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성 칼럼] 2023 새해 벽두 넋두리 덕담
[정대성 칼럼] 2023 새해 벽두 넋두리 덕담
  • 정대성 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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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각 지표나 앙케이트 조사에 따른 나라별 세계순위가 발표된다. 각 지표의 세계순위에서 한국은 자랑할 만한 것들도 있고, 반성해야 하는 수치스러운 것들도 있다. 미국의 한 앙케이트 조사에 의하면 한국이 세계 랭킹 6위에 들어가 지난해에 6위였던 일본을 밀어내어 상위에 들어간 것을 자축하는 언론 보도가 여러 매체에서 여러 번 나왔다. 그 매체가 저 악명 높은 세계대학 랭킹을 지어내어 발행 부수, 뷰어 수를 늘린 상업주의 언론사인 것 같으나, 이태원 참사와 그 밖의 안 좋은 소식들이 있는 요즈음, 올라간 국제적 위상을 위안으로 삼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을지도 모르리라.

재일교포 출신인 필자가 한국에 온 당시,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의 참사들이 일어났다. 한국형 고도성장이 낳은 후유증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원 시절, 고 나미키 마히토 교수가 어느 날 갑자기 경제학 개념을 가르쳐주신 기억이 난다. 정확한 명칭은 잊어버렸지만, ‘후진성의 유리성 원리’다. 즉, 영국의 산업혁명을 위시하여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나라들은 대체로 선진국의 뒤를 따라가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제발전의 나쁜 점을 버리고 좋은 점을 잘 배워간다면 기존 선진국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빨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1990년대에 급기야 IMF 사태까지 맞는 등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필자는 마음 어딘가서 그 이론을 믿어왔고, 2010년대 후반에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달성돼 간다고 생각하며, 한국이 세계순위 랭킹 상위에 들면 함께 자축하곤 했다.

그러나,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 됐다고 착각하거나, 일본, 미국의 그늘에서 독립하여 이대로 더욱 승승장구할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한국에 의외로 많다. 골드만삭스가 작년 말에 발표한 2050년, 2075년 세계 경제 국가 예상 순위는 다소 충격적이다. 2022년 현재, 한국은 12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2050년에는 4위인 인도네시아, 15위인 나이지리아에도 추월당하고 상위권에서 밀려 나간다는 예측이다. 이것은 필자가 홀로 맘속으로 내다보고 있는 미래와 거리감이 있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이 빗나가기를 빌 뿐이나, 그런 신용도 높은 금융계 대기업이 발표한 평가에는 과학적, 종합적 조사가 뒷받침돼있을 터이니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두루 아시는 바와 같이, 1980년대에는 NIEs(New Industrializing Economies, 니즈) 즉, 신흥공업경제지역이라는 말이 유행했고,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예측대로 한국이 급부상한 셈이다. 대만, 홍콩이 국가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경제 지역이라는 명칭이었는데, 그 새 홍콩은 중국에 재통합됐고, 오늘날, 대만유사(중국의 대만침공)가 거론되기 시작했고, 중국은 이대로 가면 세계 1위의 초강국의 지위를 유지해나갈 전망이다.

필자는 중국 국교 정상화 직전에도 중국 동북지방과 북경을 두루 다녀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중국은 완전히 후진국이었다. 필자는 되레 그러한 뒤떨어진 중국, 위대한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을 좋아하고 사랑했다. 당시 한때, 연변 출신 텔레비전 아나운서 출신 여성과 사귄 적도 있었는데, 자본주의의 독소에 오염되지 않은 순진함, 따스함이 있었던 것이 그립다. 요새 서울에서 중국 조선족 아가씨들을 만나도 그런 느낌이 덜하고, 그런 변화가 더 심한 것은 한국 아가씨들이다. 한 때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소자화, 인구가 감소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실을 보고 나니, 그냥 혀를 쯧쯧거리며 미간 찌푸리거나 비아냥거리며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중국에 갔던 비슷한 무렵 한국에도 유학을 왔는데, 당시 이화여대에서 가정학 수업을 듣고 놀란 적이 있었다. 이혼했을 때 어떻게 주부로서 일한 정당한 대가를 전 남편한테 받아낼 것인가를 계산해 보는 수업이었다. 필자는 훗날 이혼하게 됐는데 가정재판소에서 가장의 의무라는 것을 산출하는 계산식을 보았다. 양육비나 가장이 내야 할 그 밖의 돈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계산식을 보고 자본주의 사회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돈을 벌어서 내야 할 능력이 있었으니까 다행이지만, 만약 실업해서 돈을 낼 능력도 안 되는 남자들은 어떻게 살아갈꼬? 자살을 택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교훈을 몸소 체험한 셈이었다. 한국은 이혼율, 자살률이 최고 수준인데, 여성의 기대수명은 세계 1위다. 군역 불평등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상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이라면, “남성부는 왜 없는가? 여성부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물론, 여자들의 심성이 잘못됐다는 것은 남자들의 그것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한국의 천민자본주의가 인간들을 그렇게 만든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급격히 발달한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현혹된 사회에다가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이 겹쳐 설상가상이다. 거기에다가 교육에서는 반일교육으로 세뇌하고 좌파들은 반일도 모자라 반미까지 부추기는 경향도 있는데, 그들이 다가가려는 북한, 중국은 전혀 한국을 좋게 생각하지 않아, 허공에 손을 뻗치는 격이다. 그러는 와중에, 중국은 세계 1위가 되고 앞으로도 승승장구한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 6위’의 소식을 보고 네티즌들은 “단군 이래 한국이 최고로 국격을 높인 시기가 지금이다. 이게 얼마나 갈지 의문”이라며 기쁨 반, 우려 반의 반응이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국가 기본 전략에 적어도 다음 두, 세 가지는 꼭 넣어야 할 것이다.

첫째, 인구감소를 막을 것. 현실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용하는 추세가 늘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세계화, 다문화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민족 및 국가의 인구가 1억 명을 넘어가도록 나라 목표를 세울 것을 바라고 싶다. 우리 조상들은 새해 벽두에는 “득남하셨다지요!” “올해는 꼭 아들 하나 낳으세요!” 이런 덕담들을 했고, 난리통이나 보릿고개에도 대가족을 이루며 오손도손 잘 살아왔다. 그런 전통은 계승해야 마땅하다. 군비증강도 중요하지만, 아주 후한 육아수당을 국민의 세금에서 지급하도록 국회에서 긍정적 결론을 이끌어주시기 바란다.

둘째, 국가 인구 1억 명 돌파의 관건은 남북통일이다. 민주당 정권은 유엔사, 미군 철수로 평화통일이 이뤄진다고 속단했지만,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면서 느슨한 형태의 남북교류, 경협의 확대와 현 체제를 서서히 바꿔 가는 방법으로 연방제를 실현해야 한다.

셋째, 국가 백년대계는 교육과 종교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황폐화돼가는 인심을 치유하는 교육과 신앙 환경의 정비는 물론, 역사, 국어 교육의 강화와 민족종교의 강화가 꼭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되고 그것이 자본주의 논리로 엄청나게 커질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간의 넋을 지키는 것은 인문학과 종교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북한과 민족 동일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인문학과 종교가 할 일이 많다.

현재, 멀리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의 위험마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고 전쟁의 여파로 물가상승이 민생을 압박해가고 있는 사이에, 그 불씨가 동아시아에 옮겨붙는 일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일어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필자가 청운의 뜻을 품고 한국에 와서 이제 겨우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해가고는 있되, 이만 꼭짓점을 찍고 내려 앉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되나, 고비마다 슬기롭게 넘겨온 우리 민족의 저력은 여기서 주저앉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동아시아 유사시에도 한반도는 살아남아, 되레 중국대륙이 분단되어 통일 한국이 동북지방, 몽골 등과 연합해가는 판도가 그려질 것이라는 ‘국뽕’들과 해외 친한파 인사들의 예측이 그냥 그들만의 예측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고 2075년에는 한국이 세계 1위 국가가 되기를 감히 기원해마지않는다. 이게 우리 민족 전통인 덕담이다.

정대성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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