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③] 동짓달 기나긴 밤과 초록마을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③] 동짓달 기나긴 밤과 초록마을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3.21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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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
-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 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黃眞伊, 1506~1543)는 조선 중기의 시인이며 명기이다. 이 시조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간절한 마음을 참신한 비유로 호소력 있게 고유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동짓달 긴 밤의 허리를 베어내어 봄바람이 부는 이불 아래 서리서리 서려 넣었다가 사랑하는 님이 오는 밤에 굽이굽이 펴겠다는 이 시조는 추상적 개념인 시간을 구체적 사물로 형상화하여 참신하고 생생하게 표현하여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초장에서 동짓달 기나긴 밤의 외로운 여심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로, 중장과 종장에서는 ‘서리서리 너헛다가’와 ‘구뷔구뷔 펴리라’와 같은 음성 상징어의 활용으로 대조적으로 표현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 낸 작품이다. 

* 현대시조

초록마을
- 이도현
예로부터 명당은 배산임수(背山臨水)라 하였지. 
유등천에 피라미 떼, 쟁기봉에 까투리야
무심코 창문을 열면 산청(山淸) 뚝뚝 새소리.

이도현(李道鉉 1939〜)은 198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이 작품은 스스로 삶의 보금자리를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라고 하고 이에 만족하는 감회를 표현한 단시조이다. 풍수지리를 바탕에 깔고 약동하는 ‘피라미’ ‘까투리’ 등의 생명체를 통하여 활기찬 삶의 모습을 시화하고 있다. 바람막이 산을 집 뒤에 두고, 삶의 원천인 물줄기를 집 앞에 두고 있으니 명당임에 틀림없는 듯도 하다. 종장을 보면 옛 선비처럼 유유자적하는 지은이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절정은 공감각적 표현이 나타난 ‘산청(山淸) 뚝뚝/ 새소리’이다. 이 구절로 말미암아 삶의 터전이 깨끗하고 맑은 낙원(樂園)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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