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국무총리와 마스크 쓰고 단체 기념사진 찍었어요”
[수첩] “국무총리와 마스크 쓰고 단체 기념사진 찍었어요”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22.10.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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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기념촬영을 했다. 행사 진행자들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해 주위를 둘러보는 참가자들이 있다.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기념촬영을 했다. 행사 진행자들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해 주위를 둘러보는 참가자들이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단체 기념사진 찍는데,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찍었어요. 누가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좀 심하네요.”

중앙아시아에서 참여한 한 한인회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연락을 해왔다. 국무총리와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난 직후였다.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자들은 10월 5일 세계한인의 날을 맞아 이날 저녁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가졌다. 기념식 직후에는 국무총리와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20~30명씩 한 팀이 되어, 국무총리를 가운데 두고 사진촬영을 했다.

문제는 마스크였다.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실내에서는 아직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사항이다. 식사나 음료를 들 때를 빼고는 차고 있어야 한다. 질병관리청의 팬데믹 규정 때문이다.

올해 인천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코로나가 수그러지는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치러졌다. 지난 2년간은 사실상 온라인대회였다. 형식상 20~30명이 비대면으로 참여한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치러졌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코로나로 3년간 발이 묶여있다가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코로나 규정이 있다 보니, 사진 촬영이 문제였다. 해외에서 오랜만에 한인회장들이 찾아왔다고 해서 실내에서 국무총리가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자고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조금의 배려라도 했다면 외부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다. 행사장인 인천 컨벤시아 연회장에서 외부로 나가는 데는 불과 몇 분 걸리지도 않는다. 외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방법도 미리 생각했다면, 시도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불참했다. 세계한인회장대회에는 역대 대통령들이 관행적으로 참여해왔다. 세계한인사회 대표들이 모이는 자리여서, 격려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참석자들에게 대통령 시계도 나눠줘서 해외에서 열심히 봉사하도록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도 불참하고, 대통령 시계도 없었다. 그런 가운데 국무총리와 다 같이 마스크를 쓰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으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부부 동반으로 온 사람들도 불편했다. 한인회장대회에는 한인회장들만 참여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다 보니 모국을 찾을 때 배우자와 함께 오는 한인회장들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온 한 회장은 “재외동포재단에서 배우자를 동반해와도 된다더니 배우자한테는 밥도 안 주더라”고 했다. 배우자는 정식 초청자가 아니어서 알아서 식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때문인지 스페인에서 온 한 회장은 “모처럼 부부가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각기 정식 참가 자격을 받아 참여했다”면서, “부부가 함께 한인회장대회에 정식으로 온 것도 기사거리가 되지 않느냐”고 기자한테 묻기도 했다.

동반해온 배우자도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가운데, 비즈니스나 네트워킹을 위해 오찬이나 만찬장을 활보하는 국내 인사들이 적잖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는 사람 만나러 왔다” “동포재단 직원의 배려로 입장했다” 등 참여 이유와 행사장 입장 방법도 다양했다.

재외동포재단의 행사 공식 초청자들도 다양하고 복잡했다. 동포 관련 단체 이름만 쓰는 사람이면 공식 초청자로 참여한 듯했다. 물론 사전에 재외동포재단과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행사장의 초청자 테이블이 빈 곳도 곳곳에 있었다. 참여하겠다고 해놓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 테이블 명패를 그대로 두고는 다른 테이블로 가서 앉는 사람도 있었다. 외부 초청자 테이블을 가운데 배치하다 보니 행사장 가운데가 텅 빈 모습도 연출됐다.

과연 재외동포재단은 어떤 기준으로 외부 인사를 초청할까? 그 기준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재외동포재단과 친하면 초청받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축제의 장이다. 해외한인 커뮤니티에서 봉사하면서, 모처럼 한국을 찾는 한인회장들에게 감동을 주고 격려가 되는 장이어야 마땅하다. 거대한 화면에서 아름다운 영상을 비쳐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감동하는 게 아니다.

‘넘어지는 것은 거대한 산에 발이 걸려서가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서 걸려서’라는 말이 있다. 작은 배려의 부족이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모국을 찾는 재외동포들한테 어떻게 하면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재외동포재단은 한 번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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