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권칼럼] 중국의 ‘差不多(차부뚜어)’ 문화와 코로나
[정효권칼럼] 중국의 ‘差不多(차부뚜어)’ 문화와 코로나
  • 정효권 청도청운한국국제학교 이사장
  • 승인 2022.12.21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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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권 청도청운한국국제학교 이사장
정효권 청도청운한국국제학교 이사장

중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한마디로 애매모호(差不多)한 나라다. 인구의 91.5%가 한족이고 8.5%가 소수민족이다. 중국의 민족 수는 56개다. 그중 91.5%를 점하는 한족도 엄격하게 따지면 같은 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을 다니면 느낄 수 있다.

북방계는 만주족 몽고족 혼혈의 느낌을 강하며,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내륙쪽 사천은 키가 작고 피부색이 밝다. 섬서성에서 발견된 진시황릉 병마용의 모습은 현재 중국 한족의 모습과는 다른 서구적인 외모에 가깝다.

양쯔강 이남 사람을 남방계통으로 볼 수 있는데, 북방계통보다 키가 작고 체형이 왜소하다. 특히 광동성 주위 지역은 베트남인들과 비슷하다.

차부뚜어(差不多)는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말이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다. 중국인들을 이해하는데 이 말보다 좋은 예는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差不多의 사전적인 의미는 “차이가 많지 않다”이다. 비슷하다는 의미다.

2000년대 초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여자배구대표팀을 우리 회사가 후원하는 행사를 했다. 한국 돈으로 치면 4억 원을 후원하는 행사였다.

중국 여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의 식사 자리 말미에 감독이 差不多란 말을 했다. 나는 그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할까 의문이 들면서 기분이 좀 언짢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말뜻은 대충 마칠 때가 되지 않았냐는 뜻이었다. 우리 같으면 “이제 마치지요”라고 하는 말이었다.

회사의 승용차 운전사도 이 말을 자주 썼다.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고속도로로 매일 출퇴근하는데 한번은 기사에게 물었다. 이 길이 출퇴근하는 그 고속도로가 맞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差不多”라고 대답했다. 그 도로가 100% 맞는데도 差不多(비슷하다)라고 했다.

이처럼 100%라고 말하지 않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국 사람들의 특성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때로는 낭패를 겪기도 한다. 북경 대학에서 최고경영자과정 공부를 할 때였다. 한 교수님이 差不多에 대해 강의를 했다.

옛날 중국 시골 마을에 차부뚜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효자 아들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고 한다. 약을 지어야 하는데, 그는 ‘차부뚜어’라는 생각으로 아무 의원이나 찾았다가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슬피 울고 있는 그에게 동네 사람들이 위로하자 그는 “죽는 거나 사는 거나 差不多”라고 했다는 것이다.

差不多는 이처럼 때로는 빠져나갈 여지를 남겨두는 지혜로, 때로는 삶을 달관하는 의지력으로, 때로는 큰 실수를 저지르는 착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인을 ‘차부두어족’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이 한때 짝퉁의 명수가 된 것도 差不多(비슷하다)의 유산이란 생각이 들고, 중국의 많은 민족도 差不多(비슷한)한 한족이 되고, 한반도도 그들 머릿속에는 差不多 중국이란 생각을 하지 않나 염려되기도 한다.

현재의 중국 코로나 상황도 差不多 관점으로 풀이할 수 있을 듯하다. 차부뚜어(差不多) 제로(zero) 코로나라는 생각으로 인해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나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差不多 때문에 또 모든 걸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서 중국이란 나라가 경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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