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문화 충격①, 집안에서 신발 신는 사람들
[김재동칼럼] 문화 충격①, 집안에서 신발 신는 사람들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02 10: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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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홀로 집에'

미국인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 그들이 바닥에 앉는 일은 거의 없다. 언제나 소파나 의자 침대에 걸터앉는다.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받았던 문화 충격 중 하나는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이었다. 온종일 밖에서 신던 신을 그대로 신고 집안에서 거리낌 없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한국인 친구 집은 물론 이거니와 미국인 친구 집에 반드시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한국식 신발 문화가 몸에 배어 있어 집안에서 신발을 신는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아시안을 친구나 배우자로 둔 미국인들과 위생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집안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 실내화나 슬리퍼를 신는 가정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 들은 밖에서 신던 신발을 집안에서도 신는다. 극소수의 미국인들 사이에서 아시안 가정에 방문할 때는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다. 
 
아내는 천으로 된 슬리퍼와 두꺼운 양말을 늘 준비해두고 있다. 집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다. 우리 집에 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무언의 요구와 배려인 것이다. 예전에는 집에 미국인 손님이 오면 현관문을 열어주며 신발을 벗을 것을 부탁했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궂은날에는 더욱 신경이 쓰였다. 지금은 신발을 벗으라는 말을 슬리퍼나 양말을 건네는 것으로 대신한다. 겨울에는 손님들이 양말을 선호한다. 신었던 양말은 선물로 가져가게 한다.  

집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서양 문화권과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동양 문화권의 한국을 비교해 보자. 서구의 집은 난방을 벽난로에 주로 의존했다. 그 때문에 차가운 바닥은 카펫(carpet) 이나 러그(rug)를 깔아 냉기를 막았다. 특히 겨울에는 차가운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심해 신발을 신고 생활했다. 반면 한국은 온돌로 난방을 했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 생활했다. 발은 물론 몸 전체를 따뜻한 방바닥에 밀착시켜 체온을 유지함과 동시에 혹한의 겨울을 날 수 있었다. 

고대 한반도의 상류층은 서민층보다 온돌 난방을 늦게 도입했다. 비단이나 양털 같은 따뜻한 침구류를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느냐에 따라 거주 환경이 달라졌다. 온돌은 침구류를 구할 수 없는 서민들의 겨울나기 방편이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 넣은, 문밖에 벗어놓은 신발로 보아 집안에서 맨발로 생활하는 문화가 그때 이미 자리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TV 드라마 '프렌즈'

반면 고대 유럽의 주거환경은 침실과 거실이 구분되지 않았다. 지금으로 치면 스튜디오(Studio)나 호텔 방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부엌은 물론 심지어 화장실까지 가벽을 사이에 두고, 한 공간에 있었다. 주거공간 구조상 애초에 침실이 따로 없었다. 전천후실내 공간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다가 안쪽에 배치된 침대에서 잤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북 유럽국가는 눈과 비가 자주 내려 진흙이 신발에 묻는 경우가 허다했다. 기후적 요인도 집안에서 신발을 신게 한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러하듯 난방시설과 공간 구조가 실내에서 신발을 신는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논문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에 의하면 신발에는 42만 개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화장실 변기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다. 팬데믹(Pandemic) 이후에는 꽤 많은 가정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밖에서 온갖 세균들을 신발 바닥에 묻혀 옴으로써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나 방문자의 신발에서 많은 세균과 병원균이 검출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친구 집에 초대받으면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집주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장 수리 등 가정집 실내 작업자들도 요즘은 대부분 신발 덮개 (shoes booty)를 가지고 다닌다. 미국 중 서부 지방에서는 위생상 문제로 방문자에게 신발을 벗고 들어오기를 권하는 미국인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가정에서 신발 바닥에 묻은 불순물을 털어 내는 매트(door mat)를 문밖에 깔아둔다. 그리고 바깥에서 일할 때 신는 신발이나 눈이나 비가 올 때, 운동할 때, 산책할 때 신는 신발을 따로 구비 해둔 가정도 있다. 

최근 미국의 한 방송 매체는 뉴욕 맨해튼에서 행인들에게 ‘현재 집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대체로 여성이나 아시안을 배우자로 둔 사람과 간호사 등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No’라고 답했다. 그 외 인터뷰에 응한 사람 중 절반은 ‘Yes’라고 대답했다. 이렇듯 실내에서 신발을 신는 문화가, 위생과 청결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해, 신발을 벗는 쪽을 택하는 미국인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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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2022-09-03 10:23:43
건강이 최고입니다
무자게 넓은 집에서 하인을 두고 살지 않는한
집안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는게 좋을듯ᆢ^^

이진환 2022-09-02 12:03:30
사소한것,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모를 주변의 것들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풀어 주셨네요.
우리 동양인들은 집에 오면 신발을 벗는 것이 당연시되어서 무심코 지나쳐 버렸는데, 미국생활을 해 보지 않아서 그런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역사적인 사실까지 고찰을 하셨네요.
글을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사모님꺼서 댁을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해 양말을 준비하시고 선물까지 하시니 깊은 배려심이 느껴집니다.
이제 한국은 다음주면 추석명절인데 미국도 머잖아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겠네요~~
먼 곳에서라도 작가님과 모두 즐건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김금환 2022-09-02 10:53:08
고맙습니다. 김재동님.

미국에는 그러한 문화가 있군요.
저는 아직 미국이란 나라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답니다 ㅎㅎ 하지만

우리나라 청결 문화가 좋다는 생각입니다
다행이 재동님 댁에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하여
양말까지 준비해 주는 배려심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머잖아
우리나라 고유에 명절 추석이 옵니다.
팔월 한가위 처럼 둥글고 평안하게
행복한 가정 가꿔 가시길 바라며
하시는 일과 사업에도 지속적인
번영이 함께 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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