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08] 이봉창 의사(義士)
[아! 대한민국-208] 이봉창 의사(義士)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2.05.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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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의사(義士)란 의로운 뜻을 가지고 의로운 행동을 보여준 선비를 가리킨다. 민족의 존엄과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의사로 우리는 흔히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의사를 꼽는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결국은 조선독립을 위한 같은 길을 걸었던 이들 가운데 이봉창 의사는 안중근, 윤봉길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봉창 의사는 당초에는 그저 평범한 ‘도시의 모던 보이’였다. “일본인의 습관을 빨리 배워 그들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겠다.” 일본인들로부터 기술을 습득해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청년이었다. 이러한 마음으로 열심히 직장에 다녔다. 열두 살 때부터 일본인이 운영하는 상점의 점원으로 일했다. 17세이던 1918년에는 용산역에 취직해 4년 동안 역무원과 운전수습생 등으로 근무했다. 철도는 그 당시 최첨단 교통수단이었고 용산은 한반도 철도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조선인 직원은 일본인에 견주어 승진과 봉급 등 근무조건에서 현저한 차별을 받아야 했다.

이봉창은 일본에서 일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을 덜 받는다는 말을 듣고 1925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철공소 등을 전전하며 여러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했다. 때로는 술도 마시고 카페에 가거나 영화관에도 갔다. 이때의 그의 모습은 당시로써는 첨단의 소비문화를 누리는 모던 보이로 보였다.

그러나 1928년 11월, 일왕 히로히토의 즉위식이 그의 인생행로를 완전히 바꿔놓게 된다. 그날 일을 하루 쉬고 그 즉위식을 보러 갔는데, 임검하던 경찰이 그를 수색해 가지고 있던 한글 편지를 발견하고는 그를 1주일 동안 유치장에 구금한 것이다. 이때 이봉창은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조선인 주제에 일본 임금의 즉위식 따위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나는 이제부터라도 우리 2천만 동포의 자주권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민족의식과 함께 일제의 조선인 차별에 새삼 눈을 뜨게 된 것이다.

1931년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애국단에 들어간 이봉창은 일왕 암살계획을 밝히고 백범 김구 선생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고 한다면 지난 31년 동안 육신의 쾌락을 대강 맛보았습니다.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꿈꾸며 우리나라 독립사업에 헌신하겠습니다.”

1932년 1월 8일, 그는 도쿄 요요기 연병장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마차를 향해 수류탄을 던져 명중시켰다. 그러나 이때 히로히토는 다른 마차에 타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잡혀 사형선고를 받고 일본 형무소에 갇힌 그는 그해 10월 10일,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으니, 이때 그의 나의 31세였다.

이봉창 의사의 의거는 실패했지만, 그 영향은 컸다. 일제 침략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은 물론 일본의 조선 지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민국일보는 이봉창 의거를 보도하면서 일왕 히로히토가 “불행하게도 맞지 않았다”는 표현을 써서 보도함으로써, 일본으로 하여금 상하이 사변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상하이 사변은 1932년과 1937년 두 차례에 걸쳐 상하이에서 일어난 중국과 일본의 무력 충돌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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