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㉖] ‘마음이 어린 후ㅣ니’와 ‘새’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㉖] ‘마음이 어린 후ㅣ니’와 ‘새’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3.02.03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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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마음이 어린 후니
-서경덕

마음이 어린 후ㅣ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닙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서경덕(徐敬德1489~1546) 조선중기 학자로서, 주기파(主氣派)의 거유(巨儒)이다. 자는 가구(可久), 호는 화담(花潭)이다. 황진이,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로 일컬어진다. 이 시조는 작가가 사제지간으로 지내던 황진이를 기다리며 지은 것으로 초장에서 화자는 강렬한 그리움을 스스로 마음이 어리석다고 자신을 낮추어 표현하고 있으며, 중장의 ‘만중운산’은 그리운 사람과 화자 사이에 가로놓인 장애물을 나타내는 동시에 화자가 거처하는 곳의 공간적 특징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종장에서는 ‘지는 잎’, ‘부는 바람’과 같은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마음을 쓰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시조의 전형적인 틀을 지키면서 전통적인 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 현대시조


- 송선영

밤 하늘 별들 사이 새 한 마리 북으로 간다.
철썩철썩 노 젓는 소리, 고요가 툭 툭 튀고
아득히 빛과 어둠 사이에 묻히는 새, 새소리

송선영(宋船影, 1937~)은 195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나온 시인으로 이 시조는 새 한 마리가 월동(越冬)을 하고 북쪽 고향으로 귀소(歸巢)를 하는 모양을 표현한 작품이다. 춥고 싸늘한 북쪽 땅이지만 고향이기에 하염없이 마치 배를 저어 망망대해를 가듯 무한 천공을 날아간다. ‘철썩철썩’ 노 젓는 소리가 차디차게 허공에 메아리치는데 그사이엔 ‘툭 툭’ 튀는 고요가 서리어 있다. 그곳을 죽음과도 같은 고된 여정으로 가고 있다. 왜일까. 고향을 그리는 마음 때문이리라. 날갯짓을 노 젓는 소리로 표현하여 새로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런데 새는 빛의 남쪽에서 어둠의 북쪽으로 사라지고 있다. 건강하게 지냈을지 하는 염려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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