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미국 우버에서 배운 결혼생활 성공의 비밀
[김재동칼럼] 미국 우버에서 배운 결혼생활 성공의 비밀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02 15: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전 어느 모임에서 한 점잖은 지인으로부터, 결혼생활 40년 동안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귀에는 그분 말씀이 어디 딴 세상 사람이 하는 말처럼 들렸다. 신혼 내내 툭하면 싸웠던 나로서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분의 성품으로 봐서는 그랬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설마 단 한 번도? 라는 의문이 고개를 쳐들었다. 세상에는 별난 부부도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얼마나 많은 마음 수행을 했을까? 그날 밤 나는 그 부부를 별난 부부로 치부하며 마음을 달랬다. 

결혼생활 32년 반 동안 숱하게 싸웠다. 한 살의 나이 차이 탓만은 아니었다. 아주 편한 친구처럼 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원인 제공은 늘 내 쪽에서였다.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이 발단이었다. 

결혼 초와는 달리, 어느 시점을 지나자 싸움의 양상이 달라졌다. 사소한 것들, 실상 우리 부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위의 그 무엇들, 지나고 보면 싸움거리도 아닌,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다투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마지못해 떠밀리듯 했다. 언제나 뒷북을 쳤다. 지금은 싸움도 줄고 미안하다는 말도 곧잘 하는 편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내 쪽에서 싸움을 걸어놓고 뒷수습을 빨리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하다. 
 
우리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한 대는 새 차를, 한 대는 중고차로 구입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자동차 관리에 취약하다. 바퀴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내에게는 새 차를 양보한다. 

얼마 전 사소한 일로 아내의 속을 긁어 티격태격 입씨름을 했다. 마침 그날 내 차에 문제가 생겨 자동차 수리를 맡겨야 했다. 평소 같으면 아내가 나를 픽업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은 그럴 형편이 못되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우버를 불렀다. 

우버가 정비소 앞으로 나를 태우러 왔다. 70이 넘어 보이는 백인 노인이었다. 그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차가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차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말을 붙였다. “좀 우울해 보이는데 괜찮아요?” 나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아내와 말다툼을 했는데, 내가 좀 경솔했던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네요.” 내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아직 은퇴 안 했나요?” 그가 말했다. “전에 전화카드 사업을 했는데, 무료전화 앱이 많이 생겨 고전 끝에 접고, 지금은 소일거리로 우버를 하고 있어요.”

그는 75세 55년 결혼생활을 했으며, 슬하에 8남매를 두었다고 했다. 셋은 솔트레이크시티에, 셋은 아이다호에, 하나는 밴쿠버 워싱턴에, 마지막 하나는 인디애나에 살고 있다고 했다. 8남매 모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며 잘살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여덟 모두 결혼을 해서 38명의 손주가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55년이란 긴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내가 물었다. “우리 부부도 많이 싸우며 살았어요. 최근에서야 그 싸움을 멈추었지요. 이제 나도 싸울 열정이 식었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며 그가 웃었다. 

“아내와 싸우면서 터득한 것이 있어요”라며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내 아내는 미안해요. (I'm sorry)라고 하면 금방 풀리더군요.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싸움이 줄어든 결정적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또 다른 말을 하게 된 후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가 잠깐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바로 Yes dear예요. 아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래 여보 당신 말이 맞아요. (Yes dear)라고 하면 만사형통, 집안에 평화가 오더군요. 당신도 아내와 다툼이 있을 때 무조건 I'm sorry. 와 Yes dear. 이 두 마디 말을 해보세요.“

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 대화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며 그가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집에 들어가 곧바로 아내를 안아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 보세요. 여보 당신 말이 맞아요. 미안해요!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금환 2022-12-17 08:29:21
Yes dear ! 김재동님♣

“그것은 바로 Yes dear 예요. 아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래 여보 당신 말이 맞아요. (Yes dear)라고 하면 만사형통, 집안에 평화가 오더군요.
당신도 아내와 다툼이 있을 때 무조건 I'm sorry. 와 Yes dear. 이 두 마디 말을 해보세요.“

잘 실천해서
가정에 평화가 오도록
해야 하겠습니다ㅎㅎ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