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은퇴를 생각해본다
[해외기고] 은퇴를 생각해본다
  • 황현숙(칼럼니스트, 호주 퀸즐랜드)
  • 승인 2022.08.0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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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훌쩍 지나버린 시간을 생각하면 은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아직도 일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하고, 이제는 편히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던져온다. 나는 “내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라고 여유 있게 들릴 수 있는 응답을 한다. 젊은 시절에는 내 나이 쉰 살이 되면 일을 하지 않고 우아하고 멋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나이가 되었지만, 내년, 또 내년을 기약하며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은퇴 후의 생활을 미리 경험해보고 작은 계획이라도 세우고 싶은 생각을 하며 올 상반기에 한 학기 동안 긴 휴가를 보냈다.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다는 야멸찬 욕심을 부려본 것이다.

나의 일상은 아침형 인간이 아닌 탓에 그저 느긋하게 늦게 일어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갓난쟁이 손녀를 돌보는 데에 주로 시간을 보냈다. 은퇴 후에 누릴 수 있는 나만의 시간, 나만의 자유를 조금은 맛본 듯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해지며 무엇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기분이 들었다.

100세 시대를 맞았는데 그 시간이 길게 여겨지며 퇴직공황 장애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내가 꼭 해보고 싶은 일, 꼭 해야만 할 일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생각만 하고 현실로 실행하지 못한다면 후회할 것 같아서 남겨진 내 삶의 시간을 허비하게 될까 봐 그 또한 우려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만 하다가 결국에는 2학기가 시작할 때 직장으로 복귀했다.

요즘 시대에 은퇴하는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부른다. 은퇴라는 말보다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한다는 세련된 표현을 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이들은 예전에 은퇴했던 기존의 시니어에 비해서 학력이나 소득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인생의 2막을 자기실현의 기회 또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보유하고 있다.

은퇴 후에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이 16만 시간 또는 20만 시간이라고 어느 학자가 추정했다. 자유시간이 길어지면서 ‘슈퍼 노인 증후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열정적으로 생활하고 이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간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래서 사교모임에 과하게 참석하거나 인터넷에 빠지며 자신을 드러내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갑자기 주어진 여유는 늘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온 직장인에게 정신적인 불안감을 일으키며 정서적 공황을 느끼게 한다. 쉴 틈 없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삶을 살아왔다면 은퇴 이후에는 조금의 시간적인 여백을 갖는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적당한 느림을 경험해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 그것은 온전히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은퇴 후에 특별한 삶을 사는 분이 있다. 교장 선생님 부부는 학교에 재직할 때에도 방학을 이용해서 캄보디아의 농촌 지역에 가서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다. 그들은 학교건물을 짓는데 현지인들과 함께 벽돌을 쌓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교육을 했다.

늦은 나이에 본인이 직접 악기를 배워서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뜻있는 지인들과 힘을 합해서 악기를 시골 학교에 제공했다. 현재 그 교장 선생님은 은퇴 후에 한국의 생활을 정리하고 캄보디아로 이주해서 시골 현지 학교에서 봉사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힘든 세상에서 사랑과 나눔의 채움을 몸소 실천하는 참 대단한 분들이라 여겨진다. 내 지인의 부모님들 이야기이다.

최근에 Qsuper(연금 관리 펀드회사)에서 마련한 은퇴 계획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브리즈번 컨벤션센터의 큰 회의실을 제공할 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 보이는 나이 든 사람들이 귀를 세우고 듣고, 질문하면서 경제적인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강사는 슬라이드 화면을 통해서 남은 인생에서 부부가 소비해야 하는 돈과 싱글이 소비해야 하는 돈의 액수까지 보여주며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코로나 역병 시기에 연금회사에서 투자했던 이익은 모두 하강 곡선을 보여주었다. 열심히 일해서 모여진 연금이 이익을 남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 휴~하는 한숨 소리가 절로 새어 나온다. 힘을 다해서 일하고 연금을 부었지만, 펀드 회사만 믿고 있기에는 세상이 너무 어지럽게 변해가고 있다. 경제 관념을 부추기는 행사였다.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나이라는 한계에 갇힐 수도 있고 또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은퇴 후에 가지는 인생 2막, 새로운 삶에 도전할 때라며 나 자신에게 예상되는 용기를 불어넣어야겠다. 아자, 아자 화이팅!

황현숙(칼럼니스트, 호주 퀸즐랜드)
황현숙(칼럼니스트, 호주 퀸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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