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미주의 ‘겁 없는 2세들’… 뉴욕한인회까지 ‘꼼수’ 선거 해서야
[이종환칼럼] 미주의 ‘겁 없는 2세들’… 뉴욕한인회까지 ‘꼼수’ 선거 해서야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23.02.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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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회도 ‘선거 실종’ 10여년… 재외동포재단 네트워킹의 뒤안길
뉴욕한인회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역대회장들. 사진만 있고 이름이 없다. 한글판 홈페이지에도 마찬가지다.

“1.5세, 2세 변호사 집단들이 법을 어기고 있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뉴욕한인회 웹사이트의 전직회장란에는 전직 회장들 사진만 있고 이름조차 없습니다. 한인회 역사를 말살하고 1.5세, 2세 저들에 대한 내용만 있어요. 한마디로 부모 선배를 모르는 무뢰한들입니다.”

이런 강한 어조의 질타를 담은 SNS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은 지난 2월 18일이었다. 차기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뉴욕한인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한 후보를 무리하게 탈락시키며, 특정 후보를 단독후보로 결정한 직후였다.

뉴욕한인회는 제38대 회장 선거를 위해 지난 1월 13일 이사회를 열고 제38대 선관위원장에 곽우천 뉴욕대한체육회장을 위촉했다. 또 선관위 간사에 박윤용 한인정치력신장위원회장, 위원에 김갑송 민권센터사무국장, 이지혜 뉴욕가정상담소장, 진 강 뉴욕한인변호사협회장을 임명했다.

선관위원들이 첫 모임을 가진 며칠 후, 진 강 뉴욕한인변호사협회장이 선관위원을 돌연 사퇴했다. 그러자 “진 강 선관위원이 바로 사퇴한 것은 선관위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쇼”라는 말이 나돌았다.

당시 진 강 변호사는 한인회장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그밖에도 김광석 전 뉴욕한인봉사센터 회장, 테렌스 박 아시안아메리칸유권자연맹 대표, 박동주 전 뉴욕한인수산인협회장 등이 후보로 오르내렸다.

이어 뉴욕한인회는 1월 25일 특별이사회를 열고 회장 출마자격을 개정했다. ‘뉴욕한인회의 임원, 집행부, 유급직원, 이사회 이사로 2년 이상 활동한 자 등이다’였는데, 여기서 ‘등’이라는 글자를 삭제해버렸다.

이에 따라 뉴욕한인회에서 2년 이상 임원 집행부 유급직원 이사로 활동하지 않은 사람은 회장 출마자격이 박탈돼 버렸다. 이날 특별이사회에서 한인회장 후보로 오르내렸던 박동주 전 뉴욕한인수산인협회장은 선관위 부위원장에 위촉됐다.

그리고 2월 8일 입후보자 등록이 진행됐다. 김광석 전 뉴욕한인봉사센터 회장과 진 강 뉴욕한인변호사협회장 두 사람이 등록했다. 2월 16일 선관위는 퀸즈 플러싱 소재 선관위 임시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선관위는 입후보자에 대한 서류심사 결과를 소개했다. 김광석 예비후보가 증빙서류 미비로 탈락하고, 진 강 예비후보가 단독후보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김광석 예비후보는 “선관위는 과거 자료가 충분히 남아 있지 않은 약점을 이용해 자격 미달로 몰아갔다”며, “전직 회장들이 변호사 공증한 경력서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선관위는 2월 17일 진 강 후보를 단독 후보자로 확정공고했고, 3월 4일 낮 12시 맨해튼 소재 뉴욕시변호사협회 강당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단독후보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에 한인사회가 술렁거렸다. 전직 한인회장들이 선거 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도 가졌다. 현지 한인매체들도 그 사실을 소개했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왜 선관위가 새로운 잣대를 만들어 경선을 막고 단독후보로 만드는가였고, 또 하나는 선거 장소가 왜 주차 불편한 맨해튼인가 하는 점이었다. 뉴욕한인회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주차가 편한 퀸즈에서 한인회장 선거를 실시해 왔다.

이에 뉴욕한인학부모회장은 33대부터 36대의 현 찰스 윤 회장까지 한인회장 선거를 한 장소를 첨부한 항의 성명서를 냈다. 뉴욕일보는 “총회 장소를 퀸즈로 옮기자”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뉴욕한인회는 33대 민승기 회장 당시 한인회관 매각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문제 제기에 앞장선 김민선 회장이 35대 한인회장이 되고, 이어 1.5세 변호사인 찰스 윤 회장이 바톤을 넘겨받아 지난 4년간 적잖은 활동성과를 보이며 한인회를 이끌었다.

하지만 찰스 윤 회장이 이룬 그간의 치적도 크게 바래버렸다. 2세 변호사를 차기 회장으로 단독 입후보시키는 과정에서 큰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한인회장을 잘하는 것과 선거를 잘 치르는 것은 다른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대통령이 당대의 치적은 불문하고 ‘쿠데타 정부’ 비난을 받는 것도 바로 선거 때문이다.

1.5세 제임스 안 회장이 연임한 LA한인회도 단독 선거로 인해 물의를 빚었다. LA에서는 한인회장 선거 ‘경선 실종’이 이미 10여 년째 반복되고 있다. 연임 중인 제임스 안 회장도 미국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는 등 많은 활동을 했으나, 초임과 연임을 하는 선거 과정에서의 잡음이 발목을 잡고 있다.

1.5세, 2세 한인회장은 선거 과정이 과거 문제 있던 선배들과는 달라야 한다. 이들은 앞으로 나올 1.5세, 2세 한인회장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문제 많은 선배들과 같아서는 한인회의 미래가 없다.

곧 재외동포재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재외동포재단이 출범 20여 년간 한인사회를 네트워킹하고 한인회를 도왔지만, 돌이켜 보면 한인회를 분쟁에 휩싸이게 만드는 부정적 결과도 빚었다. 새로 들어서는 재외동포청은 달라졌으면 한다. 동포청 시대에는 한인회장 선거가 서로 편을 가르고 ‘꼼수’를 쓰는 것을 막는 장치가 도입됐으면 한다. 머리를 모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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