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㉜] 음계, 동서양이 함께 찾아간 길
[홍미희의 음악여행 ㉜] 음계, 동서양이 함께 찾아간 길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2.03.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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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양음악에서 사용하고 있는 7음계의 기본은 그리스 시대의 수학자인 피타고라스(기원전 570년~기원전 495년)가 만들었다. 그가 음계를 만든 것과 관련해 전해지는 동화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피타고라스가 산책을 하다가 대장간에서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됐다. 여러 명이 두드리는 망치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좋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소리를 내기도 했다. 피타고라스는 그 망치의 무게와 소리 사이의 비율을 연구해 음계를 만들었다.’ 이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뉴턴의 사과 이야기와 비슷하다. 피타고라스와 뉴턴의 머릿속은 평소에도 숫자와 만유인력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 그때 떨어진 사과와 들려오는 망치 소리는 어느 한순간 물이 끓어오르는 임계점처럼 그들의 상상력과 이론이 정리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위의 그림 속에는 피타고라스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리의 비를 연구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크기가 다른 망치, 무게가 다르게 만들어진 쇠 종, 물의 높이가 다른 유리컵, 현악기, 길이가 다른 파이프 등이다. 그러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쇳덩어리를 무게의 비에 맞게 제작해 비율을 계속 실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string)으로 많은 실험을 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한 옥타브 차이는 1:2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30cm의 현을 15cm로 자르거나 가운데 지점을 누르면 한 옥타브 높은 소리가 나고, 반대로 현을 60cm로 늘리면 한 옥타브 낮은 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그는 여러 실험을 통해 두 음의 진동비가 1:2인 옥타브, 2:3인 완전5도, 3:4인 완전4도를 가장 완벽한 비율이라고 생각했다.

가푸리오(이탈리아)의 책 음악이론(Theorica musicae)에 실린 피타고라스의 연구
가푸리오(이탈리아)의 책 음악이론(Theorica musicae)에 실린 피타고라스의 연구

피타고라스는 2:3의 비율에 따라 5도 간격으로 올라가면서 음의 위치를 찾아갔다. 이를 수학식으로 나타내면 ‘도’에서 2/3지점은 5도 위의 ‘솔’이 된다. 이렇게 계속 2/3를 곱하면서 5도 위의 지점을 찾아가면 도(1), 솔(2/3), 레(8/9, 2/3×2/3=4/9지만 한 옥타브 위의 ‘레’이므로 2를 곱해 8/9가 된다), 라(16/27), 미(64/81, 한 옥타브 위), 시(128/243), ‘파’(512/729, 한 옥타브 위)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파’는 피타고라스가 생각한 이상적인 비율대로라면 3:4 즉, 3/4이어야 한다. 그리고 ‘파’가 3/4일 때 5도 위의 음인 ‘도’는 3/4×2/3=1/2이 되어 완벽한 구조를 이룬다. 그러나 앞선 방법대로 찾아낸 ‘파’의 값은 512/729로 3/4와는 약간의 간극이 있어 조성이 바뀔 때마다 조율을 다시 해야 하는 문제를 지녔다. 이후 피타고라스 음계의 단점을 해결하고자 나타난 방법 중의 하나가 평균율이다. 바흐는 12개의 조성으로 된 장조와 단조의 24곡을 평균율로 작곡해 모든 조성이 조화롭게 연주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피타고라스 음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악기의 곡선은 오늘날에도 그랜드 피아노, 하프, 파이프 오르간, 팬플루트 등에서 볼 수 있다. 또 바이올린, 리라, 기타 등의 현악기는 줄의 길이는 같지만 손으로 달라지는 음의 지점을 눌러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결국은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악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음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뜬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세종대왕은 참 멋진 천재였다. 글자는 언어와 생각을 기록하고 기록된 내용은 시간과 거리의 제한 없이 똑같이 전달한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만이 서로 공유하는 지식은 큰 힘이었다. 그래서 과거에 글은 권력이었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이를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훈민정음에 그 답이 있다.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불쌍히 여겨~”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의 마음이다. 세종대왕은 많은 사람에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선사했다.

그랜드피아노, 하프, 파이프오르간
그랜드피아노, 하프, 파이프오르간

세종대왕은 언어와 생각의 기록인 훈민정음도 만들었지만 음악의 기록인 악보도 만들었다. 또한 여민락, 보태평, 정대업과 같은 향악을 만들고 중국에서 수입한 음악인 아악과 당악을 정비했다. 이렇게 악곡을 정리하고 새로운 곡을 많이 만들다 보니 이를 기록하기 위한 악보의 필요성이 생겨 정간형태의 독자적인 기보법인 ‘정간보’를 만들었다. 그래서 조선 시대의 음악들이 악보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또, 이 곡들을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 가야금, 거문고 등의 향악기와 편종, 편경 등 아악기, 당악기를 정비했다. 훈민정음 창제에 집현전의 학자들이 있었다면 음악의 정비에는 박연이 있었다. 그렇게 악기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음의 기준이 필요했는데 그 기준이 되는 것이 율관이다. 이는 음계뿐 아니라 생활의 기본이 되는 도량형의 기준이기도 했다. 그중 황종율관은 90알의 기장을 일렬로 놓은 길이로, 황종율관을 기준으로 총 12개의 율관을 제작해 음을 조율했다. 세종대왕 이전에는 율관과 악기의 음을 조율하는 기준이 되는 편경까지 모두 중국에서 들여왔지만 세종대왕에 이르러 율관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기장으로 만들고, 편경의 돌 역시 우리나라의 돌로 만들어 우리나라만의 기준을 다시 세웠던 세종대왕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팬플루트와 황종율관
팬플루트와 황종율관(오른쪽)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음률을 산정하는 방법은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이다. 이는 삼분손일법(三分損一法)과 삼분익일법(三分益一法)을 교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삼분손일법은 율관(율을 측정하는 관)을 3개로 나누고(三分) 그중 1/3을 없애서(損一) 2/3가 되는 지점을 찾아가고, 삼분익일법은 율관을 3개로 나눈 것에(三分) 1/3을 더해(益一) 4/3이 되는 지점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그렇게 두 가지 방법을 교대로 적용해 얻는 음이 황종, 대려, 태주, 협종, 고선, 중려, 유빈, 임종, 이칙, 남려, 무역, 응종의 12율명이다. 그리고 이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5개의 율이 황태중임남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낯이 익다. 삼분손일법은 2:3의 비로 나누어 5도 위의 음을 찾는 피타고라스 음계와 방법이 동일하다. 다른 점은 피타고라스의 음계에는 삼분손일만 있고 삼분익일은 없다. 그리고 피타고라스가 ‘현’을 사용한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관’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피타고라스 음계와 삼분손익법은 2:3의 비율을 가장 안정되고 좋은 소리로 생각하고 그를 기반으로 음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방법도 동일했다. 피타고라스는 세상의 모든 것이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수학자로 음계 역시 수와 비례로 만들어져 있음을 증명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황종 등 12개의 율명은 계절과 더불어 12달을 의미하고 각 음은 음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여겼다. 결국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가치와 그 본질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지 않다. 그중에서도 소리의 질서를 정하고 음계를 찾아가는 과정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계와 철학적인 사고와 맞물려 현재에 이르렀으며 아직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선전한울림예술단의 국악, 양악의 퓨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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