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영식 미중서부연합회장, “우리 남긴 기록이 햇빛 바래면 역사 돼”
독고영식 미중서부연합회장, “우리 남긴 기록이 햇빛 바래면 역사 돼”
  • 캔사스시티=이종환 기자
  • 승인 2022.04.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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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에 기록물 꼼꼼히 보관… 한국전참전기념비 방문도 동행
독고영식 미중서부연합회장
독고영식 미중서부연합회장

(캔사스시티=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캔사스시티에 사는 독고영식 미 중서부연합회장의 댁을 방문했을 때 기록물들이 꼼꼼히 정리해 보관된 것에 놀랐다. 
 
제25대 캔사스시티한인회장(2003-2004년)을 역임한 그는 한인회장 당시의 사진과 간행물, 안내문 등은 물론, 지난 기록들을 지하 1층의 방 한 칸과 계단 한켠에 오롯이 보관하고 있었다. 지하 1층은 말하자면 ‘기록물보존소’였다. 

방의 4면 벽으로는 사진들이 잡지 화보 페이지처럼 정리돼 나붙어 있고, 행사 포스터, 안내문 같은 자료들은 바인더북으로 정리돼 있었다.

당시 발행된 한인회보들도 빠짐없이 보관돼 있었다. 그는 몇 권을 빼내 보여주면서, “분기별로 발행했는데, 원고가 들어오면 박인숙 편집부장이 타자를 쳐서 발행했다”고 소개했다. 박인숙 편집부장은 독고 회장의 부인이다. 

“주일 오후에는 하와이 파와아 공원에서 이민 100주년 기념탑 제막식이 있었다. 기념탑은 한국을 상징하는 큰 바위 탑과 하와이를 상징하는 돌섬들과 갤릭호를 상징하는 배로 구성되었다. 기념식 제막식은 여러 국회의원들과 유명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제막식을 마치고 우리는 선조들이 첫발을 디딘 지점에서 시작하여 섬 남서쪽 끝까지 대한민국에서 보내준 해군 군악단 음악에 맞추어 시가행진을 하였다. 호텔에서 걸으니 왕복 8마일이 넘는 길이었다.”

한인회보 한 권에는 이 같은 글도 실려 있었다. 캔사스시티한인회 제6대 회장을 지낸 김영렬 한인회 자문위원이 하와이에서 열린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식에 참여한 후 기고한 글이었다. ‘캔사스시티한인회 회고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배영 제3대 한인회장이 쓴 글도 영문과 우리말로 올라 있었다.

“1965년 캔사스시티 한인모임이 시작됐을 때 학생들을 포함하여 약 30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었다… 1965년 Civil Rights Act(시민권법)가 제정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인종차별로 인하여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에게는 미국 시민권을 주지 않았다…”

한인회보에는 독고영식 회장의 취임사도 실려 있었다.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사는 이곳 캔사스시티는 1949년 이재신 초대 한인회장님 부부께서 유학생으로 오시면서 이민사가 시작돼 올해로 54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1968년 캔사스시티 한인회가 정식 창립된 이래 35년째를 맞이하면서 출범하는 제25대 한인회는 역대 회장님들의 노고를 기리면서 더욱 발전하며, 동포사회가 필요로 하는 한인회가 될 것입니다.”

이 같은 회보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당시 관심사는 무엇이고, 어떤 행사를 했는지, 심지어 누가 얼마나 회비와 기부금을 냈는지조차 알 수 있다. 상록회장 김철, 상공회장 안경호, 의사회장 이재명, 목회자협의회장 김삼영, 한국학교장 손동란 등의 이름과 연락 전화번호도 실려 있어 당시 단체장 현황도 확인된다.

이 기록들을 보면서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글귀를 떠올렸다. 경남 하동의 이병주문학관에 걸린 이 글귀는 대하소설 ‘산하’의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독고영식 회장의 ‘기록물 보관소’에는 ‘1991년 미 중서부한인회연합회 주소록’도 있고, ‘이민사 보존은 한인·본국 모두의 몫’이라는 제목의 옛 신문기사도 보관돼 있었다. 독고영식 회장은 이 기록들을 보관하면서 한인사회 몫의 ‘이민사 보존’을 시도한 듯했다.

한국전참전기념비 앞에서 김성배 회장과 독고영식 회장이 포즈를 취했다.
한국전참전기념비 앞에서 김성배 회장과 독고영식 회장이 포즈를 취했다.

2004년 12월 발간한 한인회 주소록에는 독고 회장의 부인인 박인숙 한인회 편집부장의 편집 후기도 실려 있었다.

“과거는 선택이 없지만 미래는 나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회장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따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을 다해 만든 주소록 개정판이 동포 여러분의 사업과 동포 간 교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튿날은 독고 회장과 함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았다. 이 기념비를 세울 때는 캔사스시티 한인사회도 2만불의 기금을 모금해 기부했다고 한다. 독고 회장은 당시 기부금을 전달 때 썼던 패널도 보관하고 있었다.

한국전 참전 기념비는 차량 흐름이 비교적 많은 길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시 정부가 정말 좋은 자리를 내줬다”고 소개하는 독고 회장은 “6·25 때면 한인회도 행사에 참여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전 참전 기념비 방문에는 김성배 현 캔사스시티한인회장도 동행했다. 김 회장은 올부터 2년 임기의 한인회장 임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전 참전 기념비 뒤의 전사자 기념 조형물
한국전 참전 기념비 뒤의 전사자 기념 조형물

반원형으로 넓게 펼쳐진 참전비에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고. 그 아래로 참전용사들과 참전 부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래 바닥에는 기념비 조성에 참여한 기부자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었다.

기념비 뒤쪽으로는 “1950년대 한국은 돌과 바위 가득한 척박한 풍경이었다. 돌산에서 치른 전투로 인해 사상자들이 많이 나왔다. 여기에 돌산을 만들어 당시 기억을 되새긴다”라고 쓴 표지석도 서 있었다.

독고영식 회장과 김성배 회장은 돌무더기와 돌로 이뤄진 언덕을 둘러보며 “전에는 6.26 기념식에 참여하는 참전용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헤어진 후 독고 회장은 이날 오후 백낙준 김마리아 같은 한인들이 공부한 미주리 파크대학도 안내하고, 또 캔사스시티 중앙역 앞에 선 한국전 참전기념탑 방문에도 동행했다.

한국전참전기념비 뒤에 있는 돌산 조형물. 한국전 당시 돌산에서 많은 전투가 이뤄져서 이같은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전참전기념비 뒤에 있는 돌산 조형물. 한국전 당시 돌산에서 많은 전투가 이뤄져서 이같은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캔사스시티 중앙역 인근에 있는 또다른 한국전참전기념비에서 독고영식 회장이 포즈를 잡았다
캔사스시티 중앙역 인근에 있는 또다른 한국전참전기념비에서 독고영식 회장이 포즈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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