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㊻] 세계는 토카막 개발에 한창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㊻] 세계는 토카막 개발에 한창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5.2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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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세계는 토카막(Tokamak, Toroidal Chamber with Magnetic Coils)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토카막은 러시아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구소련의 이고르 탐(Igor Tamm)과 사하로프(Andrei Sakharov)가 1950년대 발명했다. 이후 아치모비치(Lev Artsimovich)가 196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100분의 1초 이상 가두는 토카막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실험실 수준에서 성공했고 계속해서 연구해 현재 플라스마를 수십 초 동안 가두는 기술 수준까지 발전했다.

토카막은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전기를 띤 입자에 작용하는 로렌츠 힘(Lorentz force)을 바탕으로 한다. 토카막 속의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이므로 전기를 띤 입자, 즉 하전 입자의 상태이다. 하전 입자는 자기장과 입자의 속도에 수직 방향으로 로렌츠의 힘을 받으므로 그림에서와 같은 나선형의 궤적으로 움직인다.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만들면 내부의 하전 입자는 자기장 내부를 빙글빙글 돌면서 갇혀있게 된다. 이것이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실제의 토카막에서는 단순히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만드는 자석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자석을 이용해서 내부의 플라스마가 잘 유지되도록 제어해줄 필요가 있다. 토카막에서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만드는 것을 TF(Toroidal Field) 자석, 플라스마를 제어하는 자석을 PF(Poloidal Field), 플라스마 전류(플라즈마 자체가 운동하면서 생성되는 전류)를 구동하는 자석을 CS(Central Solenoid) 자석이라고 한다.

플라스마를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서 효과적으로 가두기 위해서는 높은 자기장이 필요하므로 최근에 건설되는 토카막 장치들은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다. 한국은 발 빠르게 핵융합 분야에 투입했으므로 핵융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KSTAR)를 보유한 선두주자이다. 이 장치는 여러 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① 초전도 자석에 들어간 초전도 선을 모두 이으면 길이가 약 12,000km다. 지구의 지름과 거의 비슷한 길이. 이 정도면 서울과 부산을 약 27번 왕복할 수 있다.
② 초전도 선 안에는 초전도 심이 3,000가닥 이상 들어 있다. 이 초전도 심을 꺼내 한 줄로 이으면 길이가 약 3,600만km다. 지구 둘레를 약 1,000번 감을 수 있고, 지구와 달 사이(38만km)를 약 50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③ KSTAR가 들어선 실험동 건물의 벽면 두께는 1.5m. 이런 특수 실험동을 짓는데 들어간 총 시멘트양은 51,263m3. 이 정도 양이면 아파트 1,000세대를 지을 수 있다.

KSTAR는 2021년 핵융합 에너지기술 5대 강국에 진입하고 2036년까지 핵융합 발전소 건설 능력을 확보해 2040년대에 핵융합 발전소를 완공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전쟁이 점차 치열해지는데 한국의 에너지 상황은 여타국가와 매우 다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며 석유 소비 세계 7위, 석유 정제능력 세계 5위, 전력 소비 세계 12위의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근본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핵융합에너지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설명이다.

토카막이란 원리가 개발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핵융합에 관한 한 아직 기본 단계 수준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소립자를 발견하고 화성에 우주선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도 핵융합이 지지부진한 것은 그만큼 핵융합로 제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핵융합 발전에 대한 평가는 크게 나뉘어 있다. 199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피에르 질 드 젠(Pierre Gilles de Gennes, 1932~2007) 박사는 다음과 같이 핵융합 발전을 혹평했다.

‘태양을 상자에 가두어둔다는 (ITER) 계획은 멋진 발상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상자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마사토시 고시바 도쿄대 교수도 ‘핵융합 발전의 실제 비용을 검토한다면 그 전망은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플라스마 융합센터의 미클로스 포콜랩 소장은 설사 핵융합 발전의 문제점이 완전하게 정복되더라도 상용화되려면 적어도 5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제적 타당성을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난관에 좌절할 인간들이 아니다. 난관이 있다면 오히려 도전에 열기를 뿜는 것이 인간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아무리 핵융합에 점수를 준다고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소처럼 수소발전소 즉 핵융합이 실용화되는데 2045년을 꼽는 학자들도 있지만, 보통 50년에서 100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핵융합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당분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로 인공 태양이 포함된다는 것은 인간의 자만이 아니라 가능성에 기초한다는 것을 나무랄 것은 아니다. 미래의 어느 날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른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또 다른 태양은 에너지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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