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인사회 싸움'의 새로운 관전법(觀戰法)
[칼럼] '한인사회 싸움'의 새로운 관전법(觀戰法)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09.04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굴인간'과 '표해록', 그리고 한인커뮤니티의 발전

이종환 본지 발행인
‘사람은 왜 서게 됐을까.’ 이 질문은 인류학의 해묵은 화두다.

영국 BBC가 만든 유명 다큐멘터리 ‘동굴인간(Cave Man)’은 사막화의 진행으로 숲이 줄어들면서 우리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왔다고 소개한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 부근에서 처음으로 나무에서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땅 위를 기자니 너무 더워서 ‘털없는 원숭이’로 진화했고, 적을 살피고 좀 더 멀리 보자고 서기 시작했다고 소개한다.

‘천리를 보려거든 한 층을 더 올라가야 하리(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라고 중국의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멀리 보자고 사람들이 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설’에 비해 최근 ‘참신한’ 가설이 소개됐다. 사람이 서게 된 것이 바로 싸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동물도 싸울 때 선다고 한다. 사람도 싸울 때 서는 게 유리하다. 서서 주먹을 사용하면 체중이 실리고 파괴력이 커진다. 발차기도 무기가 된다. 태권도는 그 압권이다.

이 가설대로라면 우리의 문명은 싸움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문명 발전을 ‘총 균 쇠’가 이끌었다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모여 살면서 싸우다 보니 발전했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이나 우주 탐사 같은 엄청난 과학적 업적이 대부분 전쟁이나 냉전의 와중에서 나왔다는 점도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일어서라(起來).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인민들이여. 우리의 피와 살로 새로운 만리장성을 쌓자” 중국의 항일 의용군 행진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행진곡은 지금 중국의 국가(國歌)가 돼 있다. 일어서고 일어서서 앞으로 앞으로 싸우러 나아가자고 이 노래는 강조한다.

일어서서 싸우는데는 우리 한국인들도 결코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싸움에 능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열명의 요동지역 중국 사람들이 한 명의 본국(조선)인을 당하지 못한다”고 최부 선생은 ‘표해록(漂海錄)’에 적었다. 요동지역을 지나면서 들은 것으로 조선 성종 임금한테 보고한 내용이다.

중국의 ‘위지 동이전’은 우리 조상이 되는 부족들을 소개하면서 하나같이 ‘술 마시고 춤을 잘 춘다(善于飮酒歌舞)’고 적고 있다. 감성까지 뛰어나다는 얘기다. 싸움을 잘하는 ‘욱하는’ 성질도 이와 관련이 있을 법하다.

그런 유전자 때문인지 곳곳의 한인사회는 싸움으로 눈코뜰새 없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에 이어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도 티격태격하고 있다. 유럽도 다투다가 겨우 수습됐다. LA도 마찬가지다.

해외 한인커뮤니티들도 이처럼 싸움을 하면서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싸움이 널리 사람 사는 곳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는 없을까. 제발 그렇게 됐으면 하는 게 개국 이래 세계 한인들의 한결같은 바램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