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코로나 확진 생환기
[이영승의 붓을 따라] 코로나 확진 생환기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2.04.14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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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정점에 도달했다. 80억 세계 인구의 0.6%인 우리나라가 세계 확진자의 20%를 넘는다니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은 어디로 갔는지 참으로 기가 찰 일이다. 국내 하루 확진자가 삼사십만 명을 오르내리자 나도 더 이상 피할 수 없겠다는 각오를 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나는 예외이기를 바랐는데 그 기대는 역시 욕심이었다.

4월 3일 낮부터 목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이틀 전 골프모임에 참석했기에 코로나임을 직감했다. 아내에게 증상을 말하니 움칫 놀라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리고 달포 전 자기가 앓을 때 받아둔 신속항원검사 도구를 꺼내주며 검사를 해보란다. 면봉으로 양쪽 콧구멍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하니 빨간 줄이 하나만 나타났다. 음성이었다. 다행이라 안도했는데 밤이 되자 몸살이 나타나며 온몸의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되었다.

다음날에는 상태가 더 심해졌다. 어제 한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어 동네 병원에서 다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역시 음성이었다. 의사와 대면 진료 결과 편도가 부었다며 목감기약을 처방해줬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으며 밤이 되자 목이 심하게 건조해지고 목소리도 변성되었다. 자꾸만 코로나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하기 시작했다. 신속항원검사가 이렇게 부정확한지 몰랐다. PCR 검사를 받지 않고 신속항원검사만 반복한 것이 후회되었다.

2일째 일찍 잠이 깼다. 9시가 되기를 기다려 동네 임시선별검사소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검사요원들이 군사작전 하듯 체계적으로 시료를 채취했으며, 결과는 내일 오전 중에 문자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심해졌으며 하루해는 너무 길고 지루했다. 밤이 깊어지자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과 오한이 일어났다. 목에 가래가 심하게 끼었으나 뱉어도 나오지는 않았다. 남들은 독감 정도라고 했으나 분명 그보다는 심했다.

평소 내 몸이 허약하다고 생각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내 체질이 코로나에 약한 것 같았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생사는 종이 한 장 차이라 하지 않던가? 요즘 하루 300명 이상 죽는데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극복되리라 믿다가 한순간에 악화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공포심이 엄습했다. 어제 아내가 외손녀를 돌봐주러 딸아이 집으로 내려가기를 망설이기에 “일단 병원에서 코로나가 아니라 했고, 만약 코로나라 하더라도 혼자 격리되어야 하니 신경 쓰지 말고 내려가라”고 했는데 그때 잡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3일 차 9시가 되자 구리시 보건소에서 메시지가 왔는데 확진자였다. 이를 두고 청천병력이라 하던가?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서 있는데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주소와 연락처 등 몇 가지 개인정보를 확인했다. 현재 상태를 묻기에 목이 심하게 잠기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더니 “집중관리대상자로 등록하겠으며, 오후에 처방약을 집으로 보내주고 보건소와 연계된 병원을 통해 매일 두 차례 상담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내가 ‘팍스로비드’라는 먹는 치료제가 수입되었다는데 처방해주지 않느냐고 하니 “그 약은 신약이라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먹겠느냐?”고 했다.

내가 좋다고 하자 “만약 복용 중에 구토나 어지럼증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고 함께 보낸 다른 약만 먹으라”고 했다. 오후에 약과 체온계 및 코로나 격리 안내서 등이 배달되어 왔다. 입맛이 없는데도 매끼 꼬박꼬박 밥과 약을 챙겨 먹었다. 그러나 밤이 되자 목 잠김과 가래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부터인데 정신을 차려야겠다며 따뜻한 물을 끓여서 보온병에 담아놓고 수시로 마셨다.

4일째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으며 오후에는 설사가 나기 시작했다. 신약의 부작용이 아닐까 걱정하는데 마침 병원에서 상담 전화가 왔다. 상황을 말하니 자기는 간호사라 대답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고 기다리라 했다. 잠시 후 의사가 전화해 “신약 부작용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내일 오전 상담 시까지 약을 계속 복용하고 그때 상태를 봐서 결정하자”고 했다. 밤이 되자 다행히 설사는 그쳤으며 상태도 조금씩 호전되는 듯했다.

5일째 날이 밝았다. 목 상태가 완전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나는 2년 넘게 코로나와 숨바꼭질하듯이 잘도 피해 다녔으나 결국 감염되고 말았다. 그동안 고생한 것이 너무 허탈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차라리 코로나와 맞서 용감하게 활동하다가 감염된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국민을 그토록 통제하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지금의 참담한 상황이 되었는데, 이제 와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자 각자도생하라는 식의 조치가 과연 옳을까 싶었다. 그동안 K방역을 믿으며 정부의 방역정책에 무조건 순종한 국민 입장에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아내에게 “자식들이 알아야 도움 될 게 없으니 비밀로 하자”고 했는데 확진 통보를 받자 아내가 가족 카톡방에 올려버렸다. 이를 본 아들딸 두 내외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좀 어떠세요? 음식 잘 챙겨 드시고 힘내세요. 등 응원 메시지를 올리고, 격리 생활에 힘내라며 손주들의 동영상도 수시로 보냈다. 며느리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데도 포장 곰탕과 찰떡을 택배로 보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 같은 가족애를 느껴본 적은 처음이며, 내가 이토록 복 많은 사람인 줄도 미처 몰랐다. 모두가 코로나 덕분이 아닌가 싶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는 인간 생태계를 위협하는 시대의 괴물 앞에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된 것 같다. 그러나 비몽사몽 간에 코로나와 벌인 사투는 분명 일촉즉발의 위기였으며, 나는 운 좋게도 생환했다. 그리고 5일간의 실전은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체험이었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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