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㉝] 음높이와 절대음감
[홍미희의 음악여행 ㉝] 음높이와 절대음감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2.04.2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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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굽쇠(tuning fork)[사진=위키미디아커몬스]

절대음감이란 어떤 음을 듣고 그 고유의 음높이(절대음고)를 즉석에서 판별할 수 있는 청각 능력이다. 이에 대하여 다른 음과의 비교에 의해서 음의 높낮이를 알 수 있는 것을 상대음감이라고 한다.(지식백과) 그래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면 음악을 들을 때 조성이 바뀌어도 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음의 높이로 들릴 것이고, 상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조성이 바뀔 때마다 바뀐 조에 따라 계이름으로 들리게 된다.

물론 가장 음악적이지 못한 상황은 음의 판별이 어려운 경우겠다. 이 경우에는 음감 자체가 아예 없으니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음악성이 뛰어나고 뭔가 다를 것이라는 맹목적인 신뢰와 부러움을 가진다. 또, 절대음감은 타고 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힘과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자포자기하는 느낌도 동반한다. 나의 경우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몇 순간들이 있다.

중학교 때 합창시간이었다. 합창 수업은 꼭 성악전공이 아니어도 음악과 학생들은 필수로 들어야 했다. 1, 2학년이 같이 듣던 수업은 당연히 인원도 많았는데 어느 날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던 중간에 피아노로 현란하게 음계를 쫘~악 치셨다. 그리고 이 음계의 시작이 무슨 음인지 물으셨다. 대답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도, 하나는 파. 그리고 강의실은 서로 자신의 답이 맞다고 주장하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일반적으로 선생님께서 어떤 문제를 냈을 때 서로 답을 말하다가도 상대방의 답을 들으면 아! 하는 느낌과 함께 “저게 답이구나”라고 승복을 하는데 그날은 두 개의 답이 서로 양보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선생님은 도가 답이라고 하는 사람, 파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손을 들어 보라고 하셨고 그 인원도 거의 반반으로 나뉘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아니 왜 저 소리를 못 듣지? 어떻게 파라고 할 수 있나? 또는 파잖아~ 나는 도라고 했고 옆에 있던 친구는 파라고 했다. 그리고 답은 파였다. 선생님은 F Major를 치셨던 거였다. 그때의 절망감은 아직도 패배감으로 남아 있다. 내가 틀리다니!

바이올린의 개방현은 낮은음부터 솔, 레, 라, 미의 5도 차이로 구성되어 있다. 레슨을 받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개방현 두 줄을 같이 소리를 내며 “지금부터 내가 팩(줄 감개)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소리를 낼 테니 가장 정확한 5도 화음이 나오면 대답해라” 하셨다. 나는 정확한 소리가 나올 때까지 “아니요, 맞아요”를 반복했다. 이때 내 귀는 제법 정확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비슷하지 않니?” 하실 때도 뭔가 조금씩 모자라거나 넘치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완벽한 5도의 차이가 아닐 때 그것은 틀리지는 않지만, 정답이 아닌 소리였다. 뭔가 안착되지 못한 느낌, 내 발이 땅에 딱 붙지 않고 조금은 떠 있는 느낌, 아니면 잘못 만들어져서 꽉 맞지 않는 창문 같은 것과 같았다. 그것은 마치 음식에서 정확한 그 맛이 아니어도 먹을 수는 있지만 명쾌하지 않은 맛과 비슷했다. 딱 맞는 어느 지점이 있었다.

주파수의 구성요소[삼성반도체 이야기(https://www.samsungsemiconstory.com) 사진 캡쳐]

대학교 때 시창과목이 있었다. 중간고사 기간이 되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시험 중간에 ‘A’ 음을 확인하겠다고 하셨다. 1명씩 들어가서 주어진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 부르는 중간에 선생님께서 ‘A’ 하면 우리는 ‘A’ 음을 소리 내고 선생님은 가차 없이 피아노로 ‘A’를 눌러 본인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들려주셨다. 시창 시험 악보는 다장조가 아니고 여러 가지 조표와 임시기호로 되어 있고 계이름으로 부르는 것이어서, 갑자기 기습적으로 ‘A’ 하면 정확하게 그 음을 부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때는 정확하게 A 음을 냈다. 시험이어서였을까?

이후로 나는 음을 들을 때 자꾸 확인하면서 듣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주변에서 들려오는 핸드폰의 벨소리가 계이름이 아닌 원음으로 #2개까지 정확하게 들렸다. 절대음감의 귀로 들린 것이다. 또 음악 외에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소리도 음으로 확인해 보곤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자동차 소리, 컴퓨터의 키보드 누르는 소리, 접시가 들락거리는 이런 소리를 음으로 구별해 낸다는 것은 어렵고 의미 없는 일이다. 이런 소리는 여러 음이 복합되어 있어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 많은 소리가 비슷한 주파수에 몰려 있다면 비슷하게 맞출 수도 있겠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음높이의 단위는 Hz(헤르츠, 주파수)다. Hz는 1초에 진동한 횟수다. 예를 들어 20Hz라면 1초에 20번 진동했다는 뜻이고, 숫자가 많아질수록 그 음은 높아진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A의 높이는 1939년 런던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정한 표준음고인 440Hz다. 그러나 연주자나 지휘자에 따라 자신이 선호하는 소리가 있고, 음고가 올라갈수록 화려하고 풍성하게 들려 442Hz나 445Hz까지 음을 올려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1877년경 유럽의 파이프 오르간은 374Hz~567Hz까지로 편차가 컸고, 헨델이 사용했던 A는 422Hz였다고 한다. 이런 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악기가 남아 있기도 하고 그때 사용했던 소리굽쇠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자기기도 많이 쓰지만, 예전에 피아노를 조율할 때는 모두 소리굽쇠를 사용했다. 소리굽쇠는 두드리면 일정한 진동수의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져 당시 사용한 음의 높이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A 음의 높이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랐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절대음감은 철저하게 문화적이고 시대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헨델의 시대에 살던 절대음감의 소유자가 현대에 온다면 그는 그 기준을 바꾸느라 무척 힘이 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경우 노래의 흐름을 익히기 위해 주로 계명창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절대음감보다는 상대음감의 훈련이 더 많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절대음감이 흔들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지만 계명창을 사용할 경우 음악의 흐름에 대해 훨씬 쉽게 이해하게 되는 장점도 있어 특히 성악에서 많이 사용한다. 절대음감은 훈련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으므로 아주 어릴 때부터 음과 관련하여 습득한 것이 많은 사람이나, 음에 대해 민감해서 그 음의 기준이 박혀 있는 사람들에게 많다.

그러나 베버, 베를리오즈, 라벨, 슈만, 바그너 같은 사람들도 절대음감이 없었다고 전해지는 만큼 음악을 만들거나 감상하는 처지에서 절대음감이 필요조건은 아니다. 사실 타고난 능력의 차이가 꼭 음감에만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 등 부러움과 맹목적인 신뢰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많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인생사는 재주와 능력보다는 마음과 정신에 달려있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말해도 된다. 없지만 음악을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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