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①] 나를 찾아나서는 여정
[아! 대한민국 ①] 나를 찾아나서는 여정
  • 김정남<언론인, 본지 고문>
  • 승인 2011.08.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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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본지 고문, 시리즈 연재 1탄

김정남<전 청와대사회교육문화수석, 본지 고문>

김정남 본지 고문
지금은 들리지 않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스스로를 비하(卑下), 자조(自嘲), 자학(自虐)하는 소리가 우리들 입에서 자주 나왔다. 우리 스스로를 ‘엽전’이라 불렀고 “엽전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하는 일을 자조했다. 시간 약속을 하면 흔히 몇십분, 많게는 한시간까지 늦는 것이 보통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코리안 타임’이라고 부르면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자신,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이러한 자조와 비하는 구한말(舊韓末)때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두 눈을 멀쩡하게 뜨고 있는 가운데, 나라가 망해가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런 자조가 나올 만도 하였을 것이다. 거기다 일제가 주입한 식민사관도 보이게, 보이지 않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해방이 되고 난 뒤에도 좌우이념 투쟁으로 여념이 없다가 민족분단을 맞았고, 끝내는 동족상잔의 한국전쟁까지 겪으면서, 이러한 자기비하와 자학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10여년에 걸친 이승만의 백색독재, 30여년 가까이에 이르는 박정희, 전두환의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는 ‘아무 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체념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자조와 비하가 없어졌다.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히 들은 말이어서, 그것이 진실처럼 느껴졌던 그런 말들이 이제는 먼 옛날의 이야기로 들린다. 젊은 사람에게는 그런 말이 생소하기 짝이 없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그만큼 떳떳하고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압축적인 산업화(근대화)의 성공과 피를 흘리지 않고 이룩한 민주화의 성취에 따른 내부적 자신감과 밖으로 커진 국력과 높아진 국격(國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는 아직도 자학적인 역사관이 온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으니, 흑백논리로 그것을 모두 그릇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다. 우여와 곡절은 많았지만, 정말 우리가 여기 ‘오늘의 대한민국’에까지 온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패배주의와 자학과 자조는 물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것과 같은 경박한 자만심이다.

이 시점에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고 중요하다. 좌(左)도 우(右)도, 자학도 자만도 아닌, 정반합(正反合)의 우리의 정체성-Between and beyond-를 찾아나설 때다. 그것이 칼럼, 「아! 대한민국」을 쓰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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