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58] 자율주행자동차가 더 안전할까?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58] 자율주행자동차가 더 안전할까?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10.15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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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을 자동차로 국한할 경우 자동차가 목적지까지 스스로 알아서 움직여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설명은 운전대를 잡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가면서 자동차를 제어하는 인간 운전자의 부재 또는 불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을 암시한다. 문제는 여하한 상황에서 일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의 소재다. 이때 제일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그런 사고가 일어나게 한 자’가 누구냐이다.

예를 들어 한적한 국도를 걷고 있던 한 농민의 뒤를 자율주행자동차가 박아 농민이 중상을 입었다면 이 사고의 책임자는 누구인가이다. 알기 쉽게 말하면 ‘자율주행자동차의 작용을 제어하면서 문제의 주행 환경에서 길가의 농민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결정한 자’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그런 결정이 자동차의 주행을 관장하는 자율주행시스템(ADS)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인정한다면 사고의 책임을 ADS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가이다.

농민의 사고의 경우 자율주행자동차 안에 동승운전자가 타고 있다고 설정한다. 그런데 자율주행차라면 자동차의 ADS가 어떤 이유에서든 사고가 일어나기 몇 초 전에 동승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마침 동승운전자가 졸고 있었으므로 자동차 주행의 권한이 동승운전자에게 이양되기 직전 사고가 일어났다면 해당 사고를 일으킨 작동의 제어는 ADS에 의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사고를 ADS가 일으킨 사고라고 결론 내릴 수 있느냐다.

사건이 복잡해지는 것은 ADS가 동승운전자에게 권한을 이양한다고 요청했음에도 그가 졸고 있었으므로 ADS의 요청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졸고 있던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가는가는 상당히 미묘한 문제점을 일으킨다. 우선 그는 졸고 있어서 제어권의 이양 요청을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운전대를 잡은 일도 없고 피해자를 다치게 하는 방향으로 자동차를 몰지도 않았다.

일반적으로 졸고 있던 인간 운전자라면 ‘죽게 내버려 둠’이나 ‘다치게 내버려 둠’ 같은 범주를 적용하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사고 유발과는 구별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졸고 있던 사람 즉 문제의 상황에 대해 아무런 적극적인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합당한 비난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이다.

이런 골머리 아픈 상황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두 가지 점에서 문제점이 제기된다. 첫째는 논리적 근거다. 완벽한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더라도 사고의 위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더불어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사고가 작을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이는 하나의 요청일 뿐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치명적인 상황이 되지 않을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술적인 문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자율주행차로 인해 일어날 여러 문제점 자체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구인들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안전하지 않다면 개발 자체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구달 박사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통사람들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더 안전하다는 결론이 도출되려면 자율주행자동차가 거론해야 할 9가지 주제를 제시했다.① 자율주행자동차는 (거의) 사고를 내지 않는다.

② 복잡한 윤리문제를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극히 미미하다.
③ 책임이 자율주행자동차에 있는 충돌 사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④ 자율주행자동차가 다른 자율주행자동차와 충돌할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⑤ 2단계와 3단계에서 자율주행자동차는 언제나 사람이 자동차의 제어를 넘겨받을 수 있으며 따라서 그 사람이 윤리적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다.
⑥ 사람이 운전하거나 충돌사고를 일으켰을 때 윤리적 결정을 하게 되는 일은 드물다.
⑦ 자율주행자동차에 법률을 준수하는 프로그램을 입력할 수 있고 그것으로 상당수의 윤리적 문제를 감당할 수 있다.
⑧ 자율주행자동차는 어떠한 경우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작동을 하도록하면 된다.
⑨ 자율주행자동차로 인한 전체 편익은 비윤리적인 자율주행자동차로 인한 어떤 위험보다 클 수 있다.

물론 이들 조건 중에서 몇몇 조항 즉 ①, ④, ⑤, ⑦의 경우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들이 제기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인간의 인공물이므로 도덕적인 책임의 주체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 논제의 핵심이다.

운전자가 자동차를 몰고 갈 때마다 여러 가지 딜레마에 빠지곤 하는데 자율주행자동차에도 이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고인석 박사는 딜레마에 빠질 난처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자동차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수많은 유형의 딜레마 상황을 다룰 원칙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원칙을 확립할 수 있다면 자율주행자동차의 여러 가지 난처한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딜레마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일반적인 원칙을 찾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말은 결국 자율주행자동차에게 적절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입력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이상돈 박사는 이런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기에서 열쇠가 되는 것은 ‘우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율주행자동차의 결정에 관련한 원칙에 관련하여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을 인도할 윤리적 원칙들을 결정하는 것은 공학자들이나 윤리학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모두 ‘참’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는 자체가 분산된 의견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산술적인 주도 의견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축적된 통계 자료로 만든 공동체의 집합적 의견이라 할지라도 각국에 따라 다른 문화와 종교적 차이를 생각하면 더욱 만만치 않은 요소를 포함한다. 다소 껄끄러운 문제에 독일은 자동화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자동차 교통에 관한 윤리규칙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윤리위원회>의 보고서는 매우 놀라운 결론을 담고 있다.

“한 사람의 생명과 다른 사람의 생명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경우와 같은 진짜 난처한 결정은 특수한 현실의 상황에 의존하고 이 결정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따라서 그런 결정은 명료하게 표준화될 수 없으며 윤리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없는 방식이므로 프로그램화할 수도 없다. (중략) 올바르게 판단하는 도덕적 능력을 지닌 책임 있는 운전자의 결정을 대체하거나 선취하는 방식으로 기술의 체계를 표준화하여 그것이 사고의 결과들에 대한 복합적이고 직관적인 평가를 수행하도록 프로그램화할 수 없다.”

인간의 특성을 규제하는 어떤 프로그램 작성 자체가 더 큰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앞으로 인간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속성이 되므로 이에 대해 폭넓은 토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일부 학자들은 많은 면에서 유능하고 사려 깊은 인간 운전자 대신 기계시스템이 자율주행자동차의 모든 상태를 제어케 하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모든 딜레마 상황에 대한 처리를 포함하는 모든 권한을 인공물의 시스템에 넘기는 것은 성급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들도 자율주행자동차 자체 즉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직 일부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이 더 우수한데 이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안전문제에서는 더 그렇다는 생각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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