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㉘] ‘철령 높은 봉에’와 ‘뇌우(雷雨)’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㉘] ‘철령 높은 봉에’와 ‘뇌우(雷雨)’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3.03.03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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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철령 높은 봉에
- 이항복

철령(鐵嶺) 높은 봉(峯)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孤臣寃淚)를 비삼아 띄어다가 
님 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 본들 어떠리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은 조선 중기에 영의정을 지낸 문신으로 오성대감(鰲城大監)이라 한다. 호는 백사(白沙)이다. 이 시조는 인목대비 폐비론을 반대하다 유배 길에 오른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 작품으로 철령의 높은 산봉우리에 걸쳐 있는 구름을 자신의 모습으로 투영하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표현하고 있으며, 중장에 쓰인 고신(孤臣)이란 말은 임금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신하란 뜻으로 내침을 받은 그 서러움을 궁궐에 계신 임금님께 빗물로 뿌려 자신의 충절을 알리고픈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전편에 충절심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 현대시조

뇌우(雷雨) 
- 오세영

모락모락 구름 속에 풀무소리 요란하다.
대장장이 망치소리 벌겋게 단 시우쇠
참물에 담금질 끝나자 하늘 고운 무지개

오세영(吳世榮, 1942~)은 1968년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이 작품은 천둥 벼락 치며 오는 비를 표현한 것인데 구름을 대장간으로 보고 비바람 부는 소리를 풀무소리로 대장간의 일로 환치 은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천둥소리를 쇠를 담금질하는 망치 소리로, 벼락 칠 때 퍼지는 번개의 불꽃 모양을 시우쇠로, 빗물을 찬물로 은유하여 표현한 시조이다. 담금질은 비 오는 일로 이 비가 그치자 하늘 머리엔 무지개가 휘어지게 일곱 빛깔로 나타남을 표현하고 있다. 매우 역동적이고 신선감을 자아내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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