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⑧] ‘가마귀 싸호난 골에’와 ‘낙엽을 보며’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⑧] ‘가마귀 싸호난 골에’와 ‘낙엽을 보며’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5.27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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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가마귀 싸호난 골에
- 정몽주 어머니

가마귀 싸호난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마라
성난 가마귀 흰빗츨 새오나니
청강에 좋이 시슨 몸을 더러일가 하노라

  
고려의 운명을 다시 회복시키려고 애쓰는 아들 정몽주를 위해서 지었는데, 이성계가 아들 이방원으로 하여금 잔치를 베풀어 정몽주를 초대할 때, 정몽주에게 간밤 꿈이 흉하니 가지 말라고 하며, 지어준 어머니의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까마귀들이 싸우는 골짜기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난 까마귀들이 네 새하얀 빛을 시샘할까 두렵구나.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이 더러워질까 걱정이구나’ 하는 시조로 ‘까마귀’와 ‘백로’의 대조로 소인과 군자를 비유하고 있으며, 나쁜 무리에 어울리지 않고 끝까지 군자의 삶을 지켜나가라는 마음이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까마귀같이 시커먼 마음으로 정권을 찬탈하려는 이성계 무리가 우글거리는 위험한 곳에 백로처럼 깨끗하게 수양한 선비요 충신인 정몽주가 뛰어들면 위태롭다는 뜻을 까마귀와 백로로 비유했다. 시대가 바뀌어 나라를 지배하는 새로운 탐욕의 무리와 변절한 자들 사이에서 곧은 지조와 의리를 갖춘 사람이 자칫 휩쓸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지은 작품이다.

* 현대시조

낙엽을 보며
- 김월준

뚝뚝 뚝 떨어지며 굴러 가는 저 가을 
봄여름 내 푸른 결기 하늘을 찌르더니
저 할 일 다 했노라고 웃으면서 떠나네

김월준(金月埈, 1937~)은 조선일보(1963), 동아일보(1966) 신춘문예에 당선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여기저기서 곱게 물든 가을 나뭇잎이 떨어져 나뒹구는 가을이다. 시인은 ‘가을이 굴러 간다’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낙엽도, 가을의 시간도 바퀴처럼 굴러서 근원으로 돌아가고 있다. 땅으로 돌아가 침묵을 한다. 이제 잎사귀는 낙엽이 되어 왕성하던 때의 푸른 결기를 뒤로하고 손을 털고 웃으면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떠나간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낙엽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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