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⑭] ‘눈마저 휘여진 대를’과 ‘대’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⑭] ‘눈마저 휘여진 대를’과 ‘대’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8.19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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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눈마저 휘여진 대를
- 원천석

눈마저 휘여진 대를 뉘라서 굽다턴고
구블 절(節)이면 눈속에 프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원천석(元天錫, 1330∼?)은 고려 말 학자로 호는 운곡(耘谷)이다. 이 시조는 ‘눈을 맞아서 그 무게로 한때 휘어진 대나무를 그 누가 굽었다고 하던고? 굽힐 그런 절개라면 차디찬 눈바람 속에서도 저렇게 푸를 수가 있으랴? 생각건대, 엄동설한에도 끄떡없이 그 추위를 이겨내는 굳센 절개는 오직 대나무 너뿐인가 하노라’ 하는 것으로 모진 권력에 굽히지 않는 지사의 굳은 마음을 비유하고 있다. 이는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뜻을 표현한 말로 고려의 녹(祿)을 먹던 내가 어찌 비굴(卑屈)하게 조선왕조에 절개를 굽힐 수 있겠는가 하는 굳은 결의를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 현대시조


- 김교한

맑은 바람소리 푸르게 물들이며
어두운 밤 빈 낮에도 갖은 유혹 뿌리쳤다.
미덥다 층층이 품은 봉서 누설 않는 한평생

김교한(金敎漢1928∼)은 196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이 작품은 대나무나 소나무에서 부는 바람은 티 없이 맑고 깨끗하다. 바람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고 하여 청량감(淸凉感)을 자아내면서 유혹에 빠져들지 않고, 시속(時俗)에 물들지 않는 꼿꼿한 선비의 정신을 표현해 보였다. 또한 신의(信義)를 중시하는 침중(沈重)한 모습을 이 대나무의 특성에서 유추하여 시화(詩化)하고 있다. ‘층층이 품은 봉서’란 말은 대나무의 마디마디마다 닫혀 있음을 은유하여 표현한 말이다. 이 시조 속 대나무는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과묵함이 조선조 사관(史官) 같다. 위 고시조와 같이 이 작품도 대나무의 곧은 특성을 굽히지 않는 절개로 묘사하고 있으며, 대나무 마디가 닫혀 있음을 언행의 신중성으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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