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진 주젯다총영사 “‘사우디 별곡’은 동포들의 희로애락 담은 책이죠”
한병진 주젯다총영사 “‘사우디 별곡’은 동포들의 희로애락 담은 책이죠”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3.03.17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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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국-사우디 수교 60주년 기념 '사우디아라비아 별곡' 발간
"1970~80년대 중동붐 때 한국인들 대거 젯다서 일해"
"사우디 넷플릭스 10위 중 4개가 한국 드라마"
사우디 전통의상 '토브'를 입은 한병진 총영사(왼쪽)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젯다(Jeddah)는 중요한 사우디아라비아 항구 도시이자 상업 도시다. 홍해와 가까이 붙어 있고 메카에서 서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다. 사우디 동부에 담맘이, 중부에 수도인 리야드가 있다면 서부에는 젯다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젯다는 무슬림들이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이기도 하지요. 해마다 순례객 수백만 명이 젯다를 거쳐 가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인적 물적 교역의 중심 도시였기에 다른 사우디 도시들보다 더 개방적입니다. ”

한병진 주젯다한국총영사가 사우디 젯다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젯다는 ‘하와(이브)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고 국왕과 왕세자가 여름에 리야드를 떠나 젯다에서 정무를 보는 관례가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홍해 해변, 코니쉬 산책로
홍해 해변, 코니쉬 산책로

젯다는 1970~80년대 중동 붐이 일었을 때 한국인들이 대거 일하러 간 곳이기도 하다. 한국은 1962년 사우디와 수교를 맺고 1973년 사우디에 대사관을 개설했는데, 재밌는 점은 처음 대사관이 개설된 곳이 수도 리야드가 아니라 젯다였다는 것. 그러다 1984년 대사관이 리야드로 이전하면서 젯다에 총영사관이 개설됐다.

“한국과 사우디가 수교를 맺은 지 60년이 되는 지난해에 <사우디아라비아 별곡>을 발간했습니다. 한국-사우디가 수교를 맺고 오늘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기업 교류뿐만 아니라 우리 동포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포들의 얘기가 사라져 간다는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주젯다한국총영사관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별곡>을 발간하고 출간 기념회를 열었다. 한 총영사는 “한국과 사우디와의 수교 60주년도 기념하고 서부 사우디아라비아의 젯다 지역에 진출한 한인사회의 역사도 기록으로 남기려고 이 책을 발간했다”고 설명했다.

월드코리안신문은 최근 한병진 총영사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한 총영사는 1996년부터 외교부에서 일했다. 초반에는 유럽, 중동 관련 업무를 하다가 후반에는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멕시코 대사관, 카리콤 등 중남미 관련 업무를 했다.

한 총영사는 주멕시코한국대사관 공사로 일했던 2018년 멕시코와 한국에서 유명세를 치렀다. 한국팀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이겨, 멕시코가 영화처럼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기쁨에 겨운 멕시코의 한 시민이 그를 목말을 태워주고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다음은 한 총영사와의 일문일답.

멕시코 El Financiero에 실린 한병진 총영사
멕시코 El Financiero에 실린 한병진 총영사

- 사우디 젯다는 어떤 도시인가?

“젯다는 이슬람의 발상지이자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와 가까운 항구 도시다. 무슬림들이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순례의 관문이기도 하고, 오랜 기간 인적 물적 교역의 중심 도시였다. 최근에는 사우디 관광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일반 관광객들한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진행 중인 홍해 관광지 개발이 완료되면 젯다를 찾는 관광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젯다는 지난 1970~80년대 중동 건설붐 당시 한국인들이 많이 진출한 곳이다. 한국인들의 땀으로 건설된 도로와 건물들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사우디에는 한인이 얼마나 거주하고 있나?

“사우디 정부의 거주증을 받아 체류하고 있는 전체 동포 수는 1,800명 정도이고, 이중 젯다 총영사관 관할구역에는 약 500명의 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젯다 지역에 1천 명이 넘었지만, 코로나 이후 상당수가 귀국했다. 대부분 무역업, 건설업, 섬유업,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간호사, 그리고 KAUST(킹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연구원도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한인 송년의 밤
지난해 12월 열린 한인 송년의 밤

-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별곡>을 발간했다.

“외교나 경제를 담은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60년 동안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동포들의 희로애락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일부 한인 원로는 지난 시절이 너무 고생스러웠고 서러워서 차마 글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이 책이 그분들에게 작은 위로를 주길 바란다. 사우디에서 계속 생활할지를 고민하는 다음 세대 동포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사우디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

“젊은 사우디인들도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을 좋아한다. 길거리에서 ‘안녕하세요’하고 말을 걸어오는 사우디 청소년들이 많다. 최근에는 BTS, 블랙핑크, 슈퍼주니어 콘서트가 이곳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기도 했고, 오징어 게임과 더 글로리 등 한국 드라마는 젊은이들의 단골 이야깃거리다. 사우디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 상위 10위권 내에 한국 드라마 4개 정도가 늘 올라와 있다.”

지난해 6월 젯다시즌에 K-pop 페스티벌이 열렸다. 우리 걸그룹 Everglow가 걸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에서 공연을 했다.
지난해 6월 젯다시즌에 K-pop 페스티벌이 열렸다. 우리 걸그룹 Everglow가 걸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에서 공연을 했다.

- 총영사관은 어떻게 공공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나?

“과거에는 사우디 일반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영화상영회와 그 밖의 행사를 소규모로 개최했지만, 사우디 정부가 본격적으로 문화진흥 정책을 펼친 뒤로는 총영사관의 활동도 다소 달라졌다. 2019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대규모 지역축제인 젯다 시즌에 참여하여 한국문화 홍보코너를 운영하는 등 공공외교를 펼쳐나가고 있다. 지난해 젯다 시즌에는 K-pop 콘서트와 연계해 비빔밥 만들기, 한복 입기, 전통놀이 체험 코너를 운영했고, 올해에는 한국 학생들이 다니는 미국국제학교와 KAUST 대학교 축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언론,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음식 홍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 마지막으로 젯다 한인사회의 최근 현안은 무엇인가요?

“셰일 가스 혁명으로 유가가 하락하며 사우디 경기가 점차 둔화되자 젯다 한인사회의 규모가 계속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발생한 코로나는 한인사회에 큰 타격을 줬다. 최근 기름값이 다시 오르고 코로나도 사그라들었지만, 아직 한인사회는 과거와 견주어 보면 가라앉아 있다. 총영사관이 우리 한인들과 더 많이 협력하고 한인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지난 2월 젯다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에서 한국관광공사, 서울시 등이 한국홍보관을 설치했다.
지난 2월 젯다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에서 한국관광공사, 서울시 등이 한국홍보관을 설치했다.
한 총영사가 사우디 남부지방 아시르 지역을 방문했을 때 길거리에서 베두인 의상을 차려입은 2살배기 베두인 어린아이를 안았다.
한 총영사가 사우디 남부지방 아시르 지역을 방문했을 때 길거리에서 베두인 의상을 차려입은 2살배기 베두인 어린아이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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