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통신] 미국 내의 차별과 ‘샐러드 그릇’ 같은 공동체
[보스턴통신] 미국 내의 차별과 ‘샐러드 그릇’ 같은 공동체
  • 김성혁(한미정치력신장연대 대표, 전 민주평통 보스턴협의회장)
  • 승인 2022.10.18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혁(한미정치력신장연대 대표, 전 민주평통 보스턴협의회장)
김성혁(한미정치력신장연대 대표, 전 민주평통 보스턴협의회장)

보스턴대학교의 찰스강변 캠퍼스에는 중앙에 대학교회 마쉬 채플이 있다. 그곳 광장에는 졸업생인 흑인 인권개선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진리와 자유의 정신을 역설하며 비폭력, 무저항, 흑인 인권개선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여러 사회 분야에서 흑인의 권리가 향상되기 시작했고, 많은 곳에서 불균형이 개선되기에 이르렀다.

그의 인권운동은 그동안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차별받던 흑인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큰 전환점이 됐다. 또한 흑인 인권개선운동의 영향력은 다른 소수 민족들에게도 파급돼 갔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민정책인, 다 녹여지는 ‘용광로’ 정책이 아니라, 특색있는 각양각색의 다른 민족들이 모인 ‘샐러드 그릇’ 같은 공동체 개념을 이루는 계기가 됐다.

정치에서는 흑인들이 그동안 소원했던 투표권을 행사하기 시작하여 그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을 배출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신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흑인 인권개선운동은 흑인 대통령을 배출시키는 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보스턴시에서 2005년 시의원 선거가 있었는데 샘 윤이라는 한인 청년이 백인 투표 밭에서 당선된 적이 있다. 이에 힘을 얻은 드볼 패트릭 민주당 흑인 후보는 2006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선거에 뛰어들어 승리했다.

당시에는 거의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하버드 대학 출신의 버락 오바마도 이에 고무돼, 자신감을 얻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당시 그의 참신한 모습과 명연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특히 지도자를 기다리던 흑인들은 힘을 얻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중 하나였던 백만장자 흑인 연예인 오프라 윈프리가 후원하고 나섰다.

오프라 윈프리는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를 후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백인들을 포함한 많은 지지자들이 연합해, 결국 오바마는 2008년 미국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의 인권개선을 위해 거리에서 수많은 폭력을 당하면서도 비폭력, 무저항으로 군중들을 이끌고 역사의 대행진을 시작한 이래 마침내 흑인 대통령이 나오게 된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약자들의 권리가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장벽은 존재하고 있다. 한 예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LA지역은 선거구 분할이 한인 유권자들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한인들의 대규모 주거지역을 하나의 지역구로 하지 않고 여러 개의 지역구로 나누어 한인 정치인을 쉽게 배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미 전역은 이같이 민주, 공화 양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보이지 않는 장벽을 쌓아 정치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2018년 보스턴 북부 앤도버 제3선거 지역구에서는 한인 출마자 댄 고 후보가 연방하원의원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으나 마지막 순간에 투표장이 폐쇄되고 석연치 않은 발표를 통해 몇십 표 차로 백인 여성의 당선이 선언됐다. 설명하기 힘든 불평등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차별과 불평등은 교육 환경에서도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는 흑인 학생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흑인과 소수민족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한 것이다. 이에 학교는 처음에는 협조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장소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후에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 장소에 백인 학생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캠퍼스의 모든 건물은 누구나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면서 출입하기 시작했다.

한 백인 의과대학생은 ‘경찰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큰 스티커를 붙인 노트북을 공공연히 펼쳐 들기도 했다. 흑인 인권운동의 모토였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캠페인에 도전하는 행동이었다. 이에 전국에서 강력히 백인 학생을 비난하는 여론이 조성됐다. 격분한 한 네티즌은 흑인의 인권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이 의과대학생이 의사가 됐을 때 밀폐된 수술 공간에서 흑인 환자를 어떻게 대할는지 우려한다며 분노했다.

최근 보스턴에서도 교육 차별에 대한 재판 결과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흑인과 소수계 학생들의 입학률을 높이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 등은 일정 비율을 할애해 입학시키고 있다. 이에 백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 오랜 전통이 잘못된 것이라는 항의가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역차별 논리를 펼치며 법원에 제소해, 이 재판은 현재 1심과 2심을 거쳐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