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㊲] 미래의 교통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㊲] 미래의 교통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3.26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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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미래를 예측해주는 상상력으로 무장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실제로 ‘007 시리즈’에 많은 첨단 장비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현실화되어 우리들 주변에서 발견된다. 영화 「제5원소」에서 하늘을 나는 택시가 기본이며 「스타워즈」에서는 자동차가 바퀴 없이 도로 위를 떠다닌다. 「백투더 퓨처」에서는 하늘을 나는 스케이드보드 ‘호버 보드(Hoverboard)’가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이들 자동차는 공상의 일은 아니다. 영화 「배트맨」과 텔레비전 시리즈 「전격 Z작전 Knight Rider」이다. 1980년대 출시된 「전격 Z작전」에서 주인공 마이클은 환상적인 자동차 ‘키트’를 타고 도시를 누비면서 범죄자들과 싸운다. 키트는 로봇화된 자동차의 전형으로 자동조종, 자동추적, 충돌 회피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마이클 대신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해주는 것은 물론 위험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방법, 가장 좋은 길 안내, 추적하는 범죄자의 신상을 조회해주기도 한다.

특히 시계에다 명령만 내리면 키트가 곧바로 알아듣고 조처를 하는데 이런 장면들이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에게 환상을 불러주었는지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시계에다 대고 ‘가자. 키트’라고 말을 걸곤 했다. 키트의 성능은 당대의 어느 SF물에 나오는 자동차의 성능보다 월등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배트맨」에 나오는 자동차는 키트에 비해서 한참 아래 수준이다. 이들 개념은 이미 현실화되어 말만 하면 자동차 시동이 가능하며 도어를 잠글수도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인 존 앤더튼이 누명을 쓰고 추격자들로부터 도망칠 때 추격자를 따돌리느라 운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으므로 존 앤더튼 대신 자동차 스스로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이 나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긴박감을 주기 위해 난폭 운전하는 것이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지만 이런 장면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현실에서 보지는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난폭 운전은 프로그래머들이 입력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율주행차에게 그런 상황이 되면 난폭 운전이 아니라 정지한다는 뜻이다.

세계 각국에서 인간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들을 개발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자동차 사고 사망자가 2016년 기준으로 하더라도 연간 13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90%는 운전자 과실에 의하므로 이를 ‘0’%로 줄일 수 있다면 많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커다란 명분과 경제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무인자동차는 연료를 가장 적게 쓰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도 20% 줄일 수 있다.

무인자동차의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도출되었다. 1920년대에 프란시스 P. 후디나(Francis P. Houdina)가 무선으로 작동하는 자동차를 개발했는데 이 자동차는 완전 자율 주행이 아니라 뒤에 있는 차에서 앞차를 조종한다. 1950년대에 RCA연구소가 실험실 바닥의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소형 자동차를 개발했고 1960년대 오하이오 주립대학은 도로에 새겨진 전자장치에 의해 주행하는 무인자동차 개발에 도전했으며 1980년대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실험용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했는데 신호등이 없는 거리에서 무려 시속 63킬로미터(?)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우선 자율주행자동차가 세계의 이목을 받자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총 5단계로 나뉘어진다.

① 1단계 : 자동긴급제동장치(AEB)나 추종주행장치(ACC) 같은 자동 보조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
② 2단계 : 1단계 기능을 바탕으로 그 위에 여러 가지 기능이 추가된 단계다. 핸들 조작을 일부 자동화할 수 있고, 고속도로에서 차선유지 등을 할 수 있지만, 아직은 운전할 때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③ 3단계 : 1, 2 단계의 기능을 포함하면서도 자동화 시스템이 가능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자동적으로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지만, 긴급 상황 발생할 때 브레이크나 핸들 조작은 운전자가 책임져야 한다.
④ 4단계 : 4, 5단계를 본격적인 자율주행이라 할 수 있는데 4단계는 모든 주행을 자동주행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주행한다. 4단계는 사람이 목적지 입력에 관여할 수 있고 수동 조작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⑤ 5단계 :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오로지 자율주행시스템만으로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이다. 즉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에서도 발을 올리지 않는다.

5단계가 궁극적인 자율주행시스템이라 볼 수 있는데 5단계로 진화하려면 자동차 외에도 모든 도로망의 스마트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인프라 조성도 병행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수준이 평균적으로 2단계에서 3단계로 이동 중인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각 사의 개발 방향과 기술은 각자 다르지만 큰 틀에서 용어는 다르지만 전기자동차가 기본이다. 전기자동차는 말 그대로 전기로 작동되는 자동차다. 즉 현재 디젤, 가솔린, 액화가스로 엔진을 가동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니라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하여 구동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장난감 자동차에 건전지를 넣고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도 전기차로 볼 수 있으므로 큰 틀에서 전기자동차는 장난감 자동차를 규모만 크게 만든 것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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