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8일 내정된 한나라당 유정복(劉正福·53·재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측근이다. 비서실장을 지낸 이후 줄곧 옆에 있었고, 박 전 대표의 뜻을 전하는 몇 안 되는 '공식 라인'이다.
유 내정자의 기용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의 소통을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 내정자는 "이번 개각에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는 뜻이 있는 만큼 그런 목표가 잘 됐으면 한다. 청와대도 내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서 그런 다리 역할을 해 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에 유 내정자의 입각에 대해 어느 정도의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계파별로 말이 다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을 등용하는데 당연히 상의하지 않았겠느냐"고 했고, 친이·주류측도 "개각의 전체 틀을 미리 설명해 드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친박 진영에선 "상의가 아니라 통보만 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박 전 대표와 8일 통화했다는 한 친박계 중진은 유 내정자 입각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반응을 "당혹까진 아니지만 예견치 못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유 내정자도 박 전 대표의 구체적인 반응은 전하지 않았다. 유 내정자는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나 "어제(7일) 청와대에서 처음 제의받고 당황해서 박 전 대표에게 보고드렸다"면서도 "청와대가 내 입각 여부를 놓고 (박 전 대표와) 상의했는지 잘 모르겠다.
박 전 대표가 '하라, 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라고 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는 '본인(유 내정자)의 생각과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정복 개인문제'로 박 전 대표가 보고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유 내정자가 양측 간 소통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지만, "지난번 개각 때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입각시켜놓고도 고유업무 이외엔 박 전 대표와의 소통 역할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번도 개각 '구색 맞추기' 아니냐"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