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㊳] 전기자동차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㊳] 전기자동차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4.02 0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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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의 특징은 여러 가지인데 계기판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할 수 있고 내연기관에서 사용하는 기어가 필요 없다. 그러므로 장난감 자동차를 원격조종장치로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속도를 빠르게 할 때는 레버를 앞으로 돌리면 되고 달리고 있는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게 하려면 레버를 반대로 돌리면 된다. 자동차를 후진시키는 것도 기어 변경이 필요 없이 레버를 뒤로 돌리면 된다. 같은 방식으로 레버를 끝까지 돌리면 후진을 빨리하고 살짝만 돌리면 후진을 천천히 한다.

이러한 전기자동차가 근래에 화석연료의 고갈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것은 친환경 특성 때문이다. 전기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및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또한 비용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저렴하게 운용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 변속기, 연료공급장치, 배기장치 등이 탑재되지 않아 엔진과 변속기에 들어가는 필터 등 소모품의 주기적인 교환이 필요 없으므로 자동차 유지비가 현저해 감소된다. 또한 비용 대비 성능이 월등하다.

전기자동차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각각의 바퀴에 연결된 모터가 바퀴를 자유롭게 구동하므로 운행에 필요한 것은 배터리에 각각의 모터로 전기를 전달해 주는 것뿐이므로 자동차를 구동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의 효율은 30% 정도인데 전기모터의 효율은 90%나 된다.

근래 전기자동차가 자율자동차의 핵심으로 떠오르지만, 전기자동차 자체는 생각보다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장점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시장 석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증기 자동차, 전기 자동차, 가솔린 자동차가 3파전을 벌이고 있었다. 가솔린 자동차가 승리한 결정적인 계기는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가 대중용 자동차 시장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대중용 자동차인 모델 T는 1908년에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미국 사회는 1920년대에 자동차 대중화 시대에 돌입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가솔린 자동차가 다른 경쟁 상대를 능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1900년에 4,192대의 자동차가 생산되었는데, 그중에서 1,681대는 증기 자동차였고 1,575대는 전기 자동차였으며 나머지 936대만이 가솔린 자동차였다. 증기 자동차가 40.1%, 전기 자동차가 37.6%를 차지했던 반면, 가솔린 자동차는 22.3%에 불과했다. 이러한 사정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3가지 자동차 중 어느 쪽이 승리할지는 예측 불가능이었다.

20세기 초까지 가장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것은 증기 자동차였다. 당시의 증기기관은 이전의 것과는 달리 규모도 작아졌고, 출력도 향상되었으며, 강철 부속으로 정밀하게 제작되었다. 증기 자동차는 구매비와 유지비가 매우 낮았으며, 엔진이 강력하여 어떤 도로 조건에서도 운행될 수 있었다. 특히 스탠리 증기 자동차는 1899년에 워싱턴 산의 정상에 오르는 최초의 자동차가 되었으며, 1906년에는 플로리다 자동차 경주에서 시속 205km라는 대단한 속도를 선보였다.

그러나 증기 자동차에도 몇몇 약점이 있었다. 증기 자동차는 보일러, 증기기관, 연료, 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무거운 기계였다. 또한 증기가 대기로 증발하면 다시 사용할 수 없어서 30마일마다 증기 자동차에 물을 다시 공급해야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동을 걸기 위해서 증기를 발생시키는 데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었다. 비록 보일러가 지속해서 개량되어 증기 발생 시간이 지속해서 단축되긴 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전기 자동차는 소음과 냄새가 없었으며, 매우 안락하고 깨끗하다. 더구나 전기 자동차는 매우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어 운전이 편리하고 유지와 정비가 쉬웠다. 이와 함께 전기가 가진 현대적 이미지 덕분에 전기 자동차는 대중의 기대 면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기 자동차는 속도가 느렸으며, 경사가 가파른 언덕을 오를 수 없었고, 구매비와 운행비가 만만치 않았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축전의 문제였다. 납과 산으로 이루어진 무거운 배터리는 약 30마일마다 다시 충전되어야 했다. 이에 따라 전기 자동차는 장거리 운행에 적합하지 않았고, 주로 대도시 지역의 백화점이나 세탁소가 배달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였다.

초기의 가솔린 자동차도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데 한마디로 ‘불편한’ 기계였다. 가솔린 자동차는 속도조절장치, 냉각장치, 밸브장치, 기화장치 등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고장이 빈번히 발생했으며, 유지와 정비도 쉽지 않았다. 특히 가솔린 자동차를 가동하려면 정교한 손동작과 근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기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선호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솔린 자동차는 증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언덕을 오를 수 있었고, 증기 자동차보다 효율이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도로를 주행할 수 있었다. 가솔린 자동차가 가진 최대의 장점은 일단 시동을 걸기만 하면 연료의 추가적인 공급 없이도 70마일을 달릴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가솔린 자동차가 3파전에서 승리한 이유는 다소 생소하다. 우선 당대에 록펠러가 미국 석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가솔린 자동차의 보급은 바로 자신의 석유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창구였다. 그의 전방위 활약으로 증기 자동차와 전기자동차는 운명을 다하는데 여기에 자동차를 대중화하게 만드는 헨리 포드가 등장한다. 포드는 모델 A, B, C, F, N, R, S, K를 설계한 후 이러한 모델들의 장점이 결집한 모델 T에 주목하였다. 그는 모델 T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나는 수많은 일반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다. 최고의 재료를 쓰고 최고의 기술자를 고용하여 현대적 공학이 고안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디자인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가격을 저렴하게 하여 적당한 봉급을 받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서 신이 내려주신 드넓은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할 것이다.”

모델 T는 1908년 10월 13일에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모델 T는 무게가 1,200파운드에 불과하면서도 20마력의 강력한 힘을 가진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델 T에는 발로 조작하는 톱니 바퀴식 2단 변속기가 장착되어 있어서 운전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모델 T는 825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작업의 세분화와 작업 공구의 특화에 입각한 대량생산 방식 즉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된 조립 라인을 구축하여 저렴하게 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모델 T의 가격은 400달러 정도였는데, 그것은 포드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던 일반 노동자의 4달 치 봉급과 비슷했다. 이제 일반 노동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미국 사회는 1920년대에 들어와 풍요한 경제와 모델 T의 확산을 배경으로 자동차 대중화 시대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포드와 록펠러의 남다른 묵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솔린자동차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연소하여 동력을 얻으므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냉각시키는 것이 가솔린자동차의 기본이다. 이는 냉각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많은 부속품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록펠러가 미국의 자본가들에게 설명한 것은 간단하다. 가솔린자동차를 보급하면 자동차 제조는 물론 정비에 따른 수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에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가동에 필요한 부속품이 거의 필요치 않다. 학자들이 전기자동차 시대로 들어가면 정비소가 적어도 절반 정도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하는 이유인데 록펠러가 바로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가솔린자동차를 사용하면 전기자동차보다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말에 정부로서도 마다할 일은 없는 일인데 현금은 그렇게 100여 년을 움직이다 보니 화석연료 고갈이라는 에너지 위기가 등장하였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기자동차가 급부상한 것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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