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목숨 건 탈출’ 전시하는 베를린의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
[탐방] ‘목숨 건 탈출’ 전시하는 베를린의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2.03.31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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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전시관, 한국에 있을까?” ... 박물관 5년 근무한 신성식 부단장이 안내
서베를린으로의 탈출에 사용된 미니 승용차 앞에서 신성식 부단장이 포즈를  취했다.
서베를린으로의 탈출에 사용된 미니 승용차 앞에서 신성식 부단장이 포즈를 취했다.

(베를린=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여기가 베를린 장벽이 지나던 자리입니다”

‘체크포인트 찰리’ 앞에서 신성식 재독독도지킴이 부단장이 길바닥을 가르키며 말을 꺼냈다. 바닥을 보니 빨간 벽돌 두 줄이 인도와 차도를 가로지르고 있고, 베를린 장벽이라고 쓴 철제 안내판도 바닥에 박혀 있었다.

이 안내판을 보면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길바닥의 경계선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때 베를린장벽이 달렸던 ‘체크포인트 찰리’ 부근은 지금은 이처럼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동-서 베를린을 오가는 사람들을 확인하는 검문소입니다. 미군이 관할한 검문소입니다.”

길 한복판에 있는 검문소를 가르키며 신성식 부단장이 소개를 했다. 신성식 부단장은 파독광부 출신이다. 1972년 독일로 와서 50년을 지냈다.

그는 최근 5년간은 ‘체크포인트 찰리’로도 출근했다. 이 검문소 바로 옆에 세워진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에서 전기 등 설비관리를 하는 정식직원으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제가 들어간 후 박물관측에 한국 직원들을 추천해서, 많을 때는 박물관에 한국 직원만 15명이 넘었어요.” 이렇게 얘기를 들으며, 함께 박물관으로 들어가자 티켓오피스 여직원이 신부단장한테 아는 체를 했다. 필리핀 이민자 출신 직원이었다.

검문소로 사용됐던 '체크포인트 찰리'
검문소로 사용됐던 '체크포인트 찰리'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은 한 개인의 열정으로 세워지고 운영된 박물관이라는 점을 높이 살만하다. 장벽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이 박물관은 특히 동독에서 서베를린으로 탈출한 사람들의 기록이 자세히 전시돼 있었다. 탈출에 사용된 장비, 검문을 빠져 나온 차량, 벌룬, 미니 잠수함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 박물관이 현재의 자리에서 문을 연 것은 1963년이다. 동독이 탈출하는 사람들을 막기위에 베를린 장벽을 쌓은 것이 1961년이니, 그로부터 2년 뒤다. 설립자는 인권운동가인 라이너 힐데브란트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장벽을 쌓아도 탈출은 계속됩니다. 장벽을 넘다가 사살된 사람도 있고, 도중에 잡힌 사람들도 많아요.”

신 부단장의 말처럼 자유를 찾아 장벽을 건너는데 목숨을 건 사람들의 스토리가 전시장에 전시돼 있었다. 탈출에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사용됐다. 결코 사람이 숨었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탈출이 시도됐다.

두 개의 맞붙인 작은 가방에 숨어 탈출에 성공한 사례도 있고, 미니 승용차들의 보닛에 숨어서 빠져나온 사례도 있었다. 그 가방과 차량들도 전시돼 있었다. 그런가 하면, 승용차 앞부분을 철판으로 보강해서 바리케이트를 돌진한 경우도 있고, 풍선을 타거나 미니 잠수정을 타고 탈출한 경우도 있었다.

3층으로 된 박물관에는 북한 인권 전시실도 마련돼 있었다. 벽들에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고발하는 애니메이션과 지도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방 한가운데는 북한 감옥소에서 출산된 아이를 키우는 곳이라면서 철제 우리 같은 것을 전시해 놓기도 했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한 곳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막더라도 이를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지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구요.”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을 빠져나오면서 신 부단장이 한 말이다. 그는 이곳에서 5년을 직원으로 일했고, 이후 가까운 손님들이 오면 직접 안내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신성식 부단장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유럽한인총연합회 총회 및 유럽한인차세대웅변대회에서 만났다. 신부단장은 베를린한인회장을 지낸 하성철 재독독도지킴이단장과 함께 자그레브를 방문했다.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을 빠져나오면서 한국도 이런 전시관이 있을까 떠올렸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장비 같은 것을 모아 전시한 곳이 있을까, 오히려 우리는 지금 그들을 푸대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쳐갔다.

왼쪽이 신성식 부단장, 가운데는 최호전 자문위원, 오른쪽은 하성철 재독독도지킴이단장
왼쪽이 신성식 부단장, 가운데는 최호전 자문위원, 오른쪽은 하성철 재독독도지킴이단장
장벽이 지나던 곳을 벽돌로 표시해놓고 있다.
장벽이 지나던 곳을 벽돌로 표시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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