어가 애주가들의 안주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따라서 할 일 없이 술 마시며 잡담이나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노가리를 깐다”라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언어표현은 우리의 삶의 방식과 의식 수준을 담고 있다. 무분별한 치어의 포획과 소비가 실제적으로는 하나의 어종이 우리 바다에서 사라지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다.

우리가 일부러 노가리만 골라서 잡지는 않았다. 즉 이는 어군을 포획하는 망목의 크기를 줄여 단지 노가리만 아니라 다른 치어까지 씨를 말리는 게 문제다.

현재 명태의 대부분은 러시아의 베링해, 캄차카해, 오호츠크해에서 잡히고 있다. 우리의 무분별한 치어 남획은 결국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지게 했고 결국 명태의 대부분이 잡히는 러시아가 전쟁에 휘말리며 수산시장의 명태 공급망에 커다란 문제를 일으켰다.

3월2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작년에 소비한 34만 톤 중 61%에 해당하는 22만 톤이 러시아산이고 지금 약 10만 톤 조금 더 되는 재고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겨울까지는 공급 물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급망 차질을 가져올 것을 예측한 공급자들이 가격상승을 예측하고 물량을 쉽게 풀지 않고 이미 정부 예상과 달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전쟁의 회복과 미국, 유럽국가들과의 갈등 봉합 과정이 상당히 지속할 것이다.

명태는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바닷바람에 말리면 황태, 반만 말리면 코다리, 그 창자는 창난젓, 명태 알은 명란젓 등 명태의 다른 이름만 40여 가지에 이르며 우리식 단에 육수를 끓이는 주원료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여기서 E(Environment: 환경) S(Social: 사회) G(Governance: 지배구조, 의사결정) 경영이 비단 기업을 하는 사람들만의 책임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S.G 경영은 그동안 우리가 늘 해왔던 자연보호, 환경 사랑, 후세를 위한 자원 절약, 주변 약자 보호 등을 총망라한 포괄적 개념이다. 이익만을 추구하던 기업은 이제 주변을 돌보며 당장 이익은 되지 않지만,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변화가 결국 먼 미래의 우리 기업환경 조건을 결정하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인 우리 사회 구성원은 요즘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배달 식품을 사 먹으며 쌓여가는 플라스틱 용기를 보며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것은 이러한 우리 생활습관의 결과는 우리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30년 뒤에도 북엇국, 황태 곰탕, 명란젓, 창난젓, 코다리 냉면 등을 우리의 손자 세대들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필자소개
㈜거상글로벌 대표
(사)대한민국한식포럼 제주연합회장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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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원 2022-03-29 09:07:15
글을 설득력있게 잘쓰시네요. 잘읽었습니다.

김승현 2022-03-19 16:05:13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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