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칼럼] 3년 만에 찾아본 도쿄
[김현중칼럼] 3년 만에 찾아본 도쿄
  • 김현중 건양교육재단역사관장
  • 승인 2023.04.05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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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도쿄에 다녀왔다.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한 해 서너 번은 찾는 곳이다.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머뭇댔더니 조끼 입은 봉사자들이 직접 스마트폰에 ‘Visit Japan Web’ 앱을 깔아주며 반겼다. 코로나 방역 완화와 엔저 그리고 벚꽃이 활짝 펴 가는 곳마다 외국인 물결이었다.

가장 먼저 한인타운 오쿠보(大久保)도오리를 찾았다. 신오쿠보역에서 오른쪽으로 400여 미터 이어지는 길은 사람으로 미어졌다. 치즈 핫도그, ‘10엔빵’ 그리고 카페 등 새로운 트렌드의 점포 앞에 기다리는 줄로 지나기 어려웠다. 하남돼지, 굽네치킨, 홍스쭈꾸미, 양평해장국 등 처음 보는 ‘국내간판’도 보였다. 15년 전에는 떡볶이, 호떡 그리고 삼겹살이 인기였다. 그 후 치즈 치킨을 거쳐 지금은 쭈꾸미 삼겹살이 인기다.

한국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내 창업하는 사례도 있다. ‘포차’는 물론이고, 한국편의점 ‘칸비니’(‘칸’은 ‘한’의 일본 발음) 등. 신오쿠보 역 굴다리 옆을 지나다 기다리는 줄이 한참 길어 가보았다. ‘십엔빵’가게였다. 한국의 ‘경주 십원빵’ 아이디어다. 가격은 오백엔이었다. 

특히 ‘꽃미남’ 들이 호객하며 붙여진 ‘이케멘도오리’는 음식, 화장품, 패션, 아이디어 상품 등이 몰리며 새롭게 북적이는 골목이다. 에도(江戶) 막부에 입성한 철포백인조(鐵砲百人組)로 불리는 하급 무사들의 거주지가 이젠 한국 젊은이들이 상권을 휘두르는 무대가 되었다. 여기 지나는 사람들은 다양한 피부의 ‘글로벌 피플’이다. 가게 종업원들도 이방인 얼굴이 많다. 일본도 인력난이 심각하다. 

오쿠보도오리, 일본에서 가장 가까이 한국적인 것을 느끼며 소비하는 공간이다. ‘한류의 메카’로 부르고 싶다. 그러나 이방인들은 이것이 한류 상품인지, 한국 음식인지 잘 모르고 그저 인파에 휩쓸릴 것 같은 여운이다. 한류문화센터를 만들어 음식·문화 체험도 하며 공연과 전시를 상시 즐기는 곳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몇 년 전 한일관계가 최악일 때는 인적도 드물고 썰렁해 섬뜩했던 때가 기억난다. 시대에 따라 한류와 ‘혐한류’가 공존하는 곳이다. 코로나 완화와 함께 한일관계가 좋아져 다행이다. 지금의 분위기가 영원하길 바란다. 

도쿄 뉴커머 한인들의 시작은 40여 년 전부터이다. 1980년대에는 유학생 출신들이 정착했다. 그 후 1990년대에 자영업자들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최근 이들의 약진이 눈에 뜨인다. 마트형 슈퍼, 화장품, 식당 등 일본열도에 수십 개의 매장을 내며 커가는 기업도 있다. 

고경훈 월드옥타 소통화합위원장은 “본국 청년들의 IT 분야 등 취업이나 창업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4월 18일부터 21일까지 도쿄에서 개최되는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도 일본지역 해외취업자 정착 고민상담회를 갖는다. 그리고 작년에 충남 논산시에 가서 홈커밍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성과가 좋아 올해는 4월 25일부터 27까지 홍성군을 방문 현지 기업들과 상담을 벌일 계획이다”고 말한다. 

재일동포사회의 구심점인 민단조직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2000년 321개이던 지부 수가 2020년에는 260개이다. ‘미래 민단’을 위해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은 알고 있으나 실행이 잘되지 않는 것 같다. 뉴커머 한인들의 민단 참여가 활발한 곳들이 있다. 이정형 야마나시 민단 단장은 매년 ‘한일문화교류 야마나시 코리아 마쯔리’를 개최하며 한일친선과 민단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경 타이도 지부 단장을 지낸 염순택 고문도 귀금속 사업으로 40여 년 전에 정착한 1세대다.

민단 사이다마 지방본부 최낙문 단장은 “앞으로 민단 지부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한국어과정 등 운영을 통해 청년회 육성을 꾀하고 있다. 동경이 가까워 뉴커머 한인들의 참여가 늘며 특히 부인회가 활성화되어 가고 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필자가 펴낸 자서전 <뜻 위에 길을 만들다> 일본어판을 내 보면 어떻겠냐고 제의했더니 의욕을 보였다. 그의 한국어 구사 능력은 전보다 많이 늘었다.

민단은 올해 77세, 희수(喜壽)의 해다. 47개 현에 지방본부와 지부, 상공회, 부인회, 청년회 등이 촘촘하다. 활성화가 과제다. 한인회와 OKTA(세계한인무역협회)도 각각 10개와 7개의 조직이 있다. 단체 간에 협력·상생하는 ‘글로벌 코리아’의 프론티어 역할이 기대된다.

3년 만에 찾은 도쿄, 한인타운의 북적임에 안도와 함께 기뻤다. 그러나 민단과 한인회의 분열 소식에 걱정이 앞섰다. 코로나 완화와 함께 한일관계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피며 날갯짓을 하는데… 악재다. 초심으로 돌아가 툭툭 털고 손을 맞잡아서 하나가 되는 아량을 보여 주기 바란다. 처음부터 ‘헤어질 결심’은 없었을 것이다.

필자소개
(현) 건양교육재단역사관 관장
(현) 대전시외국인투자유치자문관
(전) 건양대학교 국제교육원장
(전) 도쿄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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