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13] 청남대(靑南臺)
[아! 대한민국-213] 청남대(靑南臺)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2.11.0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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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충청북도 청주시 남쪽 문의면에는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웠던 청남대가 있다. 청남대의 원래 이름은 영춘재(迎春齋)였다. 대청호를 배경으로 피어나는 꽃과 아름다운 자연으로 봄을 맞이하기에 제격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청남대는 영욕의 대한민국 현대사가 교차하는 곳이다. 신군부가 주도한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이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이곳 풍광에 빠져 대통령의 별서(別墅)를 조성하라고 지시함으로써 1983년에 본관을 비롯한 주요 시설이 들어섰다. 그리고 약 20년이 흘러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3년 4월 18일, 대통령만의 공간이 아닌 만인을 위한 공관으로 탈바꿈했다. 권위와 폐쇄의 공간이 아닌 자유와 개방의 상징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후 청남대는 국민 일반에게 개방되고 있다.

청남대는 대통령의 별장답게 볼거리가 풍성하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함께 역대 대통령의 유품,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생활하던 내밀한 공간까지 볼 수 있다. 경내로 향하는 길은 튤립 나무로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었으며, 골프장으로 쓰이던 곳은 너른 공원으로 바뀌었고,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정 등의 시설은 그대로인 채, 13.5km의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100여 종 5만 2천여 그루 조경수와 130여 종의 꽃으로 이루어진,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이 되었다. 184만 4천㎡의 청남대를 모두 둘러보려면, 예닐곱 시간은 잡아야 한다. 본관 건물 1층은 회의실, 접견실, 식당, 2층은 침실, 서재, 거실, 가족실로 구성돼 있다.

본관 옆 언덕 위 ‘봉황의 숲’에 올라서면 청남대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철 아름다운 나무와 꽃으로 휩싸인 청남대와 푸른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장관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지난날의 양어장에 들어선 음악 분수대를 가로지르면 서울의 청와대 본관을 60% 정도로 축소해 놓은 대통령 기념관이 나온다. 골프장으로 사용되었던 잔디밭 가장자리에는 임시정부 초대대통령 우남 이승만에서부터 주석 백범 김구까지 임시정부 행정수반 8인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이들의 혼과 얼을 되새기기 위한 역사 문화공간으로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이 있다.

초가정까지 뻗은 ‘민주화의 길’은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와 지방자치제의 전면실시로 이 땅의 민주화를 완결했던 김영삼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초가정은 김대중 대통령이 종종 사색에 잠겼던 장소이다. 청남대 입구이자 대청호 맞은 편에는 문의문화재 단지가 있다. 1975년부터 5년여에 걸쳐 조성된 대청댐의 수몰 지역의 유물을 옮겨와 공원처럼 꾸민 곳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초가, 기와집, 대장간 등이, 저 너머로 대청호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이제는 대통령의 별장이 아니라 국민의 관광지가 된 것이다.

초정약수로 유명한 이웃 내수읍 초정리는 580여 년 전 세종대왕이 찾았던 대표적인 왕의 휴양지다. 세종은 1443년, 이곳에 행궁을 짓도록 명령하고, 1444년 봄, 가을 두 차례 121일간 머무르며 초정약수로 안질과 피부병을 치료했다. 성종 때 지은 ‘동국여지승람’에 초수(椒水)는 그 맛이 후추 같으면서 찬데 그 물에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고 하였다. 청남대가 그 옛날 왕의 휴양지 인근이라는 것 또한 우연찮은 인연이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는 것과 관련 설왕설래가 많았다. 지난날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청남대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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