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형제의 나라로 간 대한민국 구조대
[전대열時論] 형제의 나라로 간 대한민국 구조대
  •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23.02.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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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요즘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게 지진이다. 지진은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는 것이어서 발생 근처에 있는 사람은 모두 매몰되어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고층건물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오직 구조대의 손길만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지상에서 가까운 곳이면 곧 구조될 가능성도 있지만 깊숙한 곳에 갇히면 생환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에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은 100년 만에 처음 보는 대지진으로 밝혀져 열흘이 지난 지금 현재 4만2천 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생사가 불분명한 매몰자가 20만 명 정도라니까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진은 전 세계에 널려있는 지역의 이름을 딴 ‘판’이 서로 충돌했을 때 그 크기에 따라 엄청난 진도(震度)가 발생한다. 이른바 유라시아판 아나톨리아판 아프리카판 아라비아판 등이다.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은 아나톨리아판끼리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기세가 너무 맹렬하다. 한국은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여서 진도 5를 넘어서는 일이 별로 없다. 따라서 극심한 지진 피해는 일본지진을 보면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일본은 전형적인 지진 발생국으로 10여 년 전 고베에서 발생한 지진은 사진으로만 봐도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대지진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관동지역에서 대지진이 터졌을 때 일본 당국과 소위 자경단이라는 이름의 극우단체들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허위뉴스를 조작하여 6천여 명을 살해한 일이 있다. 참으로 간교한 일본인들의 범죄였다.

고 함석헌 선생이 당시 학생의 신분으로 그 지역에 있으면서 그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는 말씀을 하실 때의 가슴 아팠던 상황이 되뇌어진다. 이처럼 일본은 지진 피해가 극심한 지역으로 모든 건물을 내진(耐震) 설계로 지진에 대비하고 있지만, 워낙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꼼짝하지 못하고 당해야 한다.

한국은 오랜 옛적에 백두산 대지진이 있었다는 전설적인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백두산은 정상에 천지(天池)를 지니고 있어 명산 중의 명산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한국인들은 백두산을 한국의 맥으로 떠받든다.

이 백두산이 언제부터인지 중국과 절반씩 나눠 가지고 있어 중국에서는 장백산(長白山)으로 부르며 장백폭포 쪽으로 천지에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놨다. 북파에는 고속 합승차로 꼭대기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천지의 깊이가 300m가 넘는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물을 품에 안은 셈이다. 여기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나오고 있어 장사꾼들이 이 물에 삶은 계란을 판다.

언젠가 오래 참고 있던 백두산이 활화산으로 변하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고 걱정하는 지리학자들이 많다. 예전에 터졌을 때 한반도를 휩쓸고 대한해협을 넘어 일본까지 낙진이 덮었다고 하니 우리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북한에서 핵실험을 여섯 차례나 하면서 지각에 영향을 미쳤다면 지진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염려도 없지 않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이 터지자마자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을 도왔다. 정부에서는 118명의 긴급구조대를 편성하여 현장에 급파했다. 생존자 구출이 최우선이어서 도착 즉시 작업에 들어갔고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지진현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구조대와 구호 물품이 도착하고 있지만,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다. 워낙 큰 지진이어서 여진도 1100회 이상 발생하고 있어 생존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12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는 튀르키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규모 지진이라고 하겠지만 벌써 3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양국 모두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구조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구조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지진이나 다름없는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이 중단되어 평화를 되찾는다면 얼마나 큰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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