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청춘의 노래
[대림칼럼] 청춘의 노래
  • 최유학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조선언어문학학부 부교수
  • 승인 2022.06.1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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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날 두고 간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청춘’의 노래는 슬프면 슬플수록 제맛이다. 물론 경쾌한 청춘의 노래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둘을 비교해볼 때 왠지 슬픈 청춘의 노래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는 말이다. 희극보다 비극이 더 사람들을 울리듯이.

2015년 ‘응답하라 1988’의 OST에서 김필이 부른 이 ‘청춘’은 특유한 슬픈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몇 년 전 서울에 가 있을 때 이 노래를 접하고 따라 흥얼거리던 기억이 난다. 내 딴엔 아주 신식 노래라고 생각되어 친구들과의 노래방에서도 서투르게나마 불러본 기억이 난다.

그때 이 노래가 너무 슬프다는 생각이 들어 ‘난 왜 슬픈 노래로 분위기를 망치지’라는 미안함이 들기까지 했다. 신식 노래라고 생각했던 이 노래가 1981년에 발표된 김창완이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 ‘청춘’이라고 한다. 슬픈 청춘의 노래를 좋아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행복은 노을처럼 잠시일 뿐이고 대부분 시간은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라고들 한다. 더군다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청춘은 감기 때 신열처럼 짧다. 그것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픈 시기이다.

청춘은 긴 인생의 길에서 동경하다가 놓치고 만 가장 중요한 그 무엇처럼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애석한 시기이다. 그러니 슬픈 ‘청춘’의 노래가 사랑받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청춘을 멀리 흘려보내고 자꾸만 반추할 수밖에 없는 지점에 이른 반백의 중년 나그네에게는 더더구나 그렇다.

며칠 전, 정확히 말해서 지난 5월 23일 밤에 중국의 ‘교정민요(校園民謠)’ 가수 선칭(瀋慶)이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돌아갔다. 5월 24일 새벽에 위챗 방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90년대에 중국에서 청춘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교정민요(校園民謠)1>의 수록곡 속에 그의 노래 ‘청춘’이 들어 있었다.

그가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 이 노래는 그때 듣기에도 엄청 슬픈 노래였다. <교정민요(校園民謠)1> 속의 노래 ‘짝꿍이었던 너(同桌的你)’처럼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대학 시절 우리 기숙사에서는 인기가 꽤 높았던 노래였다.

“청춘의 꽃은 피고 지고, 힘들지만 나는 후회 않네, 계절마다 비 내리고 눈 오고, 나는 심취하여 초췌해만 가네 (青春的花开花谢,让我疲惫却不后悔,四季的雨飞雪飞,让我心醉却不堪憔悴)…, 너를 위해 노래하게 허락해 주렴, 난 밤마다 잠 못 들게 되었으니, 너를 위해 울 수 있게 허락해 주렴, 눈물 속에서 나는 자유롭게 날 수 있으니.(允许我为你高歌吧,以后夜夜我不能入睡,允许我为你哭泣吧,在眼泪里我能自由地飞)”

마음이 아프다. 우리와 같은 청춘 시절에 슬픈 청춘의 노래를 불러 우리를 다 같이 따라 부르게 했던 선칭의 죽음이 청춘을 잃은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한다.

인생은 길고 청춘은 짧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젊음을 알게 된 때는 이미 젊음이 멀어진 때다. 그러나 대지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리고 60 청춘, 70 청춘이란 말도 있다. 우리 모두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자.

그리고 너무 슬퍼하지 말자. 김창완의 ‘청춘’의 원래 가사가 ‘갈 테면 가라지 푸르른 이 청춘’이었는데 심의에서 반려가 되어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갈 테면 가라지’라는 소탈한 마음이 되어버리자.

필자소개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조선언어문학학부 부교수,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이사
저서 <박태원의 문학과 번역> <내여자의열매(我的植物妻子)>(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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