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㊱] 로봇을 인간처럼 만들자는 게 학자들의 꿈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㊱] 로봇을 인간처럼 만들자는 게 학자들의 꿈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3.1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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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장점이자 단점은 실수 즉 휴먼에러(Human Error)가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며 심지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 계산이나 측정 방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개개인의 변수에도 기인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의 불확실성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서의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사람은 인지단계부터 외부로의 정보를 입수하면 두뇌 속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이를 자신의 잣대에 의해 결정한 후 행동으로 옮긴다. 이들은 순식간이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때 휴먼에러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더구나 사람은 판단과 결정 단계에서 총체적 메모리를 활용한다. 총체적이란 뜻은 머리로 하는 기억 외에 몸이 기억하는 감각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육감이 있는데 이것이 기억보다 정확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영화에서 수사관이 육감으로 도전하다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이유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며 일관성도 없다. 특히 동작 단계에서 동작 실수를 한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은 인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인지·판단·결정 단계의 오류는 수정할 기회가 있지만 행동단계의 실수는 수정할 기회도 없다. 심각한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 구원투수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한 데 컴퓨터 즉 인공지능은 이런 면에서 최상임은 물론이다.

로봇이 인간보다 많은 분야에서 유리한 점이 있으므로 로봇을 인간처럼 만들자는 것이 학자들의 꿈이다. 가능하면 인간과 가장 근접하게 만드는데 이런 목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영화화한 「바이센테니얼맨」이다. 이 영화는 과학이 발달하면 기계와 인간의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느끼게 할 정도의 로봇 즉 인공지능의 미래를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 뉴저지. 리처드는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해줄 선물로 가전제품을 구입한다.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손질 등 모든 집안일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장난감으로도 쓰일 수 있는 첨단 제품으로 일명 가사로봇이다. 로봇 앤드류(NDR-114의 애칭)는 리처드를 주인님으로, 자아도취에 빠진 그의 아내를 마님으로 부르며 공손하고 부지런한 가사 로봇의 소임을 다한다.

문제의 발단은 조립과정 중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리처드에게 배달될 로봇 NDR-114를 만들던 엔지니어가 샌드위치를 먹다가 마요네즈 한 방울을 앤드류의 복잡한 회로 위에다 떨어뜨렸는데, 이로 인해 로봇의 신경계에 엄청난 사건이 생겨났다. 바로 로봇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지능과 호기심을 지니게 된 것이다. 로봇 제조회사에서 그를 불량품으로 간주하여 끊임없이 반환을 요구하지만 그의 능력을 알아차린 리처드는 오히려 앤드류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앤드류가 작품을 팔아 얻는 수익을 적립할 수 있게 해준다.

시간이 흘러, 앤드류는 점차 인간의 감정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어린 소녀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한 작은 아가씨 아만다는 훌쩍 결혼을 해버리고, 아버지처럼 아껴주던 리처드가 숨을 거둔다. 수십 년 후, 천신만고의 모험 끝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작은 아가씨는 이미 할머니가 되었다.’

영화는 전혀 다른 각도로 흐른다. 작은 아가씨 아만다는 죽었지만 그녀를 쏙 빼다 박은 듯한 손녀 포샤를 만나자마자 앤드류는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인간이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천재과학자의 도움으로 수술실에 올라 인공피부 등으로 완전한 인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마침내 포샤와 사랑을 이룬다.

그런데 앤드류의 꿈은 엉뚱하다. 포샤와의 사랑을 이루었지만 진짜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그 한 조건으로 포샤와 함께 죽을 수 있는 존재가 되겠으니 자신을 인간으로 대접해 달라며 법정투쟁을 벌린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을 인간으로 인정해 달라고 소송한 이유를 말한다.

“난 늘 어떤 의미를 찾아 왔습니다. 나를 바로 나이게 만들어주는 그 이유를 말입니다.”
“왜 죽고 싶은가요?”
“영원히 기계로 살기보다는 차라리 인간으로 인정받으면서 죽고 싶기 때문이다.”

법정은 그의 끊임없는 요청에 죽을 수 있는 로봇은 인간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면서 인간으로 인정해준다. 즉 앤드류는 그 자신이 죽음을 실현함으로써 인간이 되는 길을 증명한 것이다. 「바이센테니얼맨」은 미래의 어느 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심부름만 해주는 로봇 즉 컴퓨터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인간화를 목표로 한 미래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선한 도구로만 사용될까하는 점이다.

이 면에 관한 한 예술인들은 대체로 로봇들을 인간이 갖지 못한 초월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들은 로봇에 의해 고통을 당한다는 설정을 세운다. 영화 전개 속성 상 가장 재미있는 소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행에 성공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 전략 방어 네트워크가 스스로 지능을 갖추고 인간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켜 핵전쟁의 참화로 30억의 인류를 잿더미 속에 묻어버린다. 그리고 남은 인간들은 기계의 지배를 받아 시체를 처리하는 일 등에 동원된다.

이때 비상한 지휘력과 작전으로 인간들을 이끌던 사령관 존 코너는 반 기계 연합을 구성, 기계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이에 기계는 존 코너의 탄생 자체를 막기 위해, 2029년의 어느 날, 타임머신에 ‘터미네이터’를 태워서 1984년의 LA로 보낸다.

이 정보를 입수한 존 코너는 역시 카일 리스라는 젊은 용사를 보내 그의 어머니를 보호하게 한다. 직장인 식당에서 일하던 사라 코너는 터미네이터에게 쫓기기 시작하며 카일로부터 자신이 낳은 아이가 핵전쟁 생존자들을 모아 기계에 대항하자 터미네이터를 보내 그녀를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카일과 사라는 함께 도망 다니면서 사랑에 빠지며 몇 달 후 사라는 지구의 인간성을 회복해 줄 카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며 결국 미래의 사령관 존 코너는 태어난다.’

「터미네이터」의 성공으로 후속편이 계속 나왔는데 「터미네이터 2」에서 변형 터미네이터인 액체금속인간 모델 T-1000이 등장하여 전 세계의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SFX 기술의 총체적인 성공’이라고 평가받는 2편에 등장하는 액체금속 살인기계인 모델 T-1000은 그야말로 SF영화 마니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T-1000은 총탄을 맞아 몸에 구멍이 뚫리면 금방 액체 금속의 피부가 뚫린 구멍으로 흘러들어 가는가 하면 폭탄을 맞아 조각조각 부서져도 몽땅 녹아버린 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이어서 「터미네이터 3」에서는 파괴된 암살기계 T-1000보다 더 발전된 형태인 터미네트릭스(T-X)가 등장한다. 영화의 결말이야 당연히 기계의 반란에 대항하여 인간이 승리하지만 과연 로봇이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의 지능을 가진다면 영화처럼 인간이 승리할 수 있겠는가하는 의문을 던져주었다.

SF영화에 나오는 로봇들은 만능의 재주를 갖고 있다. 강한 육체와 복잡한 연산도 쉽게 해내는 두뇌가 있는 것은 물론 위험한 장소에서의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설사 로봇에게 사고가 나더라도 간단하게 고치기만 하면 된다. 더욱이 영화의 설정에 따라 인간과 섹스도 가능할 정도로 인간과 완벽한 기능을 갖고 있다.

반면에 영화에서 그려지는 로봇에 비해 인간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인간이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유일한 무기라 볼 수 있는 자유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자유 의지마저 로봇한테 주어진다면, 인간은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적어도 로봇이 인간에게 대항하는 상황 즉 ‘로봇의 반란’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로봇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로봇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동력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로봇은 생명체와 같이 음식만 먹고 이를 분해하여 자신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다시 설명하면 기계로 만들어진 로봇은 배터리가 없으면 동작할 수 없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전원 공급을 차단해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로보캅」에서도 로봇이 오작동을 일으키자 전원을 차단하라고 말한다.

물론 이 설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SF영화에 따라 로봇이 인간이 에너지 즉 전원을 차단할 수 없도록 사전에 봉쇄하는 장면이 나온다. 로봇이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킬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면 자신에게 치명상이 될 문제점을 사전에 제거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일단 제기된 문제를 명쾌하게 제시하는 방향으로 로봇 제작에 있어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부응하여 2017년 유럽연합(EU) 의회가 A.I.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로 명명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감안하여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적어도 ‘전자 인간’이란 계급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급 부여는 그에 따른 권한과 의무,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한다. 또한 보다 큰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은 로봇이 인간에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것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의가 도출된 것은 그동안 사회에서 제기되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다루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EU의 결의안 중에서 주목할 것은 로봇이 인간에 반항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언제든 로봇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는 ‘킬 스위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로봇을 제어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로봇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사실 현 단계에서 로봇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실제 로봇 기술이 영화처럼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언젠가 인간 이상의 지능과 신체능력을 가진 A.I.가 태어날지도 모른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거의없다. 한마디로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EU의 결의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로봇은 인간에 복종하는 존재가 되어야하고 만약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언제든 정지 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일환으로 제기되는 것이 ‘2대 프로토콜’이다.

‘로봇이 생명체를 해치거나 방치할 수 없으며 자신을 스스로 개조하거나 고칠 수 없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 스스로 진화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으로 「터미네이터」가 바로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린 것이지만 독자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선 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구하러 나설 정의의 전사들은 많이 있다.

「독수리 5형제」, 「배트맨」, 「로보트 태권V」, 「마징가Z」, 「라이파이」는 물론 「로보캅」의 머피 형사, 「드레곤볼」의 손오공 등 정의의 전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심지어는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도 결국 악보다는 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다.

이와 같은 우화적인 낙관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지능적인 로봇을 만드는데 인간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로봇이 인간과 같이 발전하려면 어느 단계까지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간의 경우 성인이 되기까지 교육도 받아야하고 성숙된 인격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야 한다.

로봇이 로봇을 복제하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로봇의 한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인간이 기계와 대결할 때 인간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할 일은 인간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이 인간의 두뇌를 복제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더라도 똑똑한 로봇 안드로이드가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키거나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로봇에게 프로그램으로 입력되지 않은 자의식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로봇의 행동은 모두 예측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어느 일정 분야에서 월등히 우월한 분야를 점유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해를 주는 궁극적인 무기로 변하지 않게 준비하는 것도 지구인들이 할 일이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미래의 지구인들이 참여한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굳이 포장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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